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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때 북한군이..." 광주 탄핵 반대 집회에 가봤습니다
    지금 이곳에선 2025. 2. 17. 15:11

    12.3 윤석열 내란 사태 | 1789화

    "5.18때 북한군이..." 광주 탄핵 반대 집회에 가봤습니다

    극우 유튜버들이 설파하는 가짜뉴스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 사회적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

    25.02.17 10:36l최종 업데이트 25.02.17 10:36l 서부원(ernesto)

    '혐오'와 '연대'가 충돌하던 금남로... 그 차이를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입니다. 굳이 애쓸 필요 없어요."

    주위에선 한사코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며 말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생각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잘라 말했다. 그 어떤 논리도 먹히지 않아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차라리 그들의 말에 모르는 척 맞장구치는 게 속이라도 편할 거라고 조언했다.

    지난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주말마다 열리는 탄핵 찬반 집회 때 부러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속에 끼었다.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사실을 왜곡하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들인데도, 그들이 가짜 뉴스를 의심 없이 믿게 된 이유를 알고 싶었다.

    집회 때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이들의 내용을 보면, 극우 유튜브의 주장과 데칼코마니처럼 똑같다. 부정선거 주장과 민주당이 '종북', '친중' 세력이라는 근거를 대라고 하면 극우 유튜브 채널로 답한다.

    탄핵 반대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지난 15일 금남로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사형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난무했다. ⓒ 서부원

     

    지난 토요일(15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다가가 여쭙기도 했고, 의도치 않게 그들끼리 나눈 대화를 엿들은 경우도 많다. 질문은 단순했다. 어디서 오셨냐는 것과, 탄핵을 반대하는 이유는 뭐냐는 것.

    열 분 남짓 만났는데, 지역은 각양각색이었다. 멀게는 서울과 계룡, 대구에서, 가까이는 순천에서 왔다는 분도 있었다. 들리는 사투리로만 치면 강원도를 제외하곤 전국 각지에서 다 모인 듯했다. 교회의 신자들이 많았고, '자유'와 '공정'의 이름을 단 단체에 소속된 분들도 보였다.

    그런데, 탄핵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역만큼 다양하지 않았다. 부정선거를 확신하는 서너 분을 제외하곤, 같은 이유를 댔다. 이재명은 공산주의자고, 그가 이끄는 민주당은 공산당이며, 공산 세력이 권력을 잡게 되면 자유 대한민국을 고스란히 북한에 넘겨주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나마 말이 통할 것 같아 4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비교적 젊은 여성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된 데다 남과 북의 경제력 격차가 천양지차인데 그게 가능하겠냐는 거다. 전쟁도 돈이 있어야 하는 거라며, 기우에 불과하다고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놀랍게도 젊은 그 역시 극우 유튜브 채널을 소개하는 걸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북한 공산당'을 만만하게 봐서도 안 될뿐더러 우리나라에도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많아서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국회와 법원, 선관위와 헌법재판소도 그들에게 장악된 상태라는 거다.

    "저쪽에 저렇게 많이 모인 걸 보면, 과연 광주에 종북 좌파들이 많긴 한 모양이야."

    "5.18 때 북한군이 내려왔다는 게 아예 엉뚱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아."

    하마터면,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어르신들의 대화에 끼어들 뻔했다. 탄핵 반대 집회보다 건너편 찬성 집회에 더 많은 인파가 모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그분들의 예상으론 당일 금남로 전체가 태극기와 성조기의 물결로 뒤덮일 것으로 생각했던 듯싶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악마화'하는 팸플릿이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라기보다 이재명 성토 대회의 느낌이었다. ⓒ 서부원

     

    그들에게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가 아니라 '종북 좌파의 성지'였다. 이른바 '5.18 북한군 개입설'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자 오래전 사법적 판단마저 끝난 사안임에도 여전히 들먹이는 이들이 있다는 데 분노가 치밀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은 구속되었지만,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유튜브 채널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 자리에서 그들과 언쟁을 벌이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자칫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차마 맞장구를 칠 순 없어 '소심하게' 저항했다. 5.18 유공자를 왜 공개하지 못하겠냐며 조작설을 꺼내면, 국립 5.18 민주 묘지에 다 공개되어 있더라고 대꾸하는 식이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쥔 이들이 믿는 것

    그분들에게 다가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매번 말문이 막혔다. 우리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그분들의 인식은 너무나 납작했다. 학계의 정설은 물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난 사안조차 잘 모르거나 알아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교과서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하는 셈이었다.

    대화의 끝은 맞장구치거나 외면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반론하는 게 아예 불가능해 대화는 질문 하나에 대답 하나로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답변에 토를 달기라도 할라치면, 지역에 대한 오해와 편견만 더 공고히 할 수 있다. 당일 집회 현장에선 이런 '뒷담화'까지 들을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태극기를 흔들고 난리법석이야?"

    "광주에선 태극기를 흔드는 것도 죄가 되는 모양이야."

    광주의 한 어르신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외지인을 나무라며 건넨 말을 곡해한 거다. 어르신이 말한 태극기는 계엄령 선포를 두둔하는 '태극기 부대'를 지칭하는데, 외지인은 그냥 태극기로 이해한 것이다. 그러고는 태극기마저 부정하는 종북 좌파의 도시가 맞다고 수군거렸다.

    계엄령에 극심한 트라우마가 있는 광주 시민들 앞에서 '계몽령' 운운하는 건, 5.18 학살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게 하는 망언이다. 누구 말마따나, 유대인 학살 현장에서 나치 집회를 연 격이다. 불의한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에 대한 연민조차 내팽개친 비루한 인식이다.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의 목 좋은 자리는 모두 극우 유튜버의 차지였다. 집회 참가자들 중에는 그들을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는 이들이 많았다. ⓒ 서부원

    탄핵 찬성 집회에 광주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총집결했다는 소식에도 눈을 흘겼다. 여당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불모지'라며, 차라리 대구, 경북이 낫다는 이야기까지 해댔다. 과거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는 걸 '공산당 투표'라고 조롱하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구 경북 곳곳에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걸 지적하면, 광주도 컨벤션센터 이름이 김대중 아니냐고 대꾸한다. 전두환 신군부의 만행을 거론하면, 공과를 두루 평가해야 한다며 반론을 편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마구 뒤섞은 '피장파장의 논리'이자 전형적인 양시론적 사고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그들을 백안시할 순 없다. 어쨌든 한 하늘 아래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망상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서둘러 극우 유튜브의 '방종'을 멈춰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을 두 동강 내고 대통령의 머릿속마저 장악한 극우 유튜버의 사회적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 하여 제안한다.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전에 논거를 가지고 토론하자. 자신의 주장을 유튜브에 탑재하기 전에 상반된 주장을 하는 유튜버와 만나 공개 토론을 벌이는 거다.

    적어도 극단적 갈등을 초래하는 정치, 사회적 이슈만큼은 토론을 통해 검증받는 게 맞다는 생각에서다. 더욱이 토론은 여느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은 재미를 준다. 아울러 비슷한 성향과 관련된 내용만 이어 보여주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한계를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도 있다.

    16일 일요일에도 금남로에선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한 극우 유튜버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유튜브 채널 구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도로 한 차선을 막고 있다. 지나가는 차량들은 경적을 울려 항의를 표시했다. ⓒ 서부원

    탄핵 반대 집회에 온 외지인들은 타고 왔던 버스를 타고 귀갓길에 올랐다. 그들은 금남로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안타깝게도 내가 만난 이들은 광주는 종북 좌파들이 득시글거리는 곳, 태극기조차 부정하는 도시, 민주당 일당 독재의 터전이라는 오해와 편견만 가득할 성싶다.

    집회를 주관한 손현보 목사의 말에 연신 아멘으로 화답하고, '1타 강사' 전한길의 말을 모두 진실로 믿는 그들 앞에서 순간 공포감이 밀려왔다. 참가자 수는 탄핵 찬성 집회보다 적었지만, '확신의 강도'로 치면 비교 불가였다. 언뜻 그들의 손에 쥔 태극기와 성조기가 무기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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