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1일날
강남역 7번출구를 나가서 있는 스타벅스에서
'작가와의 대화' 다녀왔다.
그날 질문을 많이 해서 상으로 받은 이홍 작가의 '걸 프렌즈' 를 다 읽었다.
마치 숙제를 하고 난 기분이랄까 ? 아주 개운하다. 실상은 아직 세수도 안했지만 말이다 .
제 31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 홍 작가의 데뷔작인 걸프렌즈 ....
여기서 말하는 걸프렌즈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여자끼리의 친구관계가 아니다.
한남자를 두고 각기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세명의 여자들이
사랑을 나누는 관계이다.
이런 사실을 정작 남자는 모른채 여자들끼리
비밀을 공유하며 서로 내통하는 관계이다.
이 세여자들중 한여자는 그남자의 첫사랑지만 유부녀이고,
또 한 여자는 알바를 하며 학비를 버는 가난한 대학생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여자는 이남자와 한 직장에 다니는 아니 다녔었던
부서는 다르지만 동료였다.
세여자의 이야기가 세가지의 색깔로 그려지는 이 책은
요즘 현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내면속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같이
무섭게 솔직한 내면을 화려하진 않지만 기교를 넣지않은 담백한
수채화같이 섬세하게 그렸다.
도대체 한남자를 사이에 둔 채 세여자가 사랑을 한다는 것이
그것도 서로 알면서 서로 만났다, 안 만났다, 만나서 뭐했다를 공유하면서
이조시대에 임금의 후궁들마냥 서로 질투룰 하다가 또
우호적인 관계였다가 마침내 같이 일을 하는 동료가 된다.
이 여자들에게 유진호 라는 한 남자는 끝도 아니고 시작도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놀란점은 작가 아직 30대 초라는 연식이 젊은 점도 있지만
이 시대 연애라는 단어는 옛날 처럼 오래 기다리지않고 눈치도 안보고
서로 상대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 재는 시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냥 이성이 만나서 밥한끼 먹는 정도로 섹스가 가볍다는 것
(그렇다고 진지하지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할래 ? , 싫으면 말고....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들면 지금 생리중이야 ...
라는 단어로 상대의 욕망을 여지없이 뭉개버린다는 것이다.
연애를 하면서 섹스를 하는 것을 예전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나서 잠을 이루지못했다거나 다시 한단계 더 나가기까지
무수한 시간과 정열을 기우리던 노력이 없어졌다는 것 .
더구나 나 아닌 다른 여자들을 둘씩이나 더 만나고 있는 줄 알면서도
내색도 하지않으며 그의 욕망을 뭉개버리는 것으로 복수를 하는 여자 ...
도발적이지만 미워 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바로 나자신 일 수 있다는 것 것이다.
이 홍 작가를 오늘의 작가상 수상을 뽑은 어느 작가말처럼 이 소설에선
'연애는 메두사 처럼 머리가 여러개다' 라는 것이다.
주인공 화자인 한송이는 남자들의 키스에서 혀의 놀림을 마치 피겨스케팅
하듯이 '유연하게 미끄러지다가 감미로운 스핀"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키스를 못하는 남자는 두번다시 만나고 싶지않다는 생각을 한다.
중학교때 사랑하던 친구를 만나서 과감하게 먼저 들이댄 입술
그러나 그는 키스를 할줄 몰랐다. 마치 태권도 발차기 하듯이
서로 이빨을 부딛치다가 통증을 느끼면서도 먼저 시작했으니
먼저 접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땐 폭소가 터졌다 너무나 실감이 가서 말이다.
요즘의 연애소설, 확실히 70년대와 80년대가 다르듯90년대도 달랐으리라
지금은 2000년 하고도 7년 시점이다.
청춘 남녀의 만남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릇하고 싱싱한 연애 그 연애시대의 도구들 만남의 장소들, 새로운단어와 언어들,
대화 시간보다는 직접 체험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할까 ?
옛날같으면 망설이다가 말고
밤새워 편지 써놓고 이튿날보면 유치해서 못 부치고
그런 애달픔같은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사라져 갔다는 것.
마치 스낵집에서 스낵을 사먹듯이 가벼워졌달까 ? 아니
심각해 지지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디지털 시대에 맞는 사고방식같다.
처음 만난사람과도 마음에 들면 당장 섹스를 할 수 있고,
그래서 성교시 체위도 서로 맞으면 계속 사귀고 그렇지 않으면
바이~를 선언하고 미련도 없이 뒤돌아 설 수도 있다.
우리 사귈래 ? 싫음 말고.
사랑은 이제 이제 심각하지도 않고, 그립지도 않고, 후회도 없어졌다.
사랑은 이제 서로 맞는 하나의 코드 같은 것이 랄까 ?
암튼 작가 이홍은 벌써 스물여섯에 결혼해서 4살짜리 아이가 있는 주부라고 믿기엔 너무 젊고 이뻤다.
10년동안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이 걸프렌즈를 내면서 바로 오늘의 작가상을 타고 이제 작가가 되었다.
신세대 작가들에게 항상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연애의 흐름도 시대가 변하는 만치 바뀐다고 말했다.
걸프렌즈를 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사랑은 독점하고 소유하는 게 아니라는 것, 타인의 이해를
하면서 동화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정말 작가다운 대답이다)
작가란 ? 다수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것, 나의 삶에 대해 남이 안된다 그르다 평할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녀는 가족과 친구들이 운동화를 사주었다면 학교에서 (서울예대 문창과)선생님들이 운동화 끈을
쫀쫀하게 묶어 주었다며 이제는 열심히 달리는 일만이 내가 할일이라고 말했다.
신세대 작가 다운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매우 긍정적이고 많은 것을 마음이라는 그릇에 담고 싶어 하는 작가 였다.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