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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의 영화로운 영화 '1923 간토 대학살'(2024)문화 광장 2024. 9. 7. 16:18
라제기의 영화로운 영화 '1923 간토 대학살'(2024)
한국일보의 영화전문기자. 문화부장, 에디터를 거쳐 영화라는 우물을 깊고 넓게 파는 중이다. 홍콩배우 임달화를 닮은 외모를 발판으로 최근 클럽하우스에 ‘다롸몰’을 열어 영화로운 이들과 접선하고 있다.안녕하세요, sooji2님. 이번 주 잘 보내셨나요. 어느덧 주말이 눈앞입니다. 주말 짬 내서 영화나 드라마 한 편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이왕이면 세상사를 좀 더 넓은 눈으로 보게 해주거나 사회 흐름을 콕 집어주는 작품 말이에요. ‘라제기의 영화로운’은 의미 있는 영화나 드라마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묻으려 할수록 더욱 드러나는 법이다. 그게 자연의 섭리고 역사의 흐름이다.”영화 ‘박열’(2017) 속 박열(이제훈)잊혀서는 안 될 간토 대학살😢영화 '1923 간토 대학살'(2024)일본 영화의 전설 구로사와 아키라(1910~1998) 감독의 책을 10여 년 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서전 비슷한 것’이라는 제목의 책이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이 지난 삶을 돌아보며 영화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전하는 내용들이 담겨있었습니다.한국인이라서 특히 제 눈길을 잡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이 소년으로서 겪은 1923년 간토(관동) 대지진과 대학살이었습니다. 구로사와 감독은 대지진 발생 후 동네 우물에 한글로 수상쩍은 글이 적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당시 일본인들은 그 글을 근거로 재일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풀었다며 자경단을 조직해 조선인 ‘사냥’에 나서는 걸 목도합니다.하지만 13세 소년 구로사와는 조잡하게 쓰인 한글 글씨가 일본인의 소행임을 쉽게 알아챕니다. 구로사와는 자연재해라는 대재난을 맞은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인 학살로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고 간파합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일본인들은 얼토당토 않은 근거로 많은 조선인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다고 구로사와 감독은 돌아봅니다.구로사와 감독의 회고를 읽으며 간토 대학살은 당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선인 6,661명(추정)이 억울하게 살해당했으니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간토 대학살을 부정합니다. “사실 관계를 파악할 기록이 없다”(2017년 아베 신조 총리)는 이유에서입니다. 증거가 없다기보다는 책임 회피를 위해 외면하는 모양새입니다. 한국 정부도 진상 조사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습니다.후쿠다 야스오 일본 전 총리가 간토 대학살은 ”역사적 사실이라 더 적극적으로 여러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01주년 관동대진재(간토 대지진)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서였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간토대지진 추모 행사 '자민당 총리 출신' 첫 참석 후쿠다 "한일 함께 조사하자"). 한일관계가 보다 더 많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간토 대학살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마침 간토 대학살을 세세히 짚어본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 중입니다. ‘1923 간토 대학살’입니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포함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1923년 초가을 무슨 일이1923년 9월 1일 정오 무렵 일본 간토 지역에서 진도 7.9 대지진이 발생합니다. 수도 도쿄를 비롯해 요코하마 등 주변 일대가 쑥대밭이 됩니다. 지진으로 화재가 잇따르고 10만 명의 사망자와 이재민 340만 명이 생겨납니다. 아수라장 속에서 치안 문제가 대두됩니다.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섭니다.대지진 발생 후 재일조선인과 중국인이 엉뚱한 타깃으로 부상합니다. 조선인과 중국인이 혼란을 틈타 일본 사회 전복을 꾀한다는 낭설이 급속히 퍼집니다. 지진 발생 이후 생겨난 화재가 조선인이 폭탄을 던져 생겨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그들이 우물에 독약을 푼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횡행합니다.다큐멘터리 ‘1923 간토 대학살’은 유언비어의 배후에 일본 정부 내무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흉흉한 민심을 잡기 위해 조선인과 중국인을 희생양 삼으려 했다는 거죠.
👉임신부까지 무차별 살해헛소문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일본인들은 마을을 지키겠다며 자경단을 조직해 ‘불순한 외국인’들을 무차별하게 살해합니다. 주로 조선인이었습니다. 조선인이면 모두 폭력의 대상이었습니다. 아이라고, 임신부라고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당한 자연재해에 대해 앙갚음하듯 조선인들을 보이는 족족 잔혹하게 죽였습니다.일본 공권력은 방관했습니다. 조선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성난 주민들을 위한 먹잇감으로 내놓았습니다. 경찰은 단속을 통해 잡아둔 유치장 속 조선인을 자경단이 공격하도록 내버려두기도 했습니다. 군대가 수용소 조선인 300명을 아예 마을주민들에게 풀어줘 집단학살을 유도한 경우가 있기도 했습니다. 선량한 일본인의 입을 막기 위해 학살 참여를 강권해 ‘공범’으로 만든 사례도 다큐멘터리는 고발합니다.다큐멘터리는 참사의 현장 곳곳을 돌아다니고, 문헌 속에 숨겨진 증언과 숫자를 찾아냅니다. 일본 군대와 경찰은 학살을 주도하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은 곳곳에서 거짓으로 드러납니다.
👉해외 언론 통제하며 ‘쉬쉬’대지진 이후 대학살이 발생하니 해외 언론이 가만있을 리 없습니다. 일본 주재 서구 특파원들은 야만적인 행태를 취재하고 기사를 써 자신들의 나라로 송고합니다. 당시 미국 유력지 뉴욕트리뷴, 영국 유력지 맨체스터 가디언 등이 만행을 속속들이 보도합니다.일본 정부는 해외 여론 동향에 촉각을 세웁니다. 특파원들 입막음에 나서고, 해외 언론에 반박문을 적극 게재하기 시작합니다. 해외 언론들은 한발씩 물러납니다. 일본 정부가 특파원을 압박하고, 외교 통로를 활용해 로비에 나선 결과입니다.아무리 언론의 입을 막아도 있던 일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당시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이던 영국 기함 호킨스호의 고위 장교가 남긴 사진(정성길 계명대 역사고고학과 객원교수의 수집 자료)은 100년 지나서도 일본의 만행을 고발합니다.사진 속에는 많은 이들이 숨진 채 짐짝처럼 아무렇게 방치돼 있습니다. 당시 요코하마 거리를 담은 다른 사진과 비교하면 일본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걸 확연히 알아챌 수 있는 장면입니다. ‘1923 간토 대학살’의 김태영 감독은 “이 사진을 접한 후 느낀 부채감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역사는 미래, 회피해서야다큐멘터리에는 현재 일본 시민들이 등장합니다. 시민단체를 구성해 간토 대학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시민들이 나오는 동시에 학살은 날조된 거짓이라 주장하는 극우단체 회원들의 모습도 비춥니다. 양쪽 시민들은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며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데요. 역사에 대한 일본인들의 갈라진 여론을 상징합니다.다큐멘터리는 많은 일본인에게 빚진 면이 있습니다. 나서서 자료를 찾아주고, 옛 증언을 제시해 주는 이들은 양심적인 시민들입니다. 학자의 입장에서 여러 사실들을 알려주고 의견을 제시해 주는, 스즈키 준 도쿄대 일본근대사 교수 같은 이들이 있기에 ‘1923 간토 대학살’을 우리가 볼 수 있는 겁니다.영국 유명 작가 조지 오웰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권력을 쥔 자가 역사를 자기 입맛대로 해석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도 힘을 발휘한다는 뜻입니다.오웰의 말을 응용하면 현재 우리가 과거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 미래 역시 비뚤어진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간토 대학살’이 100년 지난 일이라 해도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이를 한국과 일본이 각각 받아들여야 한일관계를 단단히 다지게 되지 않을까요. 후쿠다 전 총리의 주장과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이유입니다.✋지난주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더니 가을 분위기가 좀 납니다. 낮에는 여전히 후덥지근한 날씨지만요. 지난주와 이번주 잘 보내셨는지요. 이번 주말은 좀 더 서늘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취재를 왔습니다. 기사로 제천영화제 소식 많이 전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무얼 볼지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 OTT 콘텐츠 2편씩 추천해 드립니다.‘라제기의 영화로운’은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에 보내드립니다.#라제기의 #영화로운 #영화#1923 간토 대학살#2024
한국일보 이메일 서비스에서 발췌 url없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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