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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돌보고 친척 집 청소…"정작 아이는 만나지도 못했다"지금 이곳에선 2025. 8. 5. 00:49
반려동물 돌보고 친척 집 청소…"정작 아이는 만나지도 못했다"
입력2025-08-04 17:28:39수정 2025.08.04 17:28:39 황동건 기자·정유나 기자
[이주노동자 100만시대의 그림자] <2> 준비 안된 돌봄노동
돌봄자격 갖추고온 필리핀관리사
업무범위 모호…허드렛일만 담당
위탁사는 기숙사 통금 등 통제강화
노동자들 협박·성추행 피해 주장도
정부·서울시, 규모확대 사실상 유보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서울시 가사관리사 사업에 참여한 한 필리핀 여성은 “돌봄 계약에 사인하고 정작 아이는 만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가사 노동을 넘어 반려동물 관리와 고용주의 친척 집 청소에 이르기까지 업무 범위만 날로 늘었다. 저임금과 과도한 이동 시간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관리 업체로부터 “바꿔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의 좌초는 부실한 정책 설계가 수요자들의 외면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제 강화라는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제도는 한국인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여줄 저출생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됐지만 돌봄 노동 시장이 형성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문제 제기 창구마저 가로막힌 상황에서 모호한 업무 범위, 사측과의 소통 부재, 불안정한 체류권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코리안 드림’을 찾아 온 이주노동자들 몫으로 돌아갔다.
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은 지난해 9월 저출생 및 경력단절 문제의 대안으로 도입됐다. 필리핀 정부가 인증한 돌봄 자격을 가진 100명의 여성 가사관리사를 선발해 6개월간 서울시 가정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당시 돌봄 공백 해결 시도일 뿐 아니라 불법체류자에 의한 외국인 노동에서 벗어난 제도적 혁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수요 예측 작업에서부터 어긋났다. 공적 제도 아래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경제적 유인을 부여하는 작업이 필수다. 하지만 중산층 가정에서 한국어가 서툴면서 고용에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필리핀 노동자들의 수요가 높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시범 사업에 참여한 가정들을 살펴봤을 때 비교적 소득이 높은 강남 3구 가정 의존도가 40%를 넘겼다. 반면 나머지 22개 자치구의 수요는 저조했다.
한국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소득을 올리고 싶었던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의 욕구와도 대비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약 800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들여 현지 돌봄 노동 자격증을 갖췄다. 게다가 한국 입국을 위해 최대 수백만 원에 이르는 각종 수수료들까지 지불했다. 이들은 큰 꿈을 안고 한국에 온 만큼 대중교통을 통한 서울 내 이동 시간조차 낭비로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낮은 임금에 더해 서울 시내 지자체 곳곳을 오가는 비효율적인 동선과 그로 인한 피로라는 현실에 내몰렸다. 수요 가정에서는 돌봄과 별개로 각종 허드렛일 수행까지 원했는데 이 역시 공급자인 가사노동자들의 실망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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