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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우파 꿰찬 전광훈, 치고올라온 손현보…승부처는 3·1절지금 이곳에선 2025. 2. 17. 16:50
사회 사회일반
아스팔트 우파 꿰찬 전광훈, 치고올라온 손현보…승부처는 3·1절
중앙일보
입력 2025.02.17 05:00
이영근 기자 손성배 기자 이수민 기자 전율 기자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탄핵반대 국민대회(왼쪽)와 같은 날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탄핵반대 국가비상기도회. 각각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손현보 세이브코리아 대표가 이끄는 집회다. 사진 연합뉴스·세이브코리아
아스팔트 위에 십자가가 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개신교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광화문파’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이끄는 세이브코리아의 ‘여의도파’가 보수 세력 집회의 양대 축으로 떠올랐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탑다운(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대중을 동원할 수 있는 교회 지도자의 영향력이 상당해졌다”고 분석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재야·진보세력의 상징인 ‘아스팔트 위 우파’ 시작은 종교와는 무관했고 또 소규모였다. 지난 2006년 조직된 어버이연합 등이 시초로 꼽힌다. 어버이연합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 농성장 습격, 2015년 혜화경찰서장 폭행 등 각종 집회에서 폭력을 행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집회는 주로 65세 이상 노년층 100여 명이 모이는 수준에 그쳤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마지막 변론기일 당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탄핵반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규모 군중이 등장한 건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때였다. 친박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주도권을 쥐었다. 탄기국은 2017년 1월 강남에서 열린 맞불 집회에서 3만2000명(경찰 추산)을 동원하기도 했다. 어버이연합·탄기국이 원조 태극기 부대인 셈이다.
두 단체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주요 간부들이 각종 재판을 받으면서 자취를 감췄다.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2009년부터 국가정보원의 자금 지원을 받고 관제 시위를 벌인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로 기소돼 징역 10월 확정판결을 받았다. 탄기국의 주축이던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 정광용씨도 헌재 파면 선고 당일 폭력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2019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받았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주최로 열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혁명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주공산 아스팔트 우파 리더십을 꿰찬 인물이 전광훈 목사였다. 전 목사도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을 운영하면서 2012년, 2016년 총선에 각각 기독당, 기독자유당 이름으로 참여해 일찌감치 교회의 정치세력화를 시도한 새로운 세력이었다. 2018년부터 광화문에서 태극기 세력과 결합, 문재인 정권 퇴진 운동을 주도하면서 우파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부흥사로서 실력을 발휘해 집회 분위기를 띄우고 “문재인 간첩” 등 과격한 발언으로 강경 보수파의 지지를 얻었다. 2019, 2020년 보수 성향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을 연임하면서 체급을 키웠다.
전 목사는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한 대규모 개천절 광화문 집회(주최 추산 300만 명)를 성사시키며 동원력을 과시했다.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와 국회의원을 집회에 불러들이는 영향력도 이때 생겼다. 이후 ‘신의한수’, ‘홍철기TV’ 등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유튜버까지 합류한 광화문파는 아스팔트 우파 최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전광훈 목사(왼쪽)와 손현보 목사. 연합뉴스·유튜브 캡처
전광훈 원톱 체제는 12·3 비상계엄 직후 세이브코리아가 등장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8일 세이브코리아가 대구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주최한 집회엔 경찰 추산 5만2000명 인파가 몰렸다. 이같은 지각변동은 전 목사를 향한 주류 보수 개신교인들의 반감이 누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 목사는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 발언으로 교계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보수 개신교 원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 목사는 신성모독성 참람한 발언을 너무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세이브코리아 대표인 손현보 부산 세계로 교회 목사의 언행은 비교적 온건하다는 평을 받는다. 보수 개신교인 이모(32)씨는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주류 교단에서 자란 교인들에게 익숙한 말과 기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손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은 부산·경남을 근거지로 두는 대표적인 보수 교단으로 꼽힌다.
두 대표 ‘탄핵 반대’ 논리에도 미묘한 차이도 감지된다. 전 목사는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잇는 사람”이라며 치켜세웠지만, 손 목사는 “윤석열이란 사람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해 “계엄 잘잘못은 헌재에 맡겨야 한다(손현보)”와 “애초에 기각할 재판을 헌재가 끌고 가고 있다”(전광훈)로 견해가 갈린다.
차준홍 기자
3·1절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집회로 세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이를 앞두고 전 목사는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전광훈TV에서 “손현보는 광화문을 갈라치기하려 한다. 3·1절에 광화문에 나오지 않는 사람은 친북·종북·친중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손 목사는 “전 목사와 선을 긋고 말 것도 없이 (세이브코리아는) 애초에 결이 다른 집회”라며 “기도하고 조용히 강연 듣고 싶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예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거리에서 종교와 정치가 결합한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대의민주주의 기관인 국회가 아닌 종교가 끼어든 광장 정치는 매우 퇴행적”이라며 “운동권의 전유물이었던 아스팔트에 우파가 운집하는 건 보수가 더는 주류가 아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는 “개신교 우파 집회에서 자주 나오는 구호는 ‘성전(聖戰)’과 ‘사탄’인데, 선악을 구분하는 종교적 세계관에선 정치라는 타협의 산물이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영근·손성배·이수민·전율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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