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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즈 다리가 '아치형'인 까닭시사 경제 2008. 3. 8. 13:40
꼭 1년 전인 지난해 2월 <오마이뉴스>는 '이론과 현장이 만나는 생태지평연구소'와 공동기획으로 독일과 네덜란드를 방문해 운하를 현지조사한 뒤 10여 차례에 걸쳐 기획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는 '제1 공약' 경부운하를 내세워 물류혁명을 이루겠다고 주장했으나, 현지 취재 결과 그 허구성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그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그간 경부운하의 허실을 집중적으로 취재해온 김병기 기자를 미국 현지에 파견, '생태지평' 전문가와 함께 미국 주요 운하들의 현재 상황을 조명해보는 2차 해외탐사보도 '미국운하를 가다'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지난 2월 29일 오후에 찾아간 뉴올리언즈 항구는 한산했다. 어린 톰 소여에게 꿈과 용기를 주었던 미시시
피 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지만, 지나가는 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바로 앞쪽에 정박한 유람선도 불이
꺼진 채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제일 먼저 시야에 잡힌 것은 바로 옆쪽에 위치한 육중한 교각. 미시시피 강을 가로지르는 그레이터 뉴올
리언즈 다리(Grater N.O. Bridge)다. 캠코더로 그 웅장한 골격을 찍으면서 카메라를 아래쪽으로 이동하
다가 잠시 멈췄다. 물 위로 드러난 교각에 눈금자처럼 적혀있는 숫자 때문이다.
140 -
150 -
강물의 수면은 '150'의 아래쪽에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저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순간 궁금증이 일었다.
우리나라는 흔히 교각 아래쪽에 수심을 나타내는 수치가 적혀있다. 단위는 물론 미터(m)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위는 피트(feet).
이를 m로 환산하면 강물이 위치한 곳은 48m쯤 된다. 수심이 그렇다는 걸까? 하지만 '140'이라는 표시가 '150'의 위쪽에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수심 표시 같지는 않았다.
저건 무슨 숫자?
잠시 뒤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이 해답을 줬다. 이 항구에 도착한 지 30여 분만에 모습을 드러낸 6단 높이의 컨테이너선이 다리 밑으로 통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해낸 것이다.
"다리 상판과 수면과의 간격 아닐까?"
그랬다. 그 숫자는 수심을 측정하기 위한 게 아니라 수면과 교량 상판 사이의 간격, 즉 교량통과 높이인 형하고를 표시한 것이었다. '140'이라는 숫자가 맨 위에 붙어 있는 것은 수면과 다리 상판의 거리가 최소한 42m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미시시피강 하류는 한강과 낙동강처럼 얕지 않고 평균 수심이 15m 정도 되기 때문에 강물의 아래쪽보다는 배가 통과할 수 있는 위쪽이 중요했던 것이다.
다리의 모양도 생소했다. 다리 위쪽은 평평해도, 멀리서 봤을 때는 아치형이다. 미적으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공학을 우선시한 것이었다. 다리 아래쪽으로 배가 통과하려면 형하고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통행료를 물고 다리로 올라가 봤다. 가파르게 느껴질 정도의 오르막길.
인근에 있는 MRGO(Mississippi River Gulf Outlet : 미스터고) 운하를 통과하는 다리 역시 이와 비
슷한 형태인 아치형이었다. 통역을 맡은 양영석(루지애나 주립대 허리케인센터 연구조교)씨는 "한
국처럼 날씨가 추워 도로가 빙판이 됐을 때는 아마 다리를 통과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올리언즈 다리와 '이명박 운하'
일개 교각의 높이에 대해 이처럼 집요하게 언급하는 것에 대해 일부 독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경부운하 문제와 다리 높이가 무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다리 한 개를 꼼꼼
하게 살펴보아도 '이명박 운하' 찬성론자들의 거짓말, 또는 무지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
으로 들어가 보자.
우선 한강과 낙동강에 배를 띄우려면 총 553km의 경부운하 구간 중 평균 4.8km당 한 개씩 있는 115개
의 다리를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배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교량통과 높이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 조건에 맞지 않는 교량은 철거하고 다시 건설해야 한다.
운하 찬성론자들은 5000톤급 배가 지나는 경부운하의 본류구간의 경우 형하고는 11m이면 충분하고,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구간을 운행할 2500톤급 배의 경우 8m의 형하고를 맞추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
다. 그들은 이를 근거로 현재 놓여있는 다리 중 14개의 다리만 교체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생태지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00톤급 선박이 지나가는 한강과 낙동강의 본류 구간에서
11m에 미달하는 교량은 25개에 달한다. 2500톤급 배가 지나가는 75km의 연결구간의 경우, 8m 기준
에 미달하는 교량은 34개다. 운하 찬성론자들이 정한 형하고에 따르더라도 총 59개의 교량이 재건설
돼야 하는 것이다.
미시시피강 다리의 교각간 거리는 300~400여m, 한강다리는?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의 주장대로 형하고 11m, 8m 기준을 적용해도 교체 해야 할 다리는 절반 이상
인 것이다. 그렇다면 찬성론자들이 제시한 기준은 타당할까?
수만톤의 배가 드나드는 미시시피강의 다리와 5000톤급 배가 드나들 경부운하의 다리를 단순 비교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우리 일행이 뉴올리언즈 항구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유일하게 목격한 선박은
6단 컨테이너선. 경부운하를 운행할 컨테이너선은 4단이다.
하지만 6단 높이의 컨테이너선이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제시한 형하고 11m보다 4배 이상 높은 뉴
올리언즈 다리를 통과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 컨테이너선이 48m의 형하고를 가진
다리 밑을 통과하는 데도 여유 공간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따라서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제시한
형하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내친김에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 보자. 다리 상판을 받치는 교각들은 큰 배들이 통과할 수 있도록 간
격(경간장)이 넓어야 한다. 한눈에 보아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넓어 보였다. 양영석씨가 숙소로 돌아온
뒤 구글 맵을 통해 강폭과 교각 간격을 재 보았다.
대략적인 강 폭은 600m, 교각 사이의 간격은 420m. 한국의 다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서울에
있는 후배 기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미시시피강의 다리들을 조사해보라고 부탁했다. 결과는 비슷했다.
구글어스를 통해 검색되는 뉴올리언즈와 멤피스 사이의 교각을 전부 확인해서 교각의 그림자를 통해
간격을 재보니 총 17개의 다리 중 배가 다니는 지점의 교각 간격이 가장 작은 것이 빅스버그 브리지(V
icksburg Bridge)와 올드 빅스버그 브리지(Old Vicksburg Bridge)로 130m였고, 그 외 대부분은 200~
400m에 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5000톤급 배의 폭이 17m라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교각 간
격이 35m인 서울 양화대교조차도 5000톤급 배가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객관적 데이터를 제
시하는 게 아니라 우격다짐에 가깝다.
하지만 서울시가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550톤급 공연전용 유람선조차도
양화대교와 충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르쇠 하고 있다.
허깨비 선동은 그만하라고?
더 황당한 것은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되레 당당하다는 것이다.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은 지
난해 10월 <오마이뉴스>에 보낸 기고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
"운하 반대론자들은 더 이상 60개 교량을 철거하면 난리가 난다느니, 특별히 한강철교를 재
시공하면 철도 마비가 온다느니 하는 허깨비 선동은 그만하기 바란다."
이들은 왜 근거도 없이 이런 말을 계속하는 것일까?
다리 한 개의 건설비용은 약 1000억원.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제시한 개략공사비에는 다리 재시공 비
용은 책정조차 되어 있지 않다. 결국 공사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건설비가 그만큼 늘어
나면 투입 대비 편익(B/C분석)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부운하 사업은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다
는 것을 숨기고 싶은 것이다.
뉴올리언즈 다리는 이렇듯 '이명박 운하'의 토목공학적 허구성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입만 떼면
'선진국의 운하'를 말하는 국내의 운하 찬성론자들은 제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
2008.03.07 09:26 [출처] 썩을 운하 골빈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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