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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사장면보다 그녀와 걷는 연기가 더 힘들었다”
    문화 광장 2007. 12. 5. 14:48

    “정사장면보다 그녀와 걷는 연기가 더 힘들었다”

    ‘색,계’ 양조위 인터뷰
    노골적 성애장면에도 불구 여전히 여성팬 심금 울려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입력시간 : 2007.12.05 00:15 / 수정시간 : 2007.12.05 10:06

     

    공식 석상에서는 대부분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감식안(황금사자상)을 치하했지만, 그들조차 사석에서는 궁금해했다. 과연 ‘색,계’(色,戒)에서 양조위(梁朝偉·45)의 극사실적 섹스장면은 연기였을까. 거의 아크로바트에 가까운 체위를 실연(實演)하면서, 그는 자신의 캐릭터 이선생에게 무엇으로 정당성을 부여했을까.

    이메일 답변이 도착한 것은 4일 오후, 질문을 보낸 지 정확히 3주일이 지나서였다. 삼국지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적벽대전’ 촬영(그는 주유·周瑜 역이다)을 지각 답변의 핑계로 삼았지만, 에로티시즘에만 집중되는 세간의 호기심이 못내 불편했을 것이다. 양조위는 예민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고, 영화와 연기에 관한 호기심에만 친절했다. 한 달 전 여배우 탕유(湯唯·27)의 홍보 방한 당시 “감독은 모르는, 양조위와 나만의 비밀이 있다”던 그녀의 언급을 상기시켰지만, 정작 양조위는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 ▲ 양조위는“연기할 때 어떤 한계와 목표를 정해놓지 않는다”면서“한계를 정해 놓으면 딱 그 선까지만 연기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선 “이런 정사(情事)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라는 답변으로 서두를 시작했다. “장국영과 연기했던 ‘해피투게더’(1997), 왕가위 감독의 ‘2046’(2004) 역시 정사 장면이 있는 애정극이었다”는 것. 하지만 두 편 모두 ‘색,계’ 수위의 헤어 누드와 격렬한 정사는 없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곡예사처럼 얽힌 이들의 몸을 빗대 ‘클립 체위’라고 불렀고, 영화 속 정사를 흉내내다 연인들의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중화권 타블로이드 뉴스가 잇따랐다.
    양조위는 그런 가십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이중·삼중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 했던 자신의 캐릭터 이선생에 관한 질문으로 관심을 돌렸다. 같은 민족을 고문하고 처형해야 했던 일본의 꼭두각시. 그는 “이선생은 정서 자체가 본능적으로 억압되고 모순되어 있는 인물”이라면서 “가학과 피학의 느낌까지 있는 이런 섹스는 어쩌면 이런 이선생의 복잡한 내면을 극단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입체적인 생명력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장면”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사 장면보다 어려웠던 연기는 차라리 탕유와 함께 길을 걷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화양연화’(花樣年華·2000)에서 함께 연기했던 장만옥이 떠올랐다는 것. 탕유의 헤어스타일, 치파오, 하이힐을 볼 때마다 ‘화양연화’의 장만옥이 겹쳐졌다고 했지만, 정작 그 기억이 왜 자신을 힘들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전히 설(說)로만 남아있는 두 배우의 염문이 잠시 머리를 스쳐갔을 뿐이다.

    그는 이 영화의 연출자인 이안(李安) 감독과의 작업을 묻는 질문에 이르렀을 때 가장 즐거운 듯했다. “유쾌하고 충만한 도전”이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반복하면서 다른 답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형용사와 부사도 사용했다. 영화를 위해 북경어(양조위의 모국어는 광동어다)를 배우는 일이 굉장한 스트레스였지만, 이안 감독과의 첫 작업이라는 기대감과 충만감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것. 내성적인 성격에 말수 적기로 이름난 이 사내는 이안과 다시 작업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촬영장에서 토론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다.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감독에게는 믿음과 묵계가 있다. 묵계가 있으면 시간이 절약되고, 더욱 촬영을 즐길 수 있다.”

    그의 연기경력도 올해로 벌써 25년. 오랫동안 배우 양조위를 사랑했던 여성팬들은 ‘색,계’를 보고 크게 세 부류로 나뉘었다고 한다. 노골적인 성애 장면 때문에 양조위에 대한 판타지가 깨졌다는 입장과, 그에 대한 판타지가 충족됐다는 입장,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타지는 영원하다”는 충성스러운 신도들. 이 유머에 대해 양조위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어투로,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의 반응과 감정은 모두 다른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단지 내가 노력했다는 사실만은 내 팬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은 배우임을 알아달라”고 덧붙이면서.

    • 양조위는 "나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배우"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배우적 자존심을 강조했다. 에로티시즘에만 집중된 세속의 호기심이 불편했을 것이다. 동영상은 '색,계' 뮤직비디오.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어수웅 기자
    (조선일보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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