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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내란 특검법은 보수궤멸법”…지지율 오르자 ‘극우 본색’ 드러내지금 이곳에선 2025. 1. 14. 10:50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민의힘 대다수 의원들이 ‘내란 특검법’이 “보수궤멸법”이 될 것이라며 자체 발의안을 내는 데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헌법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니 비상계엄 선포 자체로 위법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최근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보수세력이 결집하며 국민의힘 지지율이 회복 기세를 보이자, 국민의힘 안에선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 자체마저 부정하는 등 극우 지지층에 동조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계엄 선포 자체가 위법 맞냐”…“내란특검법=보수궤멸법이라 반대”
3선 중진인 송언석 의원은 13일 오후 국민의힘 자체 ‘내란 특검법’ 발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패악질하면서 법치주의를 농락했다”며 “헌법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비상계엄 선포 자체로 위법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으니, 율사 출신들이 잘 설명을 해달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상황’ 등 헌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도,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 행위라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 등을 들며 이 부분부터 따져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다.
초선인 박상웅 의원은 “(내란 특검법을 논의할 때) 제 개인적 판단은 (야당에) 끌려가지 말고 ‘윤 대통령이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부분을 중점으로 검토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의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이날 의총에선 주진우 의원이 수사대상과 기간을 축소하는 자체 ‘내란 특검법’을 발의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보수궤멸법”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지금이라도 자체 내란 특검법을 발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김상욱 의원에게는 인신 공격성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김상욱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상욱 의원이 당론과는 달리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두고, 원내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대식 의원이 “우리가 전두환 추종세력이냐. 우리가 히틀러, 김상욱은 유대인이냐”며 “뜻이 안 맞으면 같이 안 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저격한 것이다.
또다시 나온 ‘종북’ 프레임’…“민주당, 김정은 궤변 대변…통진당과 유착해 내란 운운 자격 없어”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을 앞두고 민주당이 재발의한 ‘내란 특검법’과 관련해 “대북확성기와 대북전단이 외환죄 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은 한국 정부가 북한 도발을 자극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궤변을 대변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극우 지지층 입맛에 맞는 ‘종북’ 프레임 등 철지난 색깔론을 꺼내든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선 민주당이 12·3 내란사태와 관련한 가짜뉴스를 유포한 유튜버 등을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고발한 것을 언급하며 “실제 내란 세력과 정치적으로 유착된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죄를 목놓아 외치고 있다”며 “민주당은 내란을 운운할 자격이 없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 당시 내란 선동죄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이석기 전 의원 등이 주축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과 범야권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한 걸 문제 삼으며 “민주당이 내란죄를 목놓아 외치는 것은 가소로운 부조리극”이라고 한 것이다.
‘카카오톡으로 내란 선동 관련 가짜뉴스를 퍼트리면 고발하겠다’고 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민주당의 독재 본능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번 내란 사태와는 관련 없는 총선 선거연대까지 끌어들여 ‘종북’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옭아매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정당 지지율이 12·3 내란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국민의힘 안에선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은 물론 탄핵에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듯한 발언들이 여과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비대위원장은 “내란죄 수사 헌재 판단 이후”…국회 부의장은 “국가 원수 수갑 채워 끌고 갈 무슨 이유 있냐”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 한 사람을 체포하겠다고 1천명이 넘는 기동대와 마약범죄수사대를 동원한다고 하면, 우리 국민이 어떻게 이를 공정한 수사라 납득할 수 있겠냐”며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끝난 뒤 진행하는 게 헌법 질서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에 출석 요구를 거부한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 욕보이기’란 극우 지지층과 목소리를 함께 하며 내란죄 수사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판사 출신인 국회 부의장 주호영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은 직무가 잠정 중단됐을 뿐 지금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자 국가 원수”라며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국가 원수를 수갑 채워 끌고 갈 무슨 이유가 있느냐.
아무리 명백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해도 피의자의 기본권 제한은 과잉금지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폭력의 상징인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 자리를 주선하고 “선거 부정을 파헤쳐서 종북 좌파 국회를 해산하자”고 외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최하는 집회에 나가 90도로 인사를 해 논란이 된 김민전·윤상현 의원에 대해 징계조차 하지 않고 방치만 하고 있다.
당 안에서는 극우 지지층을 의식한 이같은 과도한 발언이나 행보가 향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지지율이 올랐다는 착각에 빠져 중도를 외면하고 극우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다 나중에 더 큰 화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지금 갈 길을 잃고 극우 전광훈 정당에 포획돼 가는 형국”이라며 “거기에 지지율 착시 효과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면 나중에 현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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