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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선 툭하면 국민투표를 한다 [탐나는 유럽]지금 이곳에선 2026. 6. 29. 13:16
스위스에선 툭하면 국민투표를 한다 [탐나는 유럽]
20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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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님, 무더운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저는 얼마 전 스위스 취리히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총인구를 1,000만 명으로 제한하는 인구상한제 찬반 국민투표가 있었거든요. 말 그대로 스위스 인구를 1,000만 명 이내로 제한하는 것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묻는 투표였습니다.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인구 총량을 제한하겠다니, 무슨 자신감인가 했는데요. 실상은 인구 상한을 두는 방식으로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임금은 높고 세율은 낮은 스위스로 몰려든 이민자들이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거든요. 이민자 급증으로 주택이 모자라고 각종 인프라가 부족해지면서 ‘이대로 더는 못 살겠다’는 겁니다.특이한 점은 이 국민투표를 정부와 재계는 결사반대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외식, 숙박, 의료, 건설업 등 저임금 노동을 이민자에게 맡기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스위스 경제는 고학력 외국인 인력에 대한 의존도도 높거든요. 우리에게도 너무 유명한 스위스 식품기업인 네슬레나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 로슈 등은 외국인 인재를 많이 채용하는데요, 총인구를 1,000만 명으로 제한해서 외국인을 못 들어오게 하면 경제에 큰 타격이 된다는 겁니다. 물론 저임금 노동력 부족도 피할 수 없고요.보통 투표일이 다가오면 찬성표가 크게 줄어드는데요. 이번엔 투표가 임박해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도 찬반이 팽팽해서 더 화제가 됐습니다. 제가 출장을 다녀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극우 성향의 스위스국민당(SVP)이 주도한 이 국민투표를 정부는 왜 울며 겨자 먹기로 추진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찌됐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본문에서 다루기로 하고요.오늘은 초반에 레터 주제를 다 공개해버렸네요😅 23번째 레터 주제는 ‘툭하면 국민투표하는 스위스’ 입니다.
인구를 1,000만 명으로 인위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건 사실 불가능한 미션입니다. SVP는 2050년까지 인구가 1,000만 명이 되는 걸 막기 위해 950만 명에 이르면 정부가 개입해 이민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유입을 막고 유럽연합(EU)과 맺은 자유로운 이동협정(솅겐조약을)도 파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는데요.과거 중국의 1자녀 정책처럼 정부 차원에서 자녀 수를 제한한 경우는 여럿 있었지만 상한 자체를 설정한 경우는 드물 거든요. 왜냐면 실행이 불가능하니까요. 스위스 인구 전문가들은 자연 증가, 그러니까 가임 부부의 출산을 막을 수 없는 데다 이민으로 인구를 조정하려면 단순히 이민을 막는 것을 넘어 순이민이 마이너스가 돼야 한다고 말했는데요.즉 유입되는 인구보다 스위스 밖으로 나가는 인구가 더 많아야 한다는 겁니다. 스위스 경제가 망해 일자리를 잃은 이민자들이 대거 떠나지 않는 한 일어나기 힘든 일이고요.
이런 맹점을 대다수 유권자들도 알게 됐는지 투표는 결국 부결됐는데요. 저는 이렇게 황당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선거 한 번 치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난 것처럼, 국민투표에도 적잖은 국가 예산이 들어가잖아요.이유는 낮은 발의 요건에 있었습니다. 특정 현안에 대해 1년 6개월 동안 10만 명의 지지 서명만 받으면 국민 투표에 부칠 수 있는데요. 한때 20만 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정부 관계자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했던 청와대 국민청원과 어딘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스위스의 국민투표는 13~14세기 알프스 산악지역에서 주민들이 광장에 모여 직접 손을 들고 중요한 문제를 결정한 데서 유래했는데요. 1848년 스위스가 연방국가가 된 후에도 이 제도의 근간을 유지합니다. 1874년에는 국민투표 제도가 본격 도입됐는데요. 이에 스위스 국민들은 헌법 개정은 물론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도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대부분이 산악 지형으로 지방자치 전통이 강한데다 공용어가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만슈어 등 4개가 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중앙 집권에 대한 경계심이 큰 것도 스위스에서 직접 민주주의가 발달하는 계기가 됐는데요.
문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연평균 한 건에 불과했던 국민투표가 21세기 들어 연 4회로 늘었다는 데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갈리는 정책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인데요. 여성병역 의무화나 초부유층에게 50%의 상속세를 물리는 등의 부유세 도입안 등 감정적인 발의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지면서 우려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투표 남발로 국민 간에 갈등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 국민투표 발의안이 가결된 경우는 10%에 불과하니, 이 투표가 경제적,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한국이라면 여론이 두 동강 나는 이슈들이잖아요.
그런데 의외로 현지 전문가들 의견은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인구상한제처럼 국민투표가 복잡한 문제에 대해 찬반이라는 단순한 해답을 요구하고, 감정적 캠페인으로 구조적 문제를 국가 존립 문제로 바꾸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오히려 순기능이 많다는 겁니다.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발언권을 주고, 정치 엘리트들이 국민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고 강조하더라고요.국민을 분열시키기보다 오히려 결속시키는 도구라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국민투표가 분열상을 드러내는 것 같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고 장기적으로 통합의 효과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어제 국민투표에서 패했던 이들이 내일은 승자가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해 어떤 집단도 영구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떤 국민투표 결과도 최종적이지 않다는 거지요.이민 비율이 높은 스위스에서 다른 유럽 국가에서 일어나는 극단적 갈등, 범죄 뉴스가 적은 것도 문제를 억누르는 대신 국민투표라는 합법적인 통로를 통해 드러내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취재 중에 접한 현지 인구지리학 교수는 “스위스처럼 유럽에서 이민 문제를 국민에게 직접 물어볼 용기를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며 “이는 스위스 정치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접한 전문가들은 모두 인구상한제 자체엔 반대하면서도 국민투표의 순기능을 강조해 이 같은 의견에 더 신뢰가 갔는데요.
독자님은 1년에 4번 국민투표하는 스위스 문화 어떠신가요.한국은 최근 선관위 투표 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 자체에 불신이 높아진 상황인데요. 1년에 4번씩이나 밥 먹듯이 투표를 하다 보면 사회적 비용과 피로도가 늘 것 같은데요.반대로 정치 양극화가 심한 한국에서도 오히려 공개적으로 국민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결속력이 강해지진 않을까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위에 언급한 교수의 말처럼, 그 어떤 정책도 국민에게 찬반 의견을 물을 수 있는 스위스의 그 자신감이 무엇보다 부러웠네요.독자님 생각은 어떠신가요?1년에 4번 국민투표하는 스위스, 탐나시나요?아니면 갈등만 부추길까요?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만난다면 : 바르셀로나 똥싸개 인형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찍은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8년 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이 나란히 걷는 모습을 찍은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별다른 설명 없이 사진만 올리면서 여러 해석을 낳았습니다.저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2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기념품 가게에서 봤던 똥사개 인형이 떠올랐는데요. 오늘의 <탐나는 물건> 주인공인 바르셀로나의 일명 똥싸개 인형 카가네르(Caganer)입니다.카탈루냐어로 ‘똥 싸는 사람’을 뜻하는 카가네르는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누는 모습의 전통 인형인데요. 정면에서 보면 평범하게 앉아있는 것 같지만 뒤를 보면 용변을 보는, 반전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17, 18세기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선 크리스마스 때 예수 탄생 장면을 미니어처 세트 형태로 전시했는데요, 카가네르는 똥을 누는 모습을 묘사해서 그런지 이 세트 주변 구석에 전시하는 것이 전통이었다고 합니다. 일종의 조연 역할로 볼 수 있는데요. 신성한 장면 밖에도 인간 활동이 존재한다는 그런 의미였다고 하네요. 숨은 그림 찾기처럼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요.
농촌 사회에서 똥은 단순히 더러운 배설물이 아니라 땅을 비옥하게 살리는 풍요의 상징인데요. 때문에 이 인형이 행운을 가져온다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재밌는 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카가네르가 기념품으로 팔렸고 그 과정에서 정치인,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 버전이 나왔다는 겁니다.사진에 나온 것처럼 2년 전 카가네르 기념품점 입구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인형이 나란히 서 있었는데요. 북미 정상회담과 아무 관련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스페인에서도 두 정상의 만남이 그만큼 화제였던 것 같아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더구나 2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한 전직 대통령 신분이었거든요.
바르셀로나 거리를 걷다 보면 한때 바르셀로나 FC에서 활약했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부터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등 정치인을 풍자한 인형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인형을 보고 누군지 알아맞히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아시아권에선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눈에 띄었는데요. 아쉽게도 한국 출신은 없었네요😅
22번째 뉴스레터 <독일에선 입주자 명단을 길거리에 광고한다>(2026년 6월 15일 발송), 어떠셨나요?투표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 가운데 40%가 “탐난다”, 60%가 “탐나지 않는다”고 답하셨습니다.다음은 주요 답변입니다.(답변 시 닉네임을 따로 입력하지 않으면 익명 처리되니 편하게 남겨주세요)
😊입주자 명단 광고하는 독일 ”탐난다” (40%)●"이웃이 확실하다는 점"(익명)●"설명해주신대로 편리할 것도 같네요. 우리나라의 운영시스템에 익숙해있으면 다소 불안할 것 같지만 성을 표기했다고 개인정보가 유출된다고 볼수도 없을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rodine님)●"옛날에 우리집 대문에도 문패가 있었다. 우리가 더 먼저 한 일이다"(Connie님)🤔“탐나지 않는다” (60%)●“독일에 오래 살았지만 새삼 이렇게 관심을 유발한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서로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굳이.” (람쥐아빠님)●“득보다 실이 크다."(내멋대로55님)●“독일만의 문화에서는 가능하겠지만...” (익명)●“실명을 대문 앞에 표시하면 범죄에 취약함" (아인츠바이님)●“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맞을지 모르나 한국에서는 우편함에 이름을 적는다는 건 아니라는 게 개인 생각입니다.” (익명)●“개인정보 공개도 있고, 혹여나 나중에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명)●“한국도 단독 주택에 명패가 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달봉이님)●“그것을 왜 공개하나? 한국에는 필요한 사람이 얼마든지 스피커폰이나 휴대폰으로 집앞에서 확인이 가능한데 말이다...” (Seabros님)●“우리 주소 체계가 더 좋다고 생각함.” (Yesmin님)●“요즘처럼 개인정보가 민감한 시대에 오히려 뒤쳐진 느낌이네요.” (평화의집님)●“우리나라는 안된다. 정보 유출도 심하고. 스토커, 막장 유튜버들도 너무 많다. 보안 시스템이 있는 단지 안까지도 마구 찾아가는 판인데.” (평기심님)
정승임 특파원은“당신의 10분이 아깝지 않을 기사를 쓰겠습니다”본 메일은 회원님의 동의를 얻어 발송되는 메일입니다.뉴스레터 수신을 원치 않으실 경우 수신거부를 클릭해 주세요.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7 한국일보사 Copyright © Hankookilbo'지금 이곳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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