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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국민이 바로 고발 가능”…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지금 이곳에선 2026. 4. 1. 15:43
“이젠 국민이 바로 고발 가능”…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
李 “불공정행위 처벌 개선” 지시
일반 국민·사업자에 고발권 허용
고발요청권도 검찰 등 4개 기관서
50개 중앙행정기관·지자체로 확대
“고발 남용·경쟁사 견제 악용 될수도”
법무·산업장관 일제히 우려 나타내
김남명 기자
입력2026-04-01 05:30
수정2026-04-01 05:30
지면 8면

공정거래위원회에만 부여돼 온 전속고발권이 약 46년 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법·하도급법 등 형사처벌 규정이 있는 6개 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앞으로는 공정위에 고발을 요구할 수 있는 ‘고발 요청권’도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고발 증가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뉴스1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31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속고발제 전면 개편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개편은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 체계를 신속히 개선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2월 3일 국무회의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원칙적으로 아무나 고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왜 공정거래 사건은 고발이 있어야만 수사가 가능하냐”며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수사도, 처벌도 못하는 구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국민 집단 고발 허용’이다. 공정위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국민이나 사업자가 공동으로 고발할 경우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수사와 기소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일반 국민 300명, 사업자 30개사를 그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전속고발제 도입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주권자인 국민이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검찰총장,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달청장에게만 주어졌던 고발요청권을 50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광역자치단체, 226개 기초자치단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고발요청권이 확대돼야 다른 기관이 공정위를 감시할 수 있다는 게 주 위원장의 설명이다.
전속고발권은 기업들이 무분별한 고발과 수사 과잉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1980년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 운영 과정에서 공정위 판단에 따라 고발 여부가 좌우되면서 “고발권을 독점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1996년 검찰에 고발요청권이 부여됐고 이어 2013년에는 감사원과 중소벤처기업부·조달청까지 해당 권한이 확대됐다. 현재 이들 기관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반 국민과 기업의 고발권은 여전히 제한돼 있어 개편 요구가 이어져왔다. 다만 제도 개편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발이 늘면서 법무 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기본적인 개편 취지나 방향은 공감한다”면서도 “일정 수 이상의 국민에게 고발권이 부여되면 고발권 남용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중대한 악성 범죄로만 일반 국민의 고발권을 제한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기업 현장에서 경쟁사를 고발하는 데 이 제도를 악용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며 “제도를 설계할 때 중소·중견기업들에 또 다른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했으면 좋겠고 경제단체들과도 긴밀히 소통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행정조사와 형사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중복 조사’ 문제도 나올 수 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우리나라는 아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정거래법 집행에서 행정형과 형사형이 병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양 기관이 경쟁적이고 적극적으로 사건을 잡아내기 시작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활동이 많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고발요청권 등을 무제한적으로 늘리는 게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오늘 결론을 내자는 것은 아니고 국무위원과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과 함께 형사처벌 체계 개편도 논의한다. 담합, 기술 유용,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한해서만 형벌을 유지하고 일반적인 영업 활동과 관련된 불공정 행위는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 중심으로 규율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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