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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름길 유럽 탓하고 대충 끝내는 ‘닥치고 종전’
    지금 이곳에선 2026. 4. 2. 09:01

    기름길 유럽 탓하고 대충 끝내는 ‘닥치고 종전’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82>

    美항모 1대 더 출항, 對빅테크 보복 위협 속

    트럼프 “2~3주 안 철수”...이란 “종전 의지”

    호르무즈는 사실상 포기...“유럽이 직접 열라”

    “이미 정권 교체”...‘일방 승리 선언’ 가능성

    韓시간 2일 오전 10시 연설, 시장 최대 변수

    뉴욕=윤경환 특파원

    입력2026-04-02 06:00

    수정2026-04-02 06:47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 EPA연합뉴스

    출구가 안 보이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로 2~3주 안에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객관적으로 뚜렷한 전쟁의 실익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란의 정권이 교체됐다”고 거듭 주장하며 종전의 명분을 스스로 만드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문제를 유럽 등 동맹국의 비협조 탓으로 떠넘기는 식의 논리도 구성하고 있다. 지상군 병력과 추가 항공모함 투입으로 협상력을 극대화한 뒤 국제 물류와 금융시장의 충격은 뒤로 하고 적당한 선에서 전쟁을 일단락하겠다는 자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시각으로 1일 오후 9시(한국 시간 2일 오전 10시)에 예정한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종전 복안을 내놓는가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3주 안에 철수”...이란 “종전 의지는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행사 도중 이란 전쟁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은 이란을 떠나는 것이고 우리는 곧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對)이란 군사작전 종료 시점을 “2∼3주 이내”라고 제시하면서 “그들이 나보다 더 합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와 무관하게 갑자기 그냥 전쟁을 끝낼 수도 있음을 암시한 셈이다.

    이란 국영방송인 프레스TV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이란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추가 공격이 없다는 보장이 있을 경우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역시 이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신뢰 수준은 ‘제로’”라면서도 “휴전을 수용하기보다는 이란뿐 아니라 지역 전체에서 전쟁이 완전히 종식될 방법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의 조건에는 침략 재발 방지 보장과 피해 배상이 포함된다”며 “최소 6개월의 전쟁에 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같은 날 영상 성명을 통해 ▲핵 프로그램 타격 ▲탄도 미사일 시설 파괴 ▲정권 기반 무력화 ▲내부 보안군 압박 ▲수뇌부 제거 등 ‘5대 재앙’을 이란에 입혔다고 주장했다. 전쟁의 성과를 과시하며 종전의 명분을 조금씩 쌓기 시작한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31일 언론 브리핑에서 “앞으로 며칠이 결정적”이라며 이란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더 강도 높은 타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글을 올리고 “이란 새 정권의 대통령(New Regime President)이 방금 미국에 휴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을 요청한 당사자를 가리켜 “그의 전임자들보다 훨씬 덜 급진적이고 똑똑하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자유롭고, (안전이) 확보될 때 우리는 (휴전 요청을) 고려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그때까지 우리는 이란을 완전히 초토화할 것”이라며 “그들은 석기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자국 국영 방송에서 “우리가 휴전을 요구했다는 트럼프의 발표는 거짓이고 근거없다”며 즉각 부인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도 “이란은 휴전을 위한 조건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란이 (중재국을 통해) 답했다는 5가지 휴전 조건도 언론의 추측보도일 뿐, 침략자가 징벌받고 이란에 전액 배상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31일까지 중재자들과 대화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포함한 미국의 특정 요구 사항이 충족될 경우 이란과 휴전에 열려 있다는 입장임을 전하라고 밴스 부통령에게 지시했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내심을 잃었다고 전하면서 이란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기반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압박했다고 소개했다.

    ‘협상력 극대화’ 美항모 1대 더 이동...이란도 구글·애플·MS·메타에 보복 예고

     

    31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 기지에서 중동으로 출항하는 조지 HW 부시 항공모함에서 승조원들이 환송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종전 분위기가 고조되고는 있지만 양측 모두 재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도 않는 듯하다. 미국은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조지 HW 부시호를 31일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서 중동으로 출발시켰다. 조지 HW 부시호가 합류하면 중동에 배치되는 항모는 에이브러햄 링컨호, 제럴드 R 포드호 등 총 3척이 된다. 미군은 여기에 해병원정대 약 5000명과 육군 제82공수사단 소속 약 2000명도 중동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여차하면 이란에 마지막 일격을 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미국 국무부가 운영하는 테러 정보 신고·보상 프로그램인 ‘정의에 대한 보상’은 1일 X(옛 트위터) 계정에 이라크 주재 대사관 등 미국 외교시설 공격 배후에 대해 최대 300만 달러(약 45억 5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란도 최후의 순간까지 몸부림을 치겠다는 메시지를 연일 던지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번 전쟁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테러’로 규정하고 이에 협조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인텔 등 18개 거대기술기업(빅테크)에 보복 공격을 가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이끄는 나임 카셈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저항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교전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란 군부의 화학무기 개발 장소로 의심되는 연구개발 시설에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타스통신은 두바이 소재 알 하다트TV 보도를 인용해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이란 대법원장이 공습으로 수도 테헤란에서 숨졌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AP·로이터통신은 1일 카타르 라스라판 북쪽 해안에서 유조선 한 척이 발사체 2개의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쿠웨이트에서도 이란 측 드론 한 대가 공항 연료탱크를 공격해 큰불을 냈다.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라스라판 북쪽 해역에서는 카타르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카타르에너지가 용선한 유조선 1척이 발사체를 맞고 불이 나기도 했다.

    예멘의 친(親)이란 성향 후티 반군 또한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란, 헤즈볼라와 연합 공격을 펼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에 세 번째로 쏜 미사일이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는 1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심장부와 중동 여러 지역을 겨냥해 이날 새벽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드론 등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아랍에미리트(UAE) 근해의 구조물에 설치된 미군의 레이더 장비 2대, 바레인의 미국 해군 제5함대 기지 외부 병력 은신처, 쿠웨이트 알아다이리 기지의 미군 헬리콥터, 인도양 북부의 에이브러햄 링컨함 항공모함 전단 등이 표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혁명수비대 해군은 전날에도 UAE에 있는 미군 장교의 비밀 집결지를 공격해 37명을 숨지게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美, 호르무즈 해협 포기 검토...“유럽, 너희들이 직접 가서 열어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추진에 최대 우려 지점은 바로 국제 원유 수송로 문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까지 예고한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한 듯한 확실한 해결책이 딱히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IRNA통신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는 1일 성명에서도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을 확고하고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미국 대통령의 우스꽝스러운 쇼에도 이 해협이 이란의 적들에게 개방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유럽 등 다른 동맹국이 대신 해결해야 한다는, 적반하장식 주장만 늘어놓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소식은 월스트리트저널(WSJ)가 가장 먼저 띄웠다. WSJ은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고도 이란 전쟁을 끝낼 의사를 측근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해협을 강제로 개방하려면 위험 부담이 큰 군사 작전을 펼쳐야 하며, 이는 전쟁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도 “호르무즈 해협 때문에 연료를 구할 수 없는 모든 국가, 예를 들어 이란 지도부 제거 작전에 관여하기를 거부한 영국 같은 나라에 제안을 하나 하겠다”며 “미국산 석유를 사든지, 늦었지만 용기를 갖고 해협으로 가서 석유를 가져가든지 하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뉴욕포스트 전화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지금 당장 이란을 완전히 초토화하고 있고, 우리는 그곳에 그리 오래 있지 않을 것”이라며 “내 생각에 호르무즈 해협은 자동으로 열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힘이 남아있지 않으니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가서 직접 열면 된다”며 “내 유일한 임무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 작전에 내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에 난색을 표한 데 이어 스페인도 지난달 30일 미국 군용기의 영공 통과를 전면 불허했다. 이탈리아의 경우도 미국이 이란과 전쟁 중 시칠리아 공군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폴란드 또한 자국에 있는 패트리어트 방공 시스템을 중동에 보내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고, 프랑스도 이란 전쟁에 사용될 미국 무기를 수송하려는 이스라엘에 자국 영공을 불허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미군의 첫 이란 공습 때부터 “방공 지원 이상은 못 한다”며 군기지 사용을 거부했다.

    종전 후 나토 탈퇴 추진할 듯...“미국,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 무작정 공습한 듯”

    프랑스 우파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 AFP연합뉴스

     

    유럽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나토를 탈퇴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에 나토란 미국이 어딘가를 공격하면 자동으로 함께 가담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 후 미국의 나토 회원국 유지를 재고할 것이냐’는 질문에 “재고할 단계도 넘어섰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나토에 영향받은 적이 없다”며 “항상 그들이 종이호랑이인 걸 알고 있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걸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 문제가 아닌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자동으로 참여했다”며 “우리는 나토를 위해 거기 있었는데 그들은 미국을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30일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나토가 미국에 이익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만일의 사태 때 주둔권을 주기 때문”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나토를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 전쟁에 대한 비판에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이념적 동지 관계로 알려진 프랑스 우파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까지 가세했다. 르펜 의원은 1일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개입이 가져올 효과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 같다”며 “실제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고, 현재 이란 체제를 대체할 방안도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르펜 의원은 이어 “이번 공습이 무작정 이뤄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이란 국민을 해방하겠다는 목표는 도덕적으로 타당했으나 이 목표는 달성되지 못할 것이고 전쟁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펜 의원은 프랑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에도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쟁은 유가뿐만 아니라 식량 가격에도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며 “오늘날 그 누구도 군사 작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에서는 이달 말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의 방미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1일 영국 버킹엄궁은 이달 27~30일 찰스 3세 국왕의 미국 국빈 방문 계획을 발표했는데, 온라인 청원에서 방미 취소를 촉구하는 서한에 무려 14만 명 이상의 사람이 서명했다.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영국 해군 항공모함을 “장난감”이라고 조롱한 점을 들며 찰스 3세 국왕의 방문은 굴욕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휘발유 가격 급등 등 정치 부담 증가...국방장관은 개전 직전 블랙록 방산 ETF 투자 문의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인근의 한 주유소에 표시된 휘발유 가격. AFP연합뉴스

    온갖 구설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종전을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이 전쟁이 길어질수록 정치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쟁에 대한 전체 지지율도 낮은 데다 대외 정책 비(非)개입주의를 선호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도 최근 분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 달 이상 천문학적인 군비를 쏟고도 가시적인 국익을 얻지도 못했기에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용으로 내세울 성취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폭이 백악관 예상보다 크다는 점이 최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유가가 가뜩이나 관세 효과로 들썩이는 물가를 총체적으로 자극할 경우 민심이 더 빠르게 이탈할 수도 있다. 시장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요구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극히 낮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31일 전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4.018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시장이 요동쳤던 2022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한 달간 휘발유 가격 상승률만 약 35%에 이르렀다. 휘발유뿐 아니라 디젤 가격도 갤런당 5.42달러(약 8200원)로 이란 전쟁 전 3.76달러에 비해 44%가량 올랐다. 디젤은 트럭과 화물열차 등에 주로 사용되기에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물류비 전반을 끌어올릴 수 있다. 거시 경제 문제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비도덕적인 행태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격을 앞두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의 주식중개인이 지난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접촉해 방위산업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 측이 투자할 수 있다고 밝힌 액수는 수백만 달러에 달했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방위산업 ETF에는 RTX와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방산 대기업을 비롯해 미국 국방부를 최대 고객으로 둔 팰런티어 등도 포함됐다. 헤그세스 장관의 중개인이 소속된 모건스탠리 계좌에서는 블랙록의 해당 ETF 매수가 불가능해 결국 투자는 불발됐다. 헤그세스 장관이 블랙록이 아닌 다른 운용업체의 방위산업 ETF에 투자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FT에 따르면 23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대화 사실을 공개하기 15분 전부터 국제 원유 선물시장에서 거래가 급증했다. 관련 소식을 미리 알게 된 세력이 개입했음이 의심되는 대목이었다. 같은 날 미래 예측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도 ‘이달 31일까지 미국과 이란의 휴전 성사 여부’를 묻는 상품에 수십만 달러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한국 시간 2일 오전 10시 연설 주목...시장은 전쟁 종료 기대 선반영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중개인들이 증시 화면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제 시장의 눈은 트럼프 대통령의 1일 오후 9시(한국 시간 2일 오전 10시) 대국민 연설로 쏠리고 있다. 각종 발언만 난무하고 미국의 최종 전략을 누구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31일 X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관해 ‘중요한 최신 상황’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월가는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 국가를 욕보이면서 일방적으로 승리 선언을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강조하며 이란에 합의를 촉구하는 식으로 말이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금융시장의 화두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도 감안한 추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뉴욕 증시도 연일 급등하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종합지수는 31일 각각 2.49%, 2.91%, 3.83% 오른 데 이어 1일에도 0.48%, 0.72%, 1.16%씩 올랐다. 31일 상승폭은 3대 지수 모두 지난해 5월 12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31일 1.46% 내린 데 이어 1일에도 1.24% 하락했다. 31일 WTI 선물 가격이 내린 것은 4거래일 만의 일이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1일 2.7% 내리며 배럴당 101.16달러까지 내려갔다.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앞날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월가 예상대로 앞뒤 재지 않고 전쟁을 곧 끝내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경우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회복에 결정적인 호재가 될 수 있다. 반면 별다른 전략도 제시하지 않은 채 또다시 두루뭉술한 발언만 늘어놓는 ‘맹탕’ 연설로 그칠 경우 시장 변동성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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