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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엄마들이 긁혔다?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만...지금 이곳에선 2025. 2. 17. 15:15
대치동 엄마들이 긁혔다?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만...
[주장]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속 등장한 '대치맘'... 집단화가 불편한 까닭
25.02.15 12:34최종업데이트25.02.15 12:34
개그우먼 이수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휴먼페이크다큐 - 자식이 좋다>라는 영상이 화제다. 영상에는 강남 대치동에서 모든 일상을 자녀 교육에 쏟는 엄마 캐릭터가 나온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고, 자녀를 한국어 이름이 아닌 '제이미'라 부르며, 사소한 것 하나에도 과외를 찾는 엄마의 모습은 교육열로 유명한 '대치맘'을 묘사한다.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 295만(2월 14일 기준)을 돌파했다. 특히 영상 속 캐릭터가 입은 고가 패딩이 '강남 교복'이라 불리며 현실에서도 유행한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시청자들은 "사회 기득권층인 대치동 엄마를 풍자한 패러디"라 평했지만, 일각에서는 패딩의 가격을 언급하며 "대치 엄마들은 허례허식이 심각하다"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대치맘' 등의 사회 구조나 과열된 사교육 시장에 대한 고찰은 없고 남은 건 여성들의 옷차림과 말투를 향한 비웃음이었다.
'대치맘' 거울 치료한다는 영상, 대체 뭐길래
▲개그우먼 이수지가 재현한 '대치맘'의 모습핫이슈지
해당 영상은 대치동 엄마 '소담'의 하루를 보여준다. 그는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차에서 겨우 끼니를 때우는데 그마저 학원 강사와 통화하느라 바쁘다. 네 살배기 아이의 사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다소 황당하다. 아이가 직접 과자 숫자를 세며 "왜 이렇게 조금 주었냐"고 하는 모습에서 영재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 '제이미'는 수학학원을 다니기 시작한다.
소담은 원어민 강사에게 "아이가 배변 훈련에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자 눈물을 글썽인다. 그리고 예정된 배변 훈련 과외를 취소한다. 또 수행평가를 미리 선행하기 위해 주변 '소피아 맘', '에블린 맘'에게 소개받아 제기차기 과외 강사를 구한다.
소담은 영상에서 고가의 패딩을 입고 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패딩을 두고 "대치동에서 엄마들이 즐겨 입는 옷"이라며 "현실 고증을 잘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실제 이 패딩은 '강남 교복'이라 불릴 정도로 강남구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말투, 옷차림, 교육열까지 '대치맘'을 과장해 재현한 영상을 두고 의외의 논란이 불거졌다. 패러디 자체에 대한 반응보다 현실 여성들을 향한 비난이 상당한 것이다. "대치맘이 이 영상 때문에 긁혔다더라", "이 영상 때문에 패딩을 못 입는다고 징징거린다", "이 영상 보고 거울 치료했으면 좋겠다" 등 대치동 엄마들의 반응을 비꼬는 댓글이 대표적이다.
특히 자신으로 인해 화난 상대방을 조롱하는 밈(MEME)인 '긁혔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현실 속 여성들의 분노에 통쾌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앞서 한 언론매체에서 대치동에 찾아가 실제 엄마들을 인터뷰했다.
대치동에서 만난 엄마는 "당분간은 안 입고 나와야겠다", "잘 모르고 만든 영상이라 와닿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이 보도에도 "긁힌 거 보니 현실 반영했다", "끝까지 정신 승리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실제 대치동 엄마들의 인터뷰 자체도 부정한 것이다.
'대치맘'은 '김치녀'와 다를까
▲채널A의 인터뷰channelA-news
이렇듯 '대치맘'을 하나의 집단으로 표현하며, '긁혔다(신경을 거슬리게 했다)'고 조롱하는 반응을 어떻게 봐야 할까. 먼저 '대치맘'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부터 생각해 볼 일이다. 이는 여성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소거한 채 집단화하는 차별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치맘'이 아니더라도 여성을 집단화하고 여기에 비하하는 이미지를 덧대는 표현은 수도 없이 많다. 과소비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된장녀', 남성에게 기대어 사치하는 여성을 뜻하는 '김치녀', 운전 못 하는 여성을 가리키는 '김여사' 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 표현들은 그저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만 굳히며 사용됐다.
'대치맘'이라는 표현 역시 다를 바 없다. 여기에는 과하게 교육열을 올리고 허영심을 지닌 '사치스러운' 여성이라는 의미를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대치맘'은 기득권층이라며, 패러디를 즐겼을 뿐이라는 반박도 있다. 여성 혐오가 아닌 풍자를 즐긴다는 항변이다. 풍자는 사회적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지적인 비판 방식이다. 조롱은 직접적인 비웃음과 경멸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게 목적이다.
당신은 '대치맘'이라는 통칭에서 사회적 문제점 혹은 우회적인 비판을 찾을 수 있나. 이 표현을 통해 '대치맘'이 만들어진 불평등한 사회 구조나 지나친 사교육 열풍에 대해 고민하게 됐나. 나는 '대치맘'이라는 표현에서 어떤 풍자의 미학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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