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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정권 외친 2030 ‘극우 취급’ 반발…“분노 토로할 공간 있었으면”
    지금 이곳에선 2026. 6. 10. 09:07

    참정권 외친 2030 ‘극우 취급’ 반발…“분노 토로할 공간 있었으면”

    임재우,박고은,박찬희기자

    수정 2026-06-10 08:53

    기사를 읽어드립니다

    5:21

    투표지 부족 사태 항의 2030

    6·3지방선거 재선거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지난 7일 오전 잠실7동제2투표소 투표함 개표가 뒤늦게 진행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5살 송아무개씨는 ‘상식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다, 6일 새벽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35살 정아무개씨도 “부정선거론과 윤 어게인만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 ‘시위대’가 됐다. 대학원생 조아무개(36)씨는 현장에 나간 이들 수천명이 모인 단체 대화방을 끊임없이 살피면서도 이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프락치로 몰릴 수 있다”는 공포 탓이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항의 행동이 10일로 1주일이 된다. 참정권 침해에 대한 상식적 분노와 이를 부정선거론의 땔감으로 삼으려는 극우 정치권의 욕망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광장’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이들은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지난 1주일을 설명했지만, ‘절차적 공정성’의 훼손에 대한 분노를 사태 초기 ‘극우 세력의 반발’로만 낙인 찍은 분위기가 자신들을 움직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분노를 토로하고 진지하게 논의할 공간에 대한 바람도 함께 전했다.

    “합당한 분노, 극우 취급에 더 분노”

    투표용지 부족사태 이후 일주일 동안 시위의 양상은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3일 밤 잠실7동 제2투표소에 처음 모인 분노는 실제 투표권을 잃었거나 힘겹게 행사해야 했던 주민들이 제기했다. 투표가 4시간 늦게 마무리된 밤 10시께부터 부정선거론 스피커들이 전면에 나서고 지지자들이 모였다. 극우·음모론 성격의 ‘투표함 봉쇄 시위’는 5일 투표함이 뒤늦게 옮겨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개표소 봉쇄 시위’로 이어졌다.

    주말인 6∼7일을 기점으로 기류는 변했다. 에스엔에스(SNS)에 올라온 각종 게시물을 보고, 보수성향 청년뿐 아니라 정치에 무관심했던 청년까지 대거 유입돼 외연이 확장된 것이다. 현장에는 “재선거 외 정치 구호 금지” 대자보가 붙었고, 일부 참가자들은 성조기를 든 보수 유튜버들을 제지했다. 6일 새벽 집회를 찾은 송씨는 “정치에 관심 없어 보이는 또래가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초기 이들의 분노를 극우 시위로만 바라본 정치권과 언론의 시선도 새로운 참여자가 유입되는 동력이 됐다. 10개월 된 아기와 함께 올림픽공원을 찾은 정아무개씨는 “순수하게 재선거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부정선거나 전 대통령의 복권을 요구하는 사람들만 많이 비치는 게 기분 나빴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시위 등 여러 집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 이아무개(31)씨는 “(집회 참가 청년들은) 명백히 비상식적인 일에 문제를 제기했을 뿐인데, 여권 반응은 미지근하고 ‘극우 부정선거론자’로 낙인찍는 시선도 있으니 화가 난 것”이라며 “이들은 이 사안을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절차와 제도의 공정성 문제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지령’을 내렸다는 대자보가 붙었다. 박찬희 기자

    “문제의식 받아 줄 안전한 공간 부재”

    하지만 진보적 성향의 청년들에게 잠실 시위는 합당한 분노를 안전하게 쏟아낼 공간이 아니었다. 주말을 지나며 올림픽공원을 뒤덮은 집회 구호는 ‘재선거’에서 ‘부정선거 재선거’로 바뀌었고, 현장에서 이를 제어하려는 이들은 ‘프락치’로 몰렸다. 주최자도, 구심점도 없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결집한 시위는, 한순간 극단적 음모론으로 돌아설 정도로 취약했다.

    대학원생 조씨는 초반부터 수천명 규모의 사태 대응 단체 대화방에 들어가 이 상황을 지켜봤다고 했다. 조씨는 “초기 대화방 운영진이 극단적 구호를 자제시키며 시위를 ‘부정선거론’으로부터 분리하려 했지만, 7일 밤부터 ‘너희가 뭔데 구호를 제한하느냐’며 각종 혐오 발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진보 성향이지만 시위 참여를 고민하던 그는 현장에 나가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씨는 7일 밤 집회에 참석했다가 실제로 색출 작업을 목격했다.

    이씨는 현장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지? 나가라’며 다른 참가자를 거칠게 밀어내는 장면을 보고 충격 받았다”며 “여기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면 실제로 위협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유소년 핸드볼 선수를 상대로 권한 없는 소지품 수색을 하는 등 시위가 막장으로 치닫는 가운데, 극단적 목소리에 잠식당한 분노의 공간은 이제 대학가로 옮겨지는 모습이다. 12개 대학 총학생회는 10일 각 대학 캠퍼스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규탄하는 취지의 시국 선언과 손팻말 시위를 동시다발로 개최한다. 공교롭게도 10일은 6·10 민주항쟁이 벌어진 지 꼭 39년 되는 날이다.

    조씨는 지난 일주일, 혼란스러운 시위의 모습을 되짚으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앞에 '광장'의 부재를 반문했다. “합당한 문제의식을 진지하게 받아안고 대안을 모색해줄 시민사회나 책임 있는 정치적 공간이 완전히 부재한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62749.html?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ewsstand&utm_term=t2&utm_content=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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