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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령에 없던 “한겨레 단전·단수”…윤석열 ‘사전 지시’였나지금 이곳에선 2025. 1. 14. 10:48
포고령에 없던 “한겨레 단전·단수”…윤석열 ‘사전 지시’였나
12·3 당일 일정 취소, 김용현과 통화
김남일기자
수정 2025-01-14 09:10등록 2025-01-13 17:46
지난해 10월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지호 경찰청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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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파’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한겨레 등 주요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위헌·위법한 계엄 포고령에도 없는 언론사 단전·단수 조처를 선제적으로 취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전 직접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계엄법에 따라 계엄 선포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는 국무위원은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두 사람이다.
13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계엄 선포 직후 이상민 장관으로부터 한겨레·경향·엠비시(MBC)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았는지’를 물었다.
거듭된 질문에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얼버무리던 허 청장은 ‘위증죄와 내란 혐의로 수사받을 수 있다’고 윤 의원이 압박하자 “이상민 장관으로부터 (한겨레 등) 몇몇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시인했다.
허 청장은 단전·단수가 소방업무가 아니어서 소방청 차장과 논의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상민 전 장관의 불법 지시를 한 달 넘게 숨기고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행태에 비춰볼 때, 실제 어느 선까지 지시가 내려갔는지 소방청·한국전력·수도사업소 등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긴급 소집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계엄 포고령에는 한겨레 등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 같은 내용은 없다. 이 전 장관이 허 청장에게 단전·단수 지시를 한 시점이 계엄 선포 직후였다는 점에서, 국무회의 이전에 이런 사실을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에 차마 담지 못한 초법적 지시는 따로 관련 기관장을 불러 전달했다. 실제 이 전 장관의 지휘를 받는 경찰조직은 계엄 선포 전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접수 대상 언론사 명단을 받았다.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달 3일 오후 조지호(구속기소) 경찰청장과 김봉식(구속기소) 서울청장을 서울 삼청동 안가로 불러 ‘접수할 기관’ 10여곳 리스트를 넘겼다.
앞서 조지호 전 청장의 변호인은 “(접수 대상) 언론사는 엠비시 말고 더 있었다. 예민한 내용이 있었는데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리스트에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엄 선포 전후 이 전 장관 행적은 내란에 깊숙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렀다.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달 3일 울산에서 열린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 참석했던 이 전 장관은 대통령과의 만남을 이유로 예정됐던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고 오후 5시40분께 서울행 케이티엑스(KTX)를 탔다. 이 전 장관은 20여분 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김용현(구속기소)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를 하기도 했다. 김용현·이상민 두 사람은 충암고 선후배 사이다.
앞서 이 전 장관은 국회에서 “(12월3일) 점심 무렵에 대통령님과 일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저녁 9시로 예매했던 비행기 표를 취소하고 기차를 이용해 서울로 이동했다”면서도 통화 대상이 김 전 장관이라는 것은 함구했다.
계엄 해제 뒤 이 전 장관의 행적도 내란 사태 개입 의혹을 키운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5일 국회에 나와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것”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해제 의결이) 가능했겠느냐” “국회 권한을 막고자 마음먹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며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를 적극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주요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같은 자신이 내린 불법 지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 12·3 비상계엄 해제 당일인 지난달 4일 밤에는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과 따로 만나기도 했다. 안가 회동 목적을 두고 내란사태로 번진 계엄 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논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 전 장관은 국회에 탄핵소추안이 보고된 다음 날인 지난달 8일 사의를 밝혔고, 윤 대통령은 곧바로 면직을 재가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6일 경찰 특별수사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현재 이 전 장관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맡고 있다. 지난달 18일 검찰은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수사를 공수처에 이첩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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