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런 식으로 국민을 속이나 [박용현 칼럼]
    지금 이곳에선 2026. 3. 5. 15:54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런 식으로 국민을 속이나 [박용현 칼럼]

    박용현기자

    수정 2026-03-05 11:46등록 2026-03-04 17:05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현│대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3일 국민의 사법 불신을 반박했다. “국민 신뢰는 객관적 지표를 봐야 한다”면서 외국의 이런저런 지표를 인용했다. 외국에서는 우리 사법부를 좋게 평가하는데 왜 불만이냐는 훈계 같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묘하게 국민을 속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월드저스티스프로젝트에서 한 세계 140여개국 법치주의 지수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세계 19위”라고 했다. 일반 시민에겐 낯선 지표를 끌어왔다. 그런데 이 지수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조사가 아니다. 정부와 사회 전반에 걸친 법치 구현 정도를 평가하는 조사다. 형사사법 분야도 법원뿐 아니라 경찰·검찰·교정·재야법조까지 아울러 평가한다. 무엇보다 이상한 점이 있다. 이 지수는 해마다 10~11월께 발표가 이뤄지는데, 12·3 내란이 반영되지 않은 2024년치와 견줘 2025년치에 우리나라의 순위 변동이 없다. ‘정부 권력이 법에 따라 통제되는지’ 평가하는 항목도 이전 조사 때 점수와 큰 변동이 없다. 심지어 정부의 투명성 항목은 점수가 더 좋아졌다. 이 지수를 산출할 때 각국의 시민·전문가 설문조사와 이를 가공·정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만큼 실제 조사와 발표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한다. 2025년치이지만 실제로는 내란 이전 상황이 반영됐을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 유례없는 친위 쿠데타와 윤석열의 법치 부정, 이후 이어진 극도의 혼란상이 반영되고도 저런 결과가 나왔다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조사라고 할 수 없다. 조 대법원장은 “세계은행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민사는 우리나라가 최상위권”이라고도 했다. 헛웃음이 나온다. 지금 사법부를 향한 불신이 민사 재판 때문은 아니지 않은가.

    조 대법원장은 또 “2024~2025년쯤 갤럽의 (사법부) 신뢰도 조사를 보면, 미국은 35%인 반면 한국은 47%”라고 했다. 뒤에서 보겠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근래 들어 대법원의 신뢰가 급격히 추락한 경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는 55%에 이른다. 그런데도 미국만 콕 집어 비교하는 게 면구스럽지 않나. 게다가 여기에도 시점의 함정이 있다. 미국은 2024년 12월, 한국은 2025년 3월 발표된 조사 결과다. 지난해 3월이면 윤석열 구속 취소로 작금의 사법 불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시점이다. 하지만 사법 불신의 폭풍을 몰고 온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선거법 사건 판결’ 이전이다. 이후 내란 관련자에 대한 잇따른 영장 기각, 희화화한 윤석열 재판, 윤석열·김건희에 대한 엉터리 판결 등도 반영되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이 인용했어야 할 조사는 따로 있다. 2025년 12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법원 신뢰도는 40%로, 1년 전보다 8%포인트나 떨어졌다. 정부(54%)와 헌법재판소(52%)는 물론 경찰(48%)보다도 낮은 신뢰도다. 한겨레가 지난해 12월 한국정당학회와 함께 실시한 기관 신뢰도 조사(0~10점 척도)에서도 법원은 헌재(5.2점), 중앙선거관리위원회(5.1점), 행정부(5.0점)보다 한참 뒤처진 3.9점에 그쳤다. 꼴찌인 검찰이 3.3점이었다.

    사법 불신이 사법 경멸로까지 치닫는 엄연한 현실에는 눈감고, 엉뚱한 지표를 끌어와 견강부회하는 대법원장이라니. 명확한 사실에도 눈감아버리는 지귀연식 판결을 보는 듯하다.

    이런 행태는 사법부의 고질적 폐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무오류의 도그마’다. 판단을 내릴 권력은 내게 있다, 내가 곧 법이다, 국민은 그저 받아들일 권리만 있다. “법관들에 대해 개별 재판을 두고 악마화”하지 말라는 조 대법원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 마음속엔 사법부에 대드는 국민이 악마화돼 있을지 모른다. 사법개혁은 이 도그마를 깨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국회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 중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나아가 사법부가 국민을 주인으로 여기게 만드는 개혁이 필요하다.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을 대법원장 직속 기구(법원행정처)가 오로지 좌우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최고재판소 사무총국)밖에 없다. 대부분 민주국가에서는 선출 권력인 입법부와 행정부, 나아가 시민들까지 참여하는 기구가 맡는다. 재판도 오로지 법관에게만 맡기는 나라는 드물다.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를 비롯해 중남미·아프리카 상당수 국가도 배심제·참심제를 통해 시민들이 법관과 권한을 나눠 갖는다. 일본조차도 ‘일본판 배심원’인 재판원 제도를 2009년 도입했다. 이 나라들은 왜 우리로선 ‘상상마저 금지된’ 제도들을 만들었을까. 사법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원칙은 선언되는 게 아니라 실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사법권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사법부는 대법원장 아래 극단적으로 위계화·관료화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이식된 ‘천황제 사법’이 근본적 개혁을 거치지 않은 채 80년 동안 이어져온 결과다. 조 대법원장은 “우리 제도를 근거 없이 폄훼하”지 말라고 한다. 천황제 사법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식민지 법관의 인식을 보는 듯하다.

    조 대법원장은 미국의 추락한 사법 신뢰도를 위안거리로 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할 것은 미국에서도 연방대법원이 극단적 보수화와 독단주의로 신뢰를 잃으면서 거센 사법개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 마크 렘리는 하버드대 법학지에 실린 글에서 ‘황제 대법원’을 비판하면서 “개혁을 위해선 국회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겐 그런 국회가 아직 없다”고 한탄한다. 우리에겐 그런 국회가 있다는 게 시민들에게는 위안거리다.

    piao@hani.co.kr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247658.html?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ewsstand&utm_term=r2&utm_content=20260305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