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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제임스웹 만든 한인 과학자 “이 광활한 우주엔 과연 인류 뿐인가… 답 찾는 게 우리 목표”
    지금 이곳에선 2023. 2. 16. 19:08

    [인터뷰] 제임스웹 만든 한인 과학자 “이 광활한 우주엔 과연 인류 뿐인가… 답 찾는 게 우리 목표”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인터뷰

    근적외선카메라 탑재한 제임스웹… ‘우주 관측의 신기원’

    “제임스웹에 적용된 기술, 경제적 파급 효과 있을 것”

    “우주·생명의 기원 찾을 연결통로”

    입력 2023.02.16 06:00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이달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조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지구에서 40억광년(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약 9조4600억㎞) 떨어진 곳에 있는 ‘SMACS 0723′ 은하단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거리에 따라 하얀색과 노란색, 붉은색 빛을 띠는 은하와 별의 모습은 광활한 암흑의 공간에 박힌 보석처럼 빛이 났다. 지구에서 40억광년이나 떨어진 먼 우주의 신비한 현상을 어떻게 우리가 볼 수 있을까.
    이 신비한 모습을 찍은 주인공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 들고 나온 사진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제임스웹은 우주 천체 관측 사진 5장을 처음 선보인 지난해 7월 이후 놀라운 관측 사진을 한 달에 2~3번꼴로 쏟아냈다.
    제임스웹이 촬영 지점에 도착한 이후 수행한 관측 건수만 7만~8만건 정도 된다.
    제임스웹은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의 새로운 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바로 이 ‘인류의 새로운 눈’을 작동하고 운영하는데 주역 중 한 명이 한국인 과학자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팀 소속 손상모(47)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l) 수석연구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손 수석연구원은 제임스웹에서도 거울의 광학초점면을 담당하는 팀에서 망원경에 쓰이는 거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제임스웹팀에 소속된 유일한 한국인 과학자다. 수많은 역경을 딛고 새로운 인류의 눈이 된 제임스웹 개발에 뛰어든 한국인 과학자를 조선비즈가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만났다. 손 수석연구원은 미국 버지니아주립대에서 석·박사를 하기 전에 연세대 천문우주학과를 나왔다.



    발사 전 우주와 유사한 환경에서 성능 테스트 중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NASA
    -제임스웹의 성능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STScl에서 작년 12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서 얻은 결과물들에 대한 학회가 열렸다. 나흘 동안 진행이 됐는데, 거의 천문학의 전 분야를 다뤘다. 원래 학회는 구체적인 분야를 설정해 진행하는데, 제임스웹 관련 첫 학회이기 때문에 행성·은하·외계 등 지금까지 공개된 결과에 대해 모두 논의했다.
    학회에 모인 천문학자들이 주로 한 말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표현이었다. 연구자들도 제임스웹에 제안서를 요청하기 전에 나름의 기대치를 갖고 계산도 다 한다. 근데도 성능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건 정말 놀란 거다. 수치로 봤을 때, 이전에 공개된 결과물보다 이미지 품질이 2배 정도 좋아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제임스웹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인 과학자로서 소회도 남다를 것 같은데.
    “제임스웹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한국인 과학자로서 자랑스러우면서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진행하는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으로 한국의 과학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제임스웹에 대해 한국말로 한국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학에 대한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제임스웹, 더 나아가 천문학과 우주 과학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얘기하고 싶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사진을 직접 발표했다. 미국 내에서 반응은 어떤가.
    “지난해 7월 첫 관측 이미지를 발표하기 전에 보안이 철저했다. 담당 태스크포스(TF)가 25명 정도로만 구성됐다. 관측한 이미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TF에서 논의하는 과정이 철저한 비밀 보안을 지키는 상태로 진행됐다. 그런데 결과물이 공개되고 보니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재밌는 일화가 있다. 이미지가 공개된 다음 날 한국에 들어올 일이 있었다. 비행기를 타려고 미국 공항에 있는데 내 노트북에 제임스웹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근데 누가 와서 ‘나도 제임스웹 이미지 봤다’며 나보고 ‘제임스웹 좋아하냐’고 묻더라. 그래서 조용하게 제임스웹팀에서 일한다고 하니 엄청 좋아하면서 거의 연예인 취급을 해줬다. 이런 식으로 미국 내에서도 반응이 굉장히 좋다.”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이달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설치된 전파망원경 앞에서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제임스웹이 촬영한 이미지는 지난해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좋은 사진 100위’ 안에 꼽혔다. 그중에서도 손 수석연구원이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는 지구에서 약 6500광년 떨어져 있는 독수리 성운을 촬영한 이른바 ‘창조의 기둥’이다. 가스와 우주 물질이 모여있는 성운은 아기 별들이 끝없이 탄생하고 있는 곳이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하긴 했지만, 적외선으로 본 ‘창조의 기둥’은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먼 우주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빛은 파장이 늘어지면서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으로 변하는 ‘적색이동’ 현상이 발생한다. 그동안 허블우주망원경이 못 본 적외선을 제임스웹의 근적외선카메라(NIRCam)이 관측하면서 새로운 우주의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과학적 의미가 큰 것으로 꼽힌 이미지는 외계행성의 대기 화학 반응을 처음으로 찾아낸 ‘WASP-39b’다. 제임스웹은 토성과 유사한 외계행성 WASP-39b이 항성의 앞에 정렬되는 순간을 촬영했다. 항성의 빛에 굴절된 WASP-39b의 대기 색으로 이산화탄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제임스웹이 관측한 이미지 중 가장 좋아하는 결과물은 무엇인가.
    “내가 느끼는 감정과 과학적 의미 두 가지로 나눠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적인 부분으로는 ‘창조의 기둥’이다.
    사실 강연 다닐 때마다 얘기하는데. 이런 사진은 어떤 설명이 필요 없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파장을 분석해 각각의 색을 입히는 논리적인 해석 작업이 있긴 하지만, 그 사진들을 보면서 그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내가 천문학자라서 그런 게 아닐 거다.
    창조의 기둥을 보면 감동이 있고, 자연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나 선물 같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외계행성의 대기를 관측한 WASP-39b다. 이 관측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항성 앞에 지나가는 행성의 대기를 뚫고 온 정말 아주 미세한 빛을 관측한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항상 나오는 이야기였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옛날에는 정말 꿈같은 얘기였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던 것이 이젠 현실로 됐다. 물론 WASP-39b이 지구형 행성은 아니지만, 이젠 어떤 행성을 관측하고 지구랑 닮은 행성을 찾는 건 시간문제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관측한 독수리 성운의 '창조의 기둥'. 이 사진은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으로 관측한 것을 합했다. /Webb Space Telescope
    그는 제임스웹을 개발한 엔지니어이기 전에 천문학자다. 손 수석연구원의 전문 분야는 천체의 고유 운동을 측정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은하와 쌍둥이 은하로 불리는 안드로메다은하 천체의 운동을 허블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로 측정한 연구는 그의 대표적인 연구 성과다.
    하지만 현재는 제임스웹 프로젝트에 매달리면서 개인 연구는 살짝 미뤄둔 상태다.
    제임스웹 개발이 커미셔닝(시스템 검증) 단계를 거친 6개월 동안은 성공에 대한 압박감이 심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 세계 천문학계에서 찬사를 받는 제임스웹이지만, 개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5년으로 잡았던 연구개발 기간은 20년으로, 10억 달러였던 예산도 100억 달러로 늘어났다.
    미국 내에서는 제임스웹이 발사되기 몇 개월 전만 해도 우주망원경 연구개발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다. 손 수석연구원은 단 한 번의 실수가 20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인 제임스웹팀 구성원들도 신경이 곤두서있었다고 회상했다.
    -본인 만의 연구는 무엇인지 듣고 싶다.
    “주요 연구 분야는 천체의 고유 운동을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천체를 찍고, 5~10년이 지난 뒤에 다시 그 부분을 찍어서 비교하는 것이다. 지구에서 보기에 천체는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리 긴 시간을 잡아도 찍어보면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대신 시간을 두고 촬영한 결과물을 측정을 해보면 천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다.
    2013년에는 안드로메다은하 천체를 측정한 연구로 실시간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고유 운동을 측정하면 천체가 과거에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있다. 예전엔 허블우주망원경으로만 했는데, 이젠 제임스웹이라는 좋은 툴이 생겼다.”
    -한 대학 강연에서 제임스웹이 산업·경제적으로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20년 동안 관여했던 인물이 2만명이라고 한다. 커미셔닝에만 관여했던 사람이 1500명 정도다. 기술적으로도 거울을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로 미세하게 조종하는 액추에이터, 디텍터 등 제임스웹 부품을 기업과 대학에서 개발하고 만들었다. 모두 우주항공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들이다. 이 기술들은 제임스웹에만 쓰이고 마는 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모두 파급될 수 있다.”
    -제임스웹은 인류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또 우주에는 인류 혼자인가. 제임스웹은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제공해 주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다만 이런 문제를 책만 읽고 연구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제임스웹은 앞선 문제들에 대한 논의를 현실로 연결하는 통로다. 사람들이 사진을 보면서 쉽게 설명된 내용을 보고,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이게 제임스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망원경, 가장 강력한 눈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게 의미가 있다.”
    -과학자로서 가지고 있는 꿈은 무엇인가.
    “나는 아직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성과물을 마주하면 막 피가 끓는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천문학을 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과학자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연봉이나 이런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의사나 변호사, 판사를 고위층이라고 하는데, 과학자도 존중받는 사회가 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학생들이 과학자로 꿈을 키우게 될 거라고 본다. 물론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과학자들도 노력해야 한다. 과학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면 지원이나 예산 부분도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975년 서울 생. 연세대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5년 한국천문연구원 위촉선임연구원으로 일하다가 2009년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2014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을 거쳐 2016년부터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연구원, 2021년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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