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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무역파고 100일 내 닥칠 것…한국 최악 상황 대비해야”지금 이곳에선 2024. 11. 11. 11:10
“트럼프발 무역파고 100일 내 닥칠 것…한국 최악 상황 대비해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 좌담회서 전망
박종오기자
수정 2024-11-11 11:04등록 2024-11-11 1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100일 내에 한국 등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을 상대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경제·통상 정책 속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관세 인상과 한국 기업 보조금 지원 축소 등을 넘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지 엄포까지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한구·유명희·박태호·김종훈 등 역대 통상교섭본부장 4명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경제인협회 건물(FKI타워)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이날 좌담회는 ‘미국 신정부 출범, 한국 경제 준비되었는가:역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묻는다’를 주제로 마련했다. 이들은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 대외 통상 정책을 총괄한 바 있다.
전임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현지 반응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 웨이브’(백악관과 의회 모두 공화당의 상징인 빨간 물결이 장악하는 것)를 몰고 오며 낙승함에 따라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 어젠다(의제)는 취임 100일 이내에 강력하게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2기 정부는 무역적자 축소, 미국 제조업 부흥, 미·중 패권 경쟁 우위 확보라는 3대 목표 아래 관세 등 통상 정책을 핵심 수단으로 사용해 ‘아메리카 퍼스트’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트럼프 정부가 양자 관계를 판단하는 척도가 ‘무역적자’인 만큼, 미국의 무역 적자국 중 8위인 한국은 중국·멕시코 등에 이어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유 교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설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직접 협상해 본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미국 정부의 특징으로 △동맹국 여부와 무관하게 무역수지 적자를 핵심 판단 잣대로 삼고, △세계무역기구(WTO),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 여부 등을 개의치 않고 무역적자 축소 조처를 도입하며 △협상 요구에 진전이 없으면 곧바로 조처 시행에 나서는 빠른 속도감 등을 꼽았다.
유 교수는 “트럼프 2기는 세계무역기구 출범 30년 중 가장 큰 위기”라며 “세계무역기구가 철저한 개혁을 하지 않으면 규범에 기반한 다자 무역 체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새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2019년 10월 30일 1기 재임때 한국을 방문해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한국 경제인 간담회를 열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간담회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당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을 일으켜 세우고는 “휼륭한 리더”라고 추켜세웠다. 연합뉴스
이날 역대 통상본부장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지 또는 전면 수정,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칩스법(반도체 지원법) 철폐 등의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지난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수석대표를 맡은 바 있는 김종훈 전 의원은 “미국이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상태이므로, 보편 관세(모든 수입품에 관세 10∼20% 부과) 도입 등을 통해 기존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는 건 대외 관계와 미국 경제 영향을 고려할 때 미국 입장에서도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개정 협상을 하게 된다면 양쪽의 이익이 균형 있게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도 “인플레이션감축법의 혜택을 받는 공화당 지역이 많은 만큼 보조금 삭감 등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법 역시 큰 변화는 없겠지만 보조금 지원 축소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박 원장은 “미국 정부의 보편 관세가 실제 한국에도 적용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상호 관세 철폐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미국의 일방적 조처에도 우리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관세 면제나 우리 쪽 요구사항의 반영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여 선임연구위원도 “트럼프 1기 당시에 비해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등 위상이 8년 전에 비해 높아진 만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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