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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경제 세계 3위 오르면 뭐하나... 고용·종교 등 문제 산적"지금 이곳에선 2024. 11. 9. 17:41
"인도 경제 세계 3위 오르면 뭐하나... 고용·종교 등 문제 산적"
[WEEKLY BIZ] '두 개의 인도' 저자 아슈카 모디 교수 "인도, 부실한 기초 교육과 경공업 경시 문제부터 풀어야"
윤성현 인턴기자
입력 2024.10.31. 17:39업데이트 2024.11.0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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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쇼카 모디 프린스턴대 교수/프린스턴대
덩치만 놓고 보면 과거 식민 모국인 영국을 이미 추월한 인도 경제는 계속 질주할 수 있을까. 인도는 장래에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잠룡으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경제 규모가 2026년 일본, 2028년 독일을 누르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인도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인도계 미국인인 아슈카 모디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부실한 기초 교육과 경공업에 대한 경시가 만들어낸 심각한 일자리 부족 문제를 생각한다면 인도가 ‘세계 GDP 3위’로 성장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도 경제가 덩치는 커지겠지만, 기초가 부실해 현 상태로는 꾸준히 도약하긴 어렵다고 본 것이다.
◇印, ‘붉은 여왕의 경주’에서 뒤처져
-저서 ‘두 개의 인도’에서 인도 경제가 ‘붉은 여왕의 경주에서 지고 있다’고 표현한 이유는.
“작가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은 이렇게 말한다. ‘제자리에 있으려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서 달려야 해요.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적어도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요’라고 말이다.
자리에 멈춰 서서 현상 유지를 하려면 끊임없이 뜀박질을 해야 하는 기묘한 세상을 이렇게 묘사한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인도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는 젊은 인구가 많아 생산 가능 인구가 자꾸 늘어나는데,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그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뜀박질하듯 빠르게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뒤처진다는 얘기다. 인도가 붉은 여왕의 경주에서 지고 있다고 표현한 건 그 때문이다.”
-인도 실업률이 6~7%라 그리 심각한 게 아니지 않나.
“‘불완전 고용(underemployment)’이 많아서 문제다. 너무 짧은 시간만 일하고 원하는 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음식을 팔거나, 기념품 가게에서 하루 2~3시간만 일하는 ‘불완전 취업자’가 많다. 인도에선 (이미 취업자로 분류되는) 2억~2억5000만명의 사람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인도가 독립 직후 중공업 중심의 산업 발전을 꾀한 게 일자리 부족 문제를 더 키웠다고 보나.
“그렇다. 산업 발전이나 교육엔 밟아나가야 하는 단계가 있다.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한국과 대만이 경공업으로 경제의 기초를 다진 다음 중공업 육성으로 경제 규모를 키워나갔다. 한국은 1950~1960년대에는 경공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고, 1970~1980년대에는 중공업 성장에 힘썼다. 이에 한국에선 심각한 실업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는 중공업을 키우면서 ‘철강 공장 준공식’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길 원했다. 네루가 집중 육성한 과학·공학 교육, 고등교육도 물론 좋은 것이다. 하지만 질 좋은 초등교육처럼 탄탄한 기초교육을 받은 이들이 많아져야 한국의 삼성과 현대 같은 글로벌 기업을 키워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일각에선 인도가 제조업보다는 고급 기술 산업을 더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인도는 앞으로 10~15년 동안 2억~3억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인도는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파운드리(반도체 제조)보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단계로 바로 도약해야 한다’(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주장도 있지만, 팹리스 기업은 소수의 전문가 위주의 일자리를 만들 뿐이다. 당장 경공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인도엔 희망이 없다. 인구 배당 효과(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늘면서 경제 성장에 득이 되는 현상)를 누리는 게 아니라 ‘인구의 저주’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도 인도의 약점인가.
“최근 인도 여성들도 기본적인 교육은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10학년(한국의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학업을 그만두는 여학생이 많다. 또 인도 여성은 성폭행이나 살인 같은 강력 범죄에 노출돼 있다. 특히 인도의 시골 지역에서는 이러한 일이 빈번해 여성들이 일자리를 갖는 것을 주저한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인도 여성들의 경제 활동과 고용이 위축된다. 이는 인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정치 부패
-인도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다른 원인이 있다면.
“(인도에서 다수 종교인) 힌두교 기반 민족주의가 심화하는 것도 문제다. 무슬림이나 기독교도 등 소수 종교 신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무슬림에 대한 박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까지도 매일 ‘무슬림 근로자가 식당에서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식의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종교에 대해 단순한 차별하는 것을 넘어 경제·사회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어떤 대안을 내놓으려는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저서에서 ‘정치 부패’도 인도의 당면 과제로 꼽았는데.
“일단 인도에선 정치인에 대한 정치 자금 후원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돕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정치인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부자들이 정치인들을 후원하고, 정치인들은 그들의 이익에 봉사한다. 그래서 인도 정치인은 도로 같은 기반 시설이나 큰 건물을 짓는, 소위 ‘돈 되는 사업’에 집중한다. 이는 인도 전체의 불평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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