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색(色), 계(戒)를 보고
욕망, 그 위험한 色 신중, 그 잔인한 戒
* 대학생이던 왕치아즈의 순수한 모습
지난 토요일 (17일) 친구와 신림역부근인 프리머스시네마에서 ‘색,계’를 보았다.
이날 신림동 사는 친구집에서 모임이 있어 친구들이 모였다가 한 친구가 영화 색계를 보았는데 한 마디로 죽인다였다.
호기심을 빼면 시체인 나와 내 친구 등이 늦은 저녁에 줄을 서서 표를 샀다.
얼마나 죽이기에 ? 호기심을 잔뜩 먹고 스크린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1940년대 중반의 상해였다.
이 당시 상해도 우리나라와 같이 일본군의 치정 하에 항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극에 달한 일본은 어른이고 학생이고 할 것 없이 비위에 거슬리면 닥치는 대로 사살해버리는 광기의 도시였다. 한 여자 대학생이 왕치아즈 (탕웨이분: 분장한 이름은 막부인)는 항일운동을 하는 선배에 의해 학교 연극부에 가입하게 된다. 그러나 연극 부는 연극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급진파 광위민(왕리홍)이 주도하는 항일단체. 그들은 친일파의 핵심인물이자 모두의 표적인 정보부 대장 ‘이’(양조위 분)의 암살계획을 세우고 광위민에게 마음이 있던 왕치아즈는 친구들을 따라 계획에 동참한다.
* 막부인으로 자신을 소개한뒤 이의 부인 조안첸과 마작놀이를 하는 왕치아즈
그녀의 임무는 자신의 신분을 수출입 업을 하는 남편을 둔 막부인으로위장하고 이의 아내(조안첸)에게 접근하여 신뢰를 쌓은 후 이에게 가까워지는 것. 계획대로 ‘이’ 에게 접근한 왕치아즈. 처음 본 순간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끌리지만 경계를 풀지 않는다.
어느날 이가 잘 아는 양복점의 있느냐고 하면서 그 양복점을 소개해 달라고 한다. 양복점에서 옷을 재면서도 경계의 눈길을 펴는 이는 왕치아즈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 막부인이 여기 단골이냐고 물을 만큼 왕치아즈를 좋아하면서도 한 치도 소홀함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숙소로 돌아온 왕치아즈는 일행들에게 이가 양복을 맞추었는데 그가 양복을 찾는 날 암살을 하자고 계획을 세운다. 양복을 찾을 날 만을 기다리던 중 이는 다른 도시로 발령이 나고 계획은 무산된다. 할 수 없이 일단 숙소를 정리하기 위해 짐을 싸던 순간 ‘이’ 에게 접근 하게 위해 고향선배를 다리 삼았었는데 그 선배가 이들을 신분을 알아채고 찾아와서 너희들을 당국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이들은 당황한 나머지 살인을 하고 만다.
들고 있던 칼로 무를 자르듯 만신창이로 칼질을 해대던 것을 본 왕 치아즈는 그대로 달려 나가고......
영국으로 간 아버지에게서 초청장이 올 날만을 기다리며 학교생활을 하는 왕치아즈에게 대학선배이자 항일단체에서 주요역할을 하는 광위민을 다시 만난다.
그는 3년 전의 막부인 역할을 다시 해줄 것을 요구 하는데 잠시망설이던 왕치아즈는 거절하지 못하고 선배의 청에 응하게 된다.
마치 스파이 같이 가슴속은 치열하고 대범하게 그러나 얼굴표정은 사업하는 남편을 둔 부인같이 그저 쇼핑이나 하는 여인으로 무장한(?) 왕치아즈.
어느날 이의 부인과 그 친구들과 마작을 하고 있는데 ‘이’가 들어온다.
왕치아즈와 이는 다시 만난다. 겉으론 무심한척 하며 남편은 사업차 집을 비우고 지금은 상해와 와서 잠시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하자 이의 부인이 우리 집으로 오라고 초청을 한다. 순전히 마작놀이 할 멤머 구성을 위해 이 말을 듣고 있던 이도 아무려면 호텔보다는 낮지 않겠느냐며 자기 집에서 머므르라고 오라고 요청한다.
마지못해 이의 집으로 짐을 옮긴 왕치아즈에게 어느날 일하는 사람에게서 봉투를 받게 된다. 장관님께서 전해주라고 하였단다. 봉투 속엔 알지 못하는 열쇠 하나가 달랑 있을 뿐이다.
운전사가 데려다 주는 곳으로 간 막부인 영문도 모른 채 가정집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
방엔 아무도 없다. 비가 와서 들이치자 창문을 닫으려고 창가에 다가간 왕치아즈는 화들짝 놀라고 만다. 유리에 이가 앉아 있는 모습이 비쳤기 때문이다.
아, 놀랐다고 하면서 처다 보는 왕치아즈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서로의 눈을 보며 알아차렸는데 반가이 포옹을 해줄 줄 알았던 이는 왕치아즈를 마구 다룬다. 내던지고, 강제로 옷을 찢고 계속 놀란 눈을 하고 어이가 없어 하는 왕치아즈에게 그는 마치 창녀라도 대하듯 옷도 제대로 벗겨주지 안고 한바탕 소용돌이 후에 먼저 나가고 만다. 마음에 상처를 받은 왕치아즈 저 사람을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멀리 할 수 없는 데 그런데 저 사람은 나에게 왜 이리 혹독할까 ?
* 집밖에서 아마도 안가(?)에서 이를 처음 만나던날 창문을 닫다가 놀라는 왕치아즈
의문을 품고 집으로 돌아온 왕치아즈 몸살을 앓고 ,.....
바짝 조여 오는 항일단체 들에게 몸을 숨기기 위해 누구말도 믿지 않고 집에 버젖이 있으면서 출장 중이라고 부인까지 속이는 이.
그에게 학대를 받았으면서도 이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눈치 챈 왕치아즈 밤에 몰래 그의 서재로 숨어든다. 뭔가를 태우고 있던 이는 왕치아즈를 보자 다신 서재에 들어오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들은 마치 한집안에서 도둑고양이처럼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고 하듯이 부인과 하인들을 속이면서 위험한 포옹을 하고 밖에서 만나서 섹스를 즐긴다.
그런데 남을 속이고 하는 섹스여서 일까 ? 외설적이라기보다는 아름답다.
왕치아즈와 이는 섹스를 하면서도 서로의 눈을 응시한다. 사랑을 해서가 아니라 왕치아즈가 혹시라도 자기에게 위해를 가할까봐 경계의 눈빛을 한시도 거두지 않는 이. 섹스 중에 왕치아즈가 다른 곳을 보거나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이는 목을 잡고 얼굴을 돌려서 자신을 보게 만드는 데 이럴 땐 완전 새디스트(sadist)같았다.
그리고 이들은 정말 적나라한 섹스를 즐긴다. 세상에 이런 체위도 있었네 .
옆에 있던 친구 왈 “ 완전 성교육용 비디오 자료 같네 ” 할 정도로 그러나 그게 아름다워 보이는 것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
위험해서 더 그립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게 아마도 끝이 아닐까 그런 심정으로 이 둘은 섹스를 하게 되고 마침내 마음까지 뺐기게 된다.
그러나 아름답지 않은 사랑 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 이 영화는 현실에 바탕을 둔 실화를 영화화했기 때문에 더더욱 실감이 났다.
* 밖에서 부인 몰래 왕치아즈를 만나는 이,
이날 왕치아즈는 이를 위해 식당에서 노래를 불러준다, 반주도 없이 생음악으로
* 왕치아즈가 나가요 어서 ! 소리치자 총알같이 밖으로 내닫던 이 총알보다 더 빠른것같았다.
왕치아즈에게 마음을 뺏긴 이는 마침내 왕치아즈에게 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해주고 언제나 왕치아즈를 곁에서 지켜주겠다고 맹세를 한다.
그러나 맹세를 한지 단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왕치아즈의 정체를 알게 된 이는 왕치아즈와 그의 일당 모두를 채석장으로 끌고 가서 총살을 하라고 명령한다.
이의 부하가 왕치아즈를 체포해서 그에게 뺏은 다이아몬드를 이에게 주며 이게 있었다고 하자 이는 이를 무심히 처다 보면서 그건 내 것이 아니리고 한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서 왕치아즈가 머물렀던 방에서 안절부절 못하면서 있는 이. 자기가 뱉은 말을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못 지키게 된 것, 사랑하는 여자를 죽게 만든 것에 대한 회한을 되씹으며 끝이 난다.
색, 계는 작가 중국 작가 장애령 (장아이링 張愛玲)이 1940년대 들었던 시베리아모피점 총격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1970년대 소설로 옮기게 되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색(色)은 감정을 나타내고, 계(戒)는 이성을 나타낸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색을 탐하면서도 경계를 한다? 어려운 제목이다.
이소설의 주인공 이(띵무춘)는 1947년 남경 전범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극중의 이의 실제이름이 띵무춘 이고, 왕치아즈 (막부인 역)의 본명은 쩡핀루이다.
소설 속에서는 시베리아모피점 총격사건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다이몬드를 파는 보석상으로 나온다. 다이아몬드 6캐럿이 왕치아즈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걸까 ? 이 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가 죽기라도 할까봐, 마지막 그를 암살하려던 상부에 배신까지 때려가며 그를 구해줬지만 결국은 그 대가로 왕치아즈가 속한 단체 모두는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비극이었다.
오래도록 극의 한순간 순간들이 불현듯 떠오르는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이다. .
감독 : 이안
출연 : 양조위(이), 탕웨이(왕치아즈/막 부인), 조안 첸(이 부인), 왕리홍(광위민)
* 이안감독과 양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