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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하버드박사인데 ..." 그 마음 비우기까지
    문화 광장 2007. 6. 19. 09:49

     

     

    " 내가 하버드 박사인데…” 그 마음 비우기까지

    몽골 선교사 체험기 ‘내려놓음’으로 출판계 돌풍 이용규씨

    지금까지 8개월 만에 20만부를 돌파한 개신교계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몽골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는 이용규씨가 쓴 ‘내려놓음’(규장)이다.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 소설도 아닌 선교사의 체험기가 돌풍을 일으키는 배경은 뭘까?

    이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대학원을 나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중동(中東) 지역학 및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외에서 안정적인 기회를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그는 2004년 여름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내, 두 자녀와 함께 바로 몽골로 달려갔다. 그는 대학생 시절부터 막연히 품고 있던 선교사의 꿈에 도전했고, 지금은 울란바토르에서 평신도 선교사로서 ‘이레교회’를 담임하고 크리스찬대학인 몽골국제대 교수로 봉사하고 있다.

    그러나 책에는, 흔히 예상하듯 선교사를 선택하게 된 극적인 계기나 가족과의 갈등 요소 같은 드라마틱한 사연은 없다. 대신 마지막까지 가슴 한 구석에 남았던 ‘내가 하버드 박사인데…’ 하는 인정 받고 싶어하는 마음까지 비워내는 그의 삶이 소상히 적혀 있다. 결국 이씨가 자신이 가진 것을 고집하지 않고 하나씩 내려놓으며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 뜻에 따르는 모습이 독자들의 가슴을 움직인 셈이다.

    그의 개인 홈페이지(www.nomadlove.org)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줄 알았다가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장래 꿈을 선교사로 세웠다” 등 700여 건의 글이 올라있다. 지난 주말 잠시 귀국한 이씨도 “하나님 뜻에 순종하는 모습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려놓음’에 대해 “내려놓고 비워놓으면 하나님은 반드시 채워주신다”며 “유학생활과 몽골 선교 도중에 늘 이런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몽골에서의 생활은 불편과 도전의 연속이다. 도착 직후 노트북 컴퓨터를 잃어버리고, 거짓말로 돈을 요구하는 현지 교인에 마음 상하고, 복사 한 장 하기도 쉽지 않다. 선교여행은 지프로 수천km 사막과 만년설 덮인 고지대를 달려야 하며 차가 고장이라도 나면 꼼짝없이 야영해야 한다. 틈틈이 학자로서의 연구활동까지 겹쳐 있다.

    그러나 이씨는 “불편과 불행은 다르다”면서 “‘당신들을 사랑하겠다, 실컷 이용당하겠다, 마음껏 나를 속이고 이용하라’는 마음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뭔가 이루고 얻으려고 하면 사람 사이에 깊은 관계를 갖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게 없으면 영향력은 저절로 흘러갑니다(커집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랑을 베푸는 그에게 몽골의 젊은이들도 반응하고 있다. 이씨는 “도시로 몰려와 하수구에서 생활하는 빈민을 비롯해 10~20대 몽골 젊은이들이 기독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성령을 체험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처음엔 작은 것부터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지금도 저는 ‘내려놓음’에 대해 스스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내려놓음’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생활이 익숙해진 몽골을 떠나고, 2년간 맡았던 이레교회도 다음달에 새 목회자에게 인계할 계획이다. 내년 여름 1년간은 미국에서 학문연구에 몰두할 생각이다. 그 이후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글=김한수기자 [ hansu.chosun.com])

    (사진=이기원기자 [ kiwiyi.chosun.com])


    무너진 앙코르와트 영상으로 되살린 한국인

    박진호 KAIST 연구원, 세계 첫 3차원 복원
    불국사·무령왕릉등 옛 모습 살려낸 디지털 복원의 달인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지만 전란으로 20% 이상 파괴된 캄보디아의 사원 앙코르와트의 ‘디지털 복원’(復元)이 한국인들에 의해 최근 이뤄졌다.

    흙더미로 사라졌던 옛모습을 3차원 컴퓨터 영상으로 살려낸 것이다. 세계 최초로 이 작업을 성공시킨 주역들은 ㈜시지웨이브 ‘앙코르팀’. 이 팀을 이끈 사람은 올해 34세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인 박진호(朴鎭浩)씨다.

    “12세기 앙코르와트가 처음 세워졌을 때의 전체 건물이 사이버 공간에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죠.” 3주 전 결혼한 젊은 새신랑인 박씨는 국내 디지털 복원학(Digital Restorology)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고구려 안학궁과 고분벽화, 백제 미륵사, 신라 왕경(王京)과 황룡사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디지털로 복원됐다. 현 국정 국사 교과서에 실린 무령왕릉과 불국사의 옛 모습도 바로 박씨의 작품이다.

    “디지털 복원이란 지금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자료를 토대로 사라진 문화 유산의 모습을 영상으로 되살리고 보존하는 작업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소년잡지의 과학특집들을 보며 과거 유산의 수수께끼와 미래사회의 컴퓨터문명 모두에 관심을 가져 왔고, 어느 날 “옛 역사를 컴퓨터로 되살리는 방법은 없을까?”란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3학년 때인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노아의 방주’ 컴퓨터 복원작업에 참여한 뒤 이 미개척 분야에 푹 빠지게 됐다. 맨 땅에 헤딩하듯 IT 분야를 독학했고 건축·의상 같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스토킹’하듯 찾아 다녔다.

    그런 그의 앞에 ‘앙코르와트’란 새 과제가 주어졌다. 동서 1.5㎞, 남북 1.3㎞, 7?짜리 돌기둥만 1800개, 5분의 1 이상이 파괴돼 버린 이 거대한 문화유산을 3차원으로 되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처럼 보였다.

    “현재 독일·일본·프랑스·인도·중국에서 ‘아날로그 복원’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도 디지털 복원은 엄두를 못 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들른 캄보디아 국립박물관에서 뜻밖의 ‘보물’을 발견했다. 서고 구석에 있던 먼지 묻은 문서를 조사해 보니 1964년 프랑스 건축학자 나플리앙(F Naplyian)이 정교하게 그린 앙코르와트의 실측도였던 것.

    “이런 게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곧바로 2차원 드로잉 위에 3차원 건물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죠.” 사진 3만장을 찍고 레이저 스캐너로 앙코르와트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40도를 웃도는 푹푹 찌는 날씨였지만 매일같이 지나가는 한국 관광객들이 깜짝 놀라며 쳐주는 박수로 견뎌낼 수 있었다.“역사학자 토인비가 앙코르와트를 보고 ‘여생을 여기서 보내고 싶다’고 했답니다. 과연 앙코르와트는 제게도 아침 저녁으로 수없이 얼굴을 바꾸면서 시간이 멈춰 선 영원한 신(神)의 세계 같았어요.”

    앙코르와트 근처에 몇 년 안으로 박물관이 건립되면 한국팀이 만든 이 디지털 복원 자료들은 그곳에 전시될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그걸 보고 한국에서 해냈다는 걸 알게 되겠죠.” 박씨는 앙코르와트 주변 비슷한 규모의 사원들도 차례차례 디지털 복원할 계획이다. 모든 프로젝트가 끝나는 연도는 2058년. 그때 그의 나이는 86세다.

    (글=유석재기자 [ karma.chosun.com])

    (사진=이태경 객원기자 [ ecaro.chosun.com])

    (조선일보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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