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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매수 의혹]① 쌍방울, 대북송금 핵심 증인 '금품 매수' 정황 포착지금 이곳에선 2024. 6. 13. 09:58
[증인매수 의혹]① 쌍방울, 대북송금 핵심 증인 '금품 매수' 정황 포착
기사 요약
① 안부수 아태협 회장 최측근의 폭로 "쌍방울에서 안부수 딸이 살 집 구해줬다"
② 쌍방울 임원과 수시로 통화하고 만난 정황...최측근과 딸의 카카오톡에 고스란히
③ 쌍방울이 제공한 서울 송파구 오피스텔...취재진이 가보니 실제로 안부수 딸 거주 중
④ 딸 이사 직후부터 법정에서 기존 증언 뒤집은 안부수...짙어지는 '증인 매수' 의혹
뉴스타파는 국가정보원 비밀 문건과 검찰 수사기록을 토대로 '대북 송금'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쌍방울 소속 내부자가 검찰에서 직접 경험한 이른바 '진술 세미나' 정황도 공개했다. 이어서 오늘(11일)은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회사 임원을 동원해 '대북 송금' 재판의 핵심 증인을 금품으로 매수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정황을 보도한다.
지난 7일, 법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과 벌금 2억 5천만 원을 선고하면서 "김성태 회장과 임원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밖에 재판부가 믿을 수 있는 핵심 증인으로 지목한 사람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다. 김성태와 안부수는 불법 '대북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의 공범 관계다.
뉴스타파는 쌍방울이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인 안부수 회장을 조직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과 그 직후 안부수의 법정 증언이 뒤바뀐 사실을 포착했다. 만약 '증인 매수'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재판 결과의 정당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좌)과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우)
안부수 최측근의 폭로 “쌍방울이 안 회장 딸의 집 마련해줬다"
안부수 회장은 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을 북한 고위 인사들과 이어준 대북 브로커다. 2018년 당시 그는 북한의 통일전선부와 직접 소통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북의 통일전선부는 국정원과 통일부를 합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국가정보원은 안부수를 '협조자'로 고용하기에 이른다. 안부수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이어준 것은 다름아닌 국정원 블랙요원 김모씨였다. 이후 이화영 전 부지사가 안 씨를 쌍방울과 이어준다.
그러나 2019년 1월 국가정보원은 안부수에 대한 협조자 지위를 박탈한다. 쌍방울 김성태와 밀착해서 자금 지원을 받고, 김 회장과 북한 인사들을 몰래 만난 뒤 보고를 누락한 사실이 발각된 와중에 김성태와 안부수가 대북 사업을 내세워 쌍방울 계열사의 주가를 부양하려고 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앞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국가정보원 2급 비밀 문건에서 확인된다.(관련 기사 : [국정원 문건]① 비밀보고서에 "쌍방울, 대북사업 내세워 주가조작" 정황)
2019년 1월에 쌍방울 김성태가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송명철 부실장에게 300만 달러를 건넬 때도 안부수가 등장한다. 안부수는 아태협 직원을 시켜 쌍방울로부터 받은 기부금 중 5억 원을 달러와 위안화로 바꾼 뒤, 중국으로 밀반출했다. 즉 안부수 회장은 대북 송금 사건의 중심 인물로 그의 법정 증언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었다.
그런데 아태협 직원으로 안부수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B씨는 "지난해 3월경 쌍방울그룹이 구속된 안 회장의 딸에게 서울 송파구 소재의 오피스텔을 마련해줬다"고 폭로했다. B씨는 "안 회장이 (구치소) 안에서 (석방 후) 나가서 있을 집을 해달라고 먼저 얘기를 했다"면서 실제로도 청탁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측근 B씨와 안부수의 딸은 쌍방울 임원과 수시로 통화하고 소통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이들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자신이 쌍방울 임원과 통화한 내용을 알려주거나, 쌍방울이 마련해준 집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준비하면서 나눈 대화들이다.
그래서 ㅇㅇㅇ(쌍방울 임원)이 ‘법인이 되는 사무실로 되어 있는데 살 수 있는 그런 곳을 찾는데 쉽지가 않다. 남의 명의로 해야 되고 회사 명의로도 하면 안 되고’ 그렇게 찾은 데가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쪽인 거예요.
안부수 아태협 회장의 최측근 직원 B씨
아태협 직원B씨와 안 회장의 딸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쌍방울이 제공한 서울 송파구 오피스텔...실제로 안부수 딸의 거주 사실 확인
지난해 5월, 법원은 안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경기도의 대북 사업 보조금을 횡령하고, 김성태와 공모해 중국으로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였다.
취재진은 측근 B씨의 제보를 토대로 안부수 회장과 그의 딸이 거주 중인 위치를 확보했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소재 주거용 오피스텔이었다.
인근 부동산에 물어보니 세는 매매로는 4억여 원, 전세가는 3억 3천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취재 도중 안부수 회장의 딸을 우연히 마주쳤다.
"쌍방울에서 오피스텔을 구해준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회장의 딸은 “부모님께 여쭤봐야 한다"고만 답했다. 취재진이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묻자, 안 회장의 딸은 대뜸 측근 B씨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이후 안부수 회장을 계속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었다.
측근 B씨의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쌍방울 임원이 안 회장의 딸을 만난 날짜(2023년 2월 18일), 거여동 오피스텔로 이사를 하는 날짜(2013년 3월 31일) 등 '거처 제공'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 있다.
쌍방울그룹이 안부수 회장 측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소재 오피스텔. 이곳의 시세는 매매가 기준 4억여 원, 전세가 기준으로는 3억여 원이다.
쌍방울의 오피스텔 제공 직후부터 뒤바뀐 '법정 증언'
안 회장은 지난해 2월 3일 재판까지만 하더라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같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2019년 5월 북측과 이재명 지사 방북과 관련한 회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지난해 4월부터는 김성태 쌍방울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하기 시작했다. “쌍방울이 북한에 준 800만 달러는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가 맞다"는 취지로 말을 바꾼 것이다.
아래는 안부수 회장이 지난해 4월 18일에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증언한 내용이다.
이화영 측 변호사가 지난 1월 31일에 증언한 내용과 왜 달라졌냐고 묻자, 안부수는 "몸이 안 좋았다가 이제는 조금 안정이 되어서 정신은 다시 돌아오고 기억들이 새롭게 나니까 지금 증언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답했다. 변호사가 증언 변경을 계속 추궁하자 "그건 잘못 진술한 것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증죄 처벌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증언을 뒤집어야만 하는 이유로 보기엔 부족한 답변들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에 재판에 출석한 안부수 회장의 증언 녹취서(2013.4.18)
이화영 전 부지사에 재판에 출석한 안부수 회장의 증언 녹취서(2013.4.18)
쌍방울 김성태의 '증인 매수'...수원지검 '진술 세미나'에서 합의됐을 가능성
쌍방울 김성태 회장의 '증인 매수' 의혹은 구속된 피의자들끼리 검찰에서 만나 이른바 '진술 세미나'를 벌였다는 의혹과도 연결된다.
뉴스타파 취재에 근거해 사건의 경과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1) 2023년 1월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체포됐고 2) 같은해 2~3월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김성태와 안부수 등이 만나 상의했다는 일명 '진술 세미나' 의혹이 있었다. 3) 이어서 쌍방울 임원이 안부수 회장의 딸과 측근 B씨를 접촉했다. 4) 그 결과 3월 31일 안부수 딸이 송파구 오피스텔 이사(3.31)했고 5) 마침내 4월 안부수의 법정 증언 내용이 김성태와 같은 방향으로 변경됐다.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
수원지법은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선고 직후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화영 부지사는 범죄사실을 부인했지만, 김성태 회장과 쌍방울 직원들, 그리고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진술이 일치한다 ▲김성태 회장은 국내에서 기업 집단을 운영하는 CEO고, 주가 조작만을 위해 대북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게 판사의 주된 선고 이유라고 밝혔다.
만약 구속된 김성태의 지시를 받은 쌍방울 임원이 회삿돈으로 안부수의 딸에게 오피스텔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재판 결과의 정당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이 사건 판사는 별다른 물증 없이 "김성태와 쌍방울 직원들, 그리고 안부수의 증언이 일치한다"는 사실에 크게 의존해 중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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