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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요일에 일을 할 것인가?’ 국민투표로 물었더니 [평범한 이웃, 유럽]
    지금 이곳에선 2025. 7. 13. 13:14

    김진경의 평범한 이웃, 유럽

    ‘일요일에 일을 할 것인가?’ 국민투표로 물었더니 [평범한 이웃, 유럽]

    스위스에서는 ‘일반적으로’ 일요일 근무가 금지되어 있지만 시대에 맞춰 자연스럽게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취리히에선 마트의 일요일 영업을 두고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스위스 취리히의 촐슈트라세에 있는 미그로 데일리. 지난 6년 동안 이 매장은 일요일 영업 문제로 세 번이나 고소를 당했다. ⓒ김진경

     

    2011년 5월, 내가 스위스 취리히로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토요일 오후에 동네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상품의 독일어 설명을 사전 찾아가며 더듬더듬 읽고 있는데 매장 직원이 다가와 문 닫을 시간이니 나가달라고 했다. 바깥이 아직 환한데 영업 종료라니, 당황해서 시계를 봤다. 6시를 갓 넘긴 시각이었다. 급히 계산을 마치고 나와 보니 매장 입구에 토요일 영업이 6시까지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난감했다. 필요한 걸 다 사지도 못한 데다 다음 날인 일요일은 마트가 아예 문을 닫기 때문이었다. 주말이 훨씬 붐비는 한국의 대형마트 쇼핑에 익숙했던 나는 답답했다.

    고객이 많은 주말에는 오히려 영업을 더 길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이후 스위스 마트 영업 규정에도 변화가 생겼고, 내가 갔던 마트도 요즘은 토요일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 하지만 일요일은 여전히 휴업이다.스위스에서는 ‘일반적으로’ 일요일 근무가 금지되어 있다. 이 말은 정부 당국에서 승인을 받고 대상 직원의 동의를 얻은 경우 일요일 근무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일요일 근무자는 특별한 수고를 더 하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이에 대한 보상도 추가로 주어진다.

    우선 시급이 평일에 비해 50% 더 높다. 휴가도 늘어난다. 일요일 근무가 5시간 이하인 경우 4주 이내에 동일한 시간의 휴가를 사용할 자격이 생긴다. 5시간 이상 근무했다면 2주 내에 (기존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최소 24시간 연속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휴가를 대신해 현금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일요일 근무가 합법인 직종이 일부 존재하긴 한다. 의료, 언론, 접객 분야, 그리고 신문 가판대나 제과점, 극장 등이다. 마트는 여기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트야말로 시간에 관계 없이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필수 업종이 아닌가.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이나 여행객의 수요를 맞출 필요가 있고, 따라서 스위스에서도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일요일 마트 영업은 허용한다. 공항, 기차역, 주유소, 그리고 산악 관광지대에 있는 마트가 그에 속한다. 어떻게든 영업시간을 늘리려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 예외 조항을 확대하려고 로비를 하거나, 또는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어 문을 열기도 한다. 일요일 근무를 법으로 금지한 정부와 이를 우회해 영업하려는 유통업체, 그리고 최전선에서 이를 막으려는 노조 사이의 밀고 밀리는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케이스가 하나 있다.

    취리히 시내 중앙역 인근의 촐슈트라세(Zollstrasse)에 있는 ‘미그로 데일리(Migros Daily)’를 둘러싸고 최근 몇 년 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그로(Migros)’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유통 체인이고 미그로 데일리는 그 하위 브랜드다. 한국으로 치자면 ‘이마트’의 자회사인 ‘이마트24’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촐슈트라세에 미그로 데일리가 문을 연 건 2019년 5월이다. 이 논란에서는 매장의 위치가 중요하다.

    매장은 취리히 중앙역 18번 플랫폼 바로 길 건너에 있어서 역과 아주 가깝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차역 외부에 있다. 역의 경계선과 매장 입구까지는 10m도 채 되지 않는다. 미그로는 이를 중앙역에 속하는 매장, 즉 법적으로 일요일 영업이 허용되는 위치라 판단하고 주 7일 문을 열었다. 하지만 스위스 최대 노조 우니아(Unia)는 중앙역 밖에 있는 미그로 데일리의 일요일 영업이 불법이라며 경제노동청(AWA)에 이의를 제기했다. 경제노동청이 불법임을 인정하면서 미그로 데일리는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미그로 데일리 셀프 계산대. 일요일 직원 근무가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에 대항해 무인 매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셀프 계산대를 만들었다. ⓒ김진경

    그러나 미그로 데일리는 고객 셀프 계산대를 설치하는 리노베이션을 거쳐 2020년 10월 다시 문을 열었다. 일요일에 누군가 근무를 하는 게 불법이라면, 사람 없는 무인 매장은 합법이라는 해석이었다. 이번에는 경제노동청도 문제가 없다며 일요일 영업을 허용했다. 우니아가 보기에 그것은 꼼수였다. 우니아의 조사 결과 판매 직원은 없었지만 매장을 지키는 경비원이 일요일에 근무를 하고 있었다. 경비원은 아침에 출근해 매장에 불을 켜고, 셀프 계산대 줄을 감독하고, 노숙자나 주취자 등을 매장에서 쫓아내고, 고객이 쇼핑하다 쏟은 음료를 치우는 일까지 하고 있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일요일 아침에 미그로 데일리에 빵 등의 신선식품을 비치하기 위해 인근 중앙역 내 일요일 근무가 허용되는 다른 매장 직원들이 이 매장으로 빵을 배송해왔다. 무인 매장이라던 촐슈트라세 미그로 데일리의 일요일 영업을 위해 경비원과 타 매장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니아는 이것이 불법행위라고 고소했고, 취리히 행정법원은 우니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2022년 봄, 미그로 데일리의 일요일 영업은 다시 중단됐다.

    무인 매장의 일요일 영업은?

    이게 끝이 아니다. 미그로 데일리가 일요일에 문 열고 닫기를 반복하던 사이 촐슈트라세에 변화가 생겼다. 취리히 시가 이 거리 일부를 재개발하며 차량 통행금지 구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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