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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오판한 정부, 정보·외교력의 실패지금 이곳에선 2023. 11. 29. 21:37뉴스 분석 - 부산 엑스포 무산
투표 직전까지 ‘박빙 승부’라더니
역전극 전망과 달리 90표 차 ‘참패’
윤 대통령 “모두 제 부족함” 사과
책임론 거세 국정동력 약화 불가피
윤 대통령, 예고 없이 대국민담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려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지만 예상보다 큰 득표 차로 충격은 배가됐다. 정부가 투표 직전까지 박빙 승부를 거론하며 대역전극을 기대한 것과 달리 결선투표조차 만들지 못해 외교력과 정보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라고 사과했지만,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에 대한 책임론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부산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투표국 165개국 중 29표를 얻어 2030년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사우디 리야드가 1차 투표에서 119표로 3분의 2 이상을 얻어 개최지로 확정됐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로 3위를 기록했다. 부산엑스포유치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결과 발표 직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이 ‘오일머니’ 자본력을 앞세운 리야드와 승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90표 차이의 참패는 예상 밖의 결과다.
정부는 투표 직전까지 “박빙 승부가 될 것”(전날 외교부 당국자)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부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의 3분의 2 득표를 저지하고 결선투표에서 역전한다는 전략을 구상했다.
정부가 판세를 정확히 읽지 못하며 외교력과 정보력 부재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외교 역사에서 이렇게 큰 표 차이가 나는 경우는 없었다. 결과를 매우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말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유치전에 늦게 뛰어들어 불리했다고 주장했다. 유치위 자문을 맡은 김이태 부산대 교수는 사우디의 ‘오일머니’ 물량 공세로 저개발 국가들의 “금전적 투표”가 이뤄졌다고 했다.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밖의 큰 표차 패배는 국민들의 정부 신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국정운영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경남(PK) 지역 민심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유치 활동을 진두지휘한 한 총리 등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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