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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넘은 건물, 미로 헤매는 환자…국립대병원 역량 갉아먹는 노후화 방치
    지금 이곳에선 2025. 8. 21. 08:56

    50년 넘은 건물, 미로 헤매는 환자…국립대병원 역량 갉아먹는 노후화 방치

    김표향기자입력2025.08.19 04:30수정2025.08.19 09:1810면

    [건물 가장 오래된 전남대병원 르포]
    중증 많고 지역 응급환자 60% 수용하는데
    진료 기능 분산돼 환자 불편, 협진도 어려워
    의료진은 있는데 수술방이 없어 수술 밀려
    다른 국립대병원도 30~40년 등 노후화
    "국립대병원 규제 완화, 국고 지원 확대 필요"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정문에서 바라보면 왼쪽부터 주차타워, 3동, 5동, 2동, 1동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강예진 기자

    “CT 검사실은 어떻게 가야 하죠?”

    광주 전남대병원 심장센터를 찾은 환자가 길을 찾느라 이리저리 두리번거린다. 외래진료실은 7동 1층,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실은 1동 2층에 떨어져 있다. 아예 밖으로 나가서 다른 건물들을 휘휘 둘러 가거나, 7동 2층으로 올라간 뒤 1동과 연결된 50m 길이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아픈 환자가 걷기에는 꽤 먼 거리다.

    수술이라도 받으면 동선은 더 복잡해진다. 심전도·심장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 검사는 7동 1층에서, 수술은 1동 3층 중앙수술실에서 한다. 수술을 마친 뒤에는 다시 7동을 거쳐서 8동 2층 심혈관계 중환자실로 옮겨진다. 연결통로만 2개를 지나간다. 심장환자 입원실도 8동 7, 10층과 1동 9, 11층에 나뉘어 있다.

    그래픽= 박종범 기자

    전남대병원이 ‘미로’ 같은 구조가 된 건, 정부 예산이 생길 때마다 돈에 맞춰 건물을 신축·증축했기 때문이다. 진료 기능도 건물별(1~8동, 4동 없음), 층별로 복잡하게 분산돼 있다. 하지만 공간 확장이나 리모델링은 쉽지 않다. 건물 자체가 워낙 노후화된 탓이다.

    건물 전체 평균 사용 기간은 45년으로, 국립대병원 중 가장 오래됐다. 2동은 1967년, 1동은 1978년 지어졌다. 겉보기에는 깨끗하지만 개보수 비용만 연간 300억 원이 들어간다. 1동은 안전등급 D를 받은 적도 있다. 층고가 낮아 부피 큰 의료장비를 들여놓을 수도 없고, 검체·약품 물류 자동화 시스템 설치도 불가능하다.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의 한 출입문에 각 진료동의 방향이 적힌 표지판이 붙어 있다. 강예진 기자

    전남대병원이 겪는 어려움은 지역의료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총매출(2023년 9,659억 원, 2024년 8,749억 원)은 서울대병원·부산대병원에 이어 거점국립대병원 중 3위를 차지하는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기반시설부터 수도권과 격차가 벌어진다. 병원 평가 지표 등에서 실력이 뛰어나도 환자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

    국립대병원은 교육부 소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시설 등 일반 투자는 최대 25%만 국고 지원이 가능하다. 이런 제도를 유지하는 한 정부의 거점국립대병원 육성 정책은 ‘빈말’에 그칠 수밖에 없다.

    낙후된 시설과 비효율적 동선, 환자 치료에도 영향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의 각 진료동에 다양한 색의 안내판이 붙어 있다. 강예진 기자

    지난 6월 전남대병원을 찾아, 우선 악평이 자자한 동선부터 확인했다. 환자의 실제 진료 순서대로 길을 밟아봤다. 통로와 기둥, 출입문마다 화살표가 붙어 있지만 금세 헷갈렸다. 병원을 안내하던 홍보팀 직원조차 종종 방향을 잃었다. 여러 건물을 오가다 보니 숨이 가빴다. 고령 환자에게는 체력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듯했다.

    신경과 진료실 앞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허군씨는 “수년째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니는데 건물을 이리저리 오가야 해 매우 불편하다”며 “어르신들은 몸이 많이 아프지 않더라도 길 찾기가 어려워서 반드시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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