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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마구 휘두르다간 달러 패권에 위기 올 수도"지금 이곳에선 2025. 5. 11. 18:21
美, 관세 마구 휘두르다간 달러 패권에 위기 올 수도"
[WEEKLY BIZ] 피시먼 컬럼비아대 교수 "美 중심의 글로벌 경제 질서에도 금 가기 시작"
김수진 인턴기자
입력 2025.05.01. 16:58업데이트 2025.05.03. 09:40
에드워드 피시먼 컬럼비아대 교수/컬럼비아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상대로 벌인 ‘관세 전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무역 상대국이 만족스러운 협상 카드를 내놓지 못하면 수십% 수준의 고율 관세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 협박한다. 관세를 제재와 수출 통제에 이어 ‘미국의 경제 무기고’에 추가한 신종 무기로 삼았다는 해석이다.
에드워드 피시먼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CGEP) 선임연구원 겸 국제·공공정책학 교수는 지난달 14일 WEEKLY BIZ 인터뷰에서 “미국은 전 세계 경제 시스템의 ‘초크 포인트(choke point·전략적 요충지)’를 틀어쥐고 경제전(戰)을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종국엔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을 훼손하고,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피시먼 교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경제제재정책실에서 러시아·유럽 담당관 등을 지내며 경제 전쟁 최전선에 섰던 인물이다. 최근 ‘초크 포인트: 경제 전쟁 시대 속 미국의 패권’이란 저서를 펴낸 그에게 관세 전쟁 시국을 들었다.
초크포인트 표지
◇美, 경제를 무기 삼다
-그동안 미국은 어떻게 경제를 무기화했나.
“1990년대 러시아와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면서 ‘세계화의 시대’가 열렸다. 다만 세계 경제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경제적 초크 포인트가 생겨났고, 이 초크 포인트를 장악한 국가들의 힘은 막강해졌다. (초크 포인트란 달러 결제망이나 첨단 기술 등처럼 대체재가 거의 없고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를 말한다.) 미국은 달러의 지배력은 물론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지식재산권 등에 영향력이 막강하고, 중국은 각종 핵심 광물을 초크 포인트로 보유했다. 특히 미국은 가장 핵심적인 초크 포인트를 많이 장악해 경제를 무기화할 수 있었다.”
-미국은 어떤 상황에서 경제란 무기를 휘둘렀나.
“가령 미국은 2015년 이란과 핵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의 경제력(거대한 내수 시장)을 앞세웠다. 이란 경제는 석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미국은 이란을 석유 시장에서 밀어내기 위해 다른 나라들에 ‘이란 석유를 사면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나는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교관이었는데,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기업인들을 만나 이란과 석유 거래를 중단하라고 설득했다. 이외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침공 등 주로 국제 질서를 어긴 국가들을 공격하는 데 경제 무기를 활용했다. 중국이 해외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빼앗고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감행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앞으로도 경제 제재란 무기를 적극 활용할까.
“그렇다. 주차 위반을 단속하려면 말로 하는 설득이 아니라 주차 단속 티켓을 끊을 수 있어야 한다. 티켓의 존재 자체가 심리적 억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티켓만 마구 뿌려서는 안 된다. 미국이 경제 제재 일변도로 간다면 모든 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전략을 준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종 무기 ‘관세’의 효과
-‘트럼프 관세’에 대한 전망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목표가 지나치게 많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정부 수입을 늘려 세금을 낮추겠다고 한다. 게다가 무역 적자를 줄이고, 제조업도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말 그대로 관세를 모든 문제의 해답인 양 내세우고 있다. 더구나 정작 이런 정책 목표들은 상호 충돌하는 부분이 많아 트럼프가 원하는 성과를 거두긴 어렵다고 본다.”
-어떻게 상호 충돌한다는 얘기인가.
“예를 들어 외국 기업이 미국에 제조 공장을 지으려면 적어도 수십 년 동안 관세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 몇 년 뒤 관세가 확 낮아져 버리면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미국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어지지 않나. 그런데 트럼프는 미국에 투자를 하면 관세율을 낮춰주겠다고 한다. 관세율이 기준 없이 오락가락하는데,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를 하겠나.”
-관세 전쟁으로 미국 경제의 피해가 더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리가 있다. 미국은 글로벌 경제의 패권국이다.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면 상대국이 맞선다고 한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경제 제재를 선호한 것도 ‘우리는 적게 맞고, 상대는 많이 때릴 수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이번 관세 전쟁에서) 미국은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대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바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질서에 대한 신뢰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단 것이다.”
그래픽=김의균
◇美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미국 국채 매입은 곧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행위인데,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투자자들이 불안해져)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르고,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보유량이 줄 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더구나 미국이 지금처럼 자의적이고 변덕스럽게 관세 정책을 남발하면 달러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훼손되고 달러 패권이 무너지는 일도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달러가 기축통화에서 밀려날 수 있단 뜻인가.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금까지 ‘달러 체제’가 살아남은 이유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였다.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밀고 있지만 정부의 자본 통제와 자본시장의 유동성 부족 탓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로화는 글로벌 외환 보유량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유럽 경제도 점점 살아나고 있다.
유로화가 달러의 위상을 무너뜨리면서 다극적 통화 체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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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5/05/01/O5XJS7UJ2FAI7FAP7KLZP45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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