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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 정도일 줄이야"…사진 한 장에 전세계 '발칵'지금 이곳에선 2025. 1. 28. 18:2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17일 중국의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글로벌 반도체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중국 반도체, 거침없는 기세’ 등의 문구가 적힌 이 사진은 현지 D램 모듈업체 킹뱅크의 ‘중국산(産)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D램으로 만든 32GB(기가바이트) 모듈’ 광고였다. 당시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D램으로 장난친 것” “중국의 ‘D램 굴기’가 결실을 맺었다” 등 분석이 엇갈린 이 D램의 정체가 밝혀졌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16나노미터(㎚·1㎚=10억분의 1m)기술로 양산한 DDR5 D램으로 확인됐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유통시장에 나온 32GB DDR5 D램 모듈은 CXMT의 16Gb(기가비트) DDR5 D램 16개로 구성됐다”며 “CXMT의 최신 16㎚ ‘G4’ D램 기술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테크인사이츠는 지난달 시장에 풀린 중국산 DDR5 D램 모듈을 확보해 분석했다. DDR5 D램은 전 세대인 DDR4보다 용량이 크고 전송 속도가 약 두 배 빠르다.
CXMT가 활용한 16㎚ G4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1년 본격 양산한 10나노 3세대(1z·15.8~16.2㎚) 공정과 같다.
한국과 CXMT의 D램 기술 격차가 3년으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 세대 D램인 DDR4 관련 공정 기술 격차는 5년 이상이었다. 테크인사이츠는 “CXMT가 미국 제재를 뚫고 16㎚ D램을 양산한 데 의미가 있다”며 “삼성, SK하이닉스와 경쟁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한국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CXMT의 16㎚ DDR5 D램 기술 정밀 분석을 시작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中 CXMT D램 성능, 삼성·SK 못지않아"…K메모리 '초긴장'
삼성·SK, 제품 확보해 긴급 분석…일각선 "격차 여전…과한 우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출시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였다. 그 무렵 CXMT가 비밀리에 주요 고객사에 “DDR5 양산을 시작했다”고 전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CXMT가 DDR5 D램을 10나노미터(㎚·1㎚=10억분의 1m) 3세대(1z) 기술로 양산한 게 확인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CXMT의 ‘저가 물량공세’ 리스트에 DDR4에 이어 DDR5까지 들어가면 안 그래도 적자를 보는 국내 기업들의 범용 D램 수익성이 한층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中 D램 ‘비트 밀도’ 높아
26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CXMT의 1z DDR5 16기가비트(Gb)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일 사양 제품 못지않은 성능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메모리 기업은 2021년부터 16Gb DDR5 D램을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
CXMT는 DDR5 16Gb D램을 16㎚ 공정을 활용해 생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기업의 10나노대 3세대 1z D램(15.8~16.2㎚)과 비슷하다. 성능의 핵심 척도인 비트밀도(단위 면적당 저장 단위)는 0.239Gb/㎟로, 동일 규격의 삼성전자 제품(0.217Gb/㎟)과 SK하이닉스 제품(0.213Gb/㎟)보다 높다. 테크인사이츠는 “CXMT는 16㎚ 공정을 통해 정보를 저장하는 셀 면적을 18㎚ 공정 대비 20% 줄였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지난달 중국 유통시장에 중국산(産) DDR5 D램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미국이 2023년 10월부터 중국의 18㎚ 이하 D램 개발·양산을 저지하기 위해 기술·장비 수출 규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CXMT가 미국 규제를 뚫고 16㎚ DDR5 D램 양산에 성공하자 국내 업계는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의 정밀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XMT가 16㎚ DDR5 양산에 성공하면서 14~15㎚ 수준으로 알려진 ‘10㎚ 4세대(1a)’ D램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테크인사이츠는 “CXMT는 15㎚ 이하 D램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DDR5 저가 공세 우려
국내 반도체업계는 CXMT가 DDR4에 이어 DDR5 시장에서도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칠 것으로 우려한다. CXMT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DDR4를 30% 싸게 시장에 풀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7월 개당 2.1달러이던 PC용 DDR4 D램 고정거래 가격은 12월 1.35달러로 35.7% 급락했다. 한국 기업의 재고는 쌓였고 수익성은 나빠졌다.
DDR5 시장에서도 중국의 저가 공세가 시작되면 한국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DDR5 출하량(비트 단위 환산)은 87엑사비트(Eb)로 DDR4(62 Eb)를 추월했다. 테크인사이츠는 “CXMT가 DDR5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도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 23일 실적설명회에서 “중국 기업의 DDR5 제품 품질과 성능은 (SK하이닉스 제품과) 확실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술 격차를 감안하면 CXMT의 DDR5 시장 진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황정수/김채연/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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