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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요 칼럼 - 개리 킬달과 빌 게이츠
    시사 경제 2007. 7. 18. 13:07
    목요 칼럼 - 개리 킬달과 빌 게이츠

    기업도 사람도 자만심은 재앙의 근원
    디지털 리서치와 MS의 명암은 교훈적
    2007년 07월 12일   

    김형기 서울경제신문 산업부장

     ‘한순간의 방심이 모든 것을 잃게 만든다.’

    주변에 경계할 만한 인물이나 징후가 없을 때 전혀 고려하지 않던 변수가 독화살처럼 심장을 관통할 수 있다.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선 더더욱 그렇다.

    사람들에게 컴퓨터 하면 떠오르는 인물을 묻는다면 여지없이 빌 게이츠 MS(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거론할 것이다. 반면 ‘개리 킬달(Gary Kildall)’을 물어보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지금부터 30년 전 개리 킬달은 빌 게이츠보다 훨씬 유명하고 능력 있는 천재로 불렸다. 사람들은 그를 당대 최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세계 최초 OS로 승승장구

     

    개리 킬달이 지난 1974년에 개발한 BIOS(Basic Input & Output System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연결해 주는 교량과 같은 것)는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도록 만들어 준 첫 계단과 같은 것. 당시 컴퓨터 산업에서 BIOS의 개발은 일종의 혁명이기도 했다.

    개리 킬달은 자신의 발명품을 바탕으로 ‘디지털 리서치’라는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지금은 상당수 사람들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디지털 리서치는 세계 최초로 컴퓨터 오퍼레이팅시스템(OS)인 CP/M(Control Program/Monitor)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 제품은 전 세계 기업과 프로그래머들을 상대로 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킬달은 이 제품 하나로 여러 대의 스포츠카와 자가용 비행기를 보유할 정도의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세상사가 항상 그렇듯 잠깐의 방심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

    킬달도 그랬다. 컴퓨터 OS시장을 독점한 그와 그의 회사 디지털 리서치에는 경쟁의식이나 긴장감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시간만 흐르면 돈이 쌓이는데 무엇이 두려웠겠는가. 그저 현실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듯했다.

    자신들이 만든 세계 최초의 OS는 어느 누구의 도전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느긋한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 디지털 리서치가 명성을 날리자 당시 세계 최대 컴퓨터 기업인 IBM이 OS 공급계약을 맺자고 찾아왔다. IBM이라는 거인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킬달은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을 기세 좋게 거부했다.

    아마 계약조건이 썩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IBM의 손을 내칠 수 있었던 것은 ‘이 바닥에선 나를 제외하면 누구의 손을 잡더라도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 때문이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디지털 리서치는 당시 OS시장에선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당연히 상대방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기다리다 보면 수그리고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계산했다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방심하면 반드시 대가 치러

     

    좀 더 두툼한 지갑을 요구한 셈인데 결과는 영 엉뚱하게 흘러갔다.

    교만하면 실수하기 마련이라고 디지털 리서치가 ‘코웃음을 칠 때’ IBM과의  OS 공급계약을 가로챈 회사가 바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였다.

    당시 빌 게이츠는 킬달의 CP/M을 거의 그대로 베낀 MS-DOS를 만들어 IBM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이 계약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OS시장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었으며, 이후 이렇다 할 경쟁상대 없이 승승장구해 지금의 거대 기업왕국을 일궈 냈다.

    IBM에게도 배짱을 튕겼던 개리 킬달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그의 회사 디지털 리서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장과 함께 메인 무대에서 밀려나 10여년을 비주류 OS개발회사에 머물렀으며, 지난 1991년엔 끝내 노벨이란 회사에 인수·합병(M&A)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단어는 의미가 없다지만 만약 디지털 리서치가 IBM과 OS 공급계약을 맺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컴퓨터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나 기업은 빌 게이츠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고 개리 킬달이나 디지털 리서치였을 것이다.

    살면서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업의 사활이나 개인의 명운이 달려 있는 사안들에서만은 방심하면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된다.

    천재 프로그래머 개리 킬달의 운명은  ‘방심이 치르는 대가’가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일깨운다.

    (자료 : 포스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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