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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있는 한, 인간 뇌 지도 완성은 시간문제"
    지금 이곳에선 2024. 11. 11. 16:58

    AI가 있는 한, 인간 뇌 지도 완성은 시간문제"

    [WEEKLY BIZ] [Cover Story] 초파리 '뇌 회로도' 이끈 세바스찬 승 교수 "AI 없었다면 5만년 걸렸을 것"

    뉴욕=윤주헌 특파원

    입력 2024.11.07. 17:47업데이트 2024.11.1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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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신경공학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승 교수는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초파리의 뇌 활동 메커니즘을 파악하면 인간의 뇌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은 초파리 성체 이미지. 초파리 머리 속 뇌는 1㎜도 되지 않지만, 14만개의 뉴런으로 이뤄졌다. /게티이미지 코리아·프린스턴대

    깨알 한 톨보다 작은 곤충의 뇌(腦)가 인체 최후의 미스터리라는 인간 뇌의 신비를 벗겨줄 수 있을까. 첨단 과학 기술의 발전에도 인간의 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 뇌에는 약 1000억개의 뉴런(신경세포)이 있고, 이들 뉴런이 약 100조개의 시냅스(신경세포 연결부)에 의해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그물망 속 그물망 구조가 끝없이 얽혀 있어 ‘작은 우주’란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 작은 우주에 첫 발자국을 남긴 것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세바스찬 승(승현준) 교수와 말라 머시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 ‘플라이 와이어(FlyWire) 컨소시엄’이 지난달 3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초파리 성체의 뇌 지도를 완성해 공개한 것이다.

    초파리의 뇌를 구성하는 약 14만개의 뉴런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뇌의 회로도(回路圖)’를 구축한 대작업으로, 애벌레 수준이 아닌 복잡한 생물의 뇌가 낱낱이 파헤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는 인간 뇌 지도 제작의 길을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란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인간의 뇌 지도를 그려내고 두뇌 작동의 원리를 밝히는 일은 알츠하이머 같은 뇌 질환 문제 해결은 물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과 같은 기술 영역과 융합해 무한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WEEKLY BIZ는 이 공동 연구팀을 이끈 세계적인 뇌신경과학자 승 교수를 최근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 승 교수는 ‘인류가 언젠가 인간의 뇌 지도를 그려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컴퓨터 과학이 현재처럼 빠르게 발전한다면 (뇌 지도 완성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초파리, 인간 뇌의 신비 푸는 출발점

    초파리는 세대(약 2주)가 짧고, 인간과 유사한 유전자가 많아 유전학의 ‘모델 동물’로 불린다. 그간 학계에선 초파리 연구로 성과를 낸 경우도 적잖았다.

    에릭 비샤우스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초파리에서 배아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견해 199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 등 초파리 연구로만 총 10명의 연구자가 6번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초파리는 몸길이가 2~3㎜에 불과하고, 뇌의 크기가 1㎜도 안 되는 작은 곤충이지만 뉴런과 이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숲처럼 복잡하게 얽힌 구조란 게 승 교수 설명이다.

    그래픽=김현국

     

    -왜 하필 초파리로 인간의 뇌를 연구했나요.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초파리로 사람 뇌를 연구한다는 게 어쩌면 좀 충격적이죠? 하지만 과학계에선 이미 한 세기 넘도록 초파리로 유전학을 연구해왔습니다. 인간과 초파리는 60% 넘는 유전자(DNA)를 공유할 정도로 유사하기 때문이죠. 예컨대 다운증후군 관련 유전자인 ‘디스캠(Dscam)’의 경우 초파리에게도 비슷한 유전자가 있어요.

    우리가 초파리 뇌를 연구하는 건 초파리의 뇌가 인간의 뇌와 유사성이 있음에도 인간 뇌보다는 훨씬 작고 단순해 연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완성된 초파리의 뇌 지도로는 무엇을 하게 되나요.

    “우리는 아직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거의 알지 못합니다.

    뇌의 각 뉴런은 다른 많은 뉴런과 복잡한 패턴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렇게 얽힌 뉴런이 상호작용을 통해 연산 같은 작업을 하죠. 우리는 완성된 초파리 뇌 지도를 통해 뇌가 활동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해 나갈 겁니다. 인간의 뇌와 유사한 초파리의 뇌 활동 메커니즘을 파악하면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인간의 뇌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김현국

    -초파리로 만든 뇌 지도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요.

    “인간에게는 척추가 있지만 초파리에게는 척추가 없어요. (손짓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이 부분까지는 알 수 있지만, 이 아래로 들어가는 부분의 뉴런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게 한계입니다.”

    ◇“뇌 지도 완성은 시간문제일뿐”

    과학자들은 복잡한 초파리의 뇌를 지도로 만드는 작업이 다양한 생물종의 뇌 작동 원리를 밝히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본다. 올해 완성한 초파리 성체(뉴런 13만9255개)의 뇌 지도는 1982년 예쁜꼬마선충(뉴런 302개)이나 2023년 초파리 애벌레(뉴런 3016개)의 뇌 지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 작업이자, 신경 구조 전체를 담은 ‘커넥톰(connectome·신경 배선도)’이란 평가다.

    그래픽=김현국

    -인간의 뇌 지도를 완성하는 데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우리는 지금 초파리 뇌보다 약 1만 배 정도 큰 생쥐 뇌의 지도를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인간의 뇌는 생쥐의 뇌보다 1000배 더 크니까 인간의 뇌가 초파리의 뇌보다 1000만 배 더 크다는 얘깁니다. 그만큼 더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얘기지요.”

    -그래도 인간 뇌 지도 완성은 ‘시간문제’일까요.

    “네, 저는 그렇다고 봐요. 컴퓨터 기술이 앞으로 계속 발전한다면, 결국 인간 뇌 지도 완성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처리 속도가 100만 배 빨라지거나 100만 배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정도로 발전하면 인간 뇌 지도를 그리는 것도 더 빨리 가능해질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인간 뇌 지도 연구 등) 많은 기술 발전 여부는 컴퓨터 발전에 기반하고 있다고 봅니다. 마치 컴퓨터 피기백(piggyback·등에 업혀 간다)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래픽=김현국

    -썩은 과일즙 한 번 빨고 종일 날아다니는 초파리가 어쩌면 값비싼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낫다는 평도 있는데요.

    “초파리가 인간이 여태껏 만든 어떤 기계나 로봇보다 능력이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초파리는 사실 정말 놀랍고 복잡한 생물입니다.

    초파리는 짝짓기를 위해 세레나데를 부르고, 빛과 어둠에 반응합니다. 사람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행동을 보이죠. 게다가 5억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한 파리는 인간이 돌볼 필요도 없이 알아서 잘 살아갑니다. 오히려 인류가 모두 멸종하는 날이 오더라도 파리는 살아남을지 모르죠.”

    ◇“AI 도움 없었다면 5만년 걸렸을 일”

    이번 초파리 뇌 지도 작업엔 AI 기술의 활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초파리 뇌 단면 2100만장을 찍은 뒤 AI를 활용해 3D(차원) 뇌 지도로 만들었다. 전자현미경으로 뇌 단면을 굉장히 얇은 두께마다 층층이 촬영한 뒤 각 이미지가 3D 그래픽이 되도록 쌓는 방식을 썼다.

    이후 복잡한 뉴런·시냅스 연결 부분을 살릴 때 인간이 직접 보정 작업을 하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AI의 기여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뉴런은 가지가 많이 나 있는 나무처럼 생긴 신경세포입니다. 뉴런의 가지가 어디로 뻗쳐있는지 일종의 ‘배선도’를 찾으려면 모든 전선을 추적해야 합니다. 그런데 초파리의 뇌는 매우 작아도 이 연결 배선을 합치면 약 150m에 이를 정도로 깁니다.

    스파게티 가닥처럼 얽혀 있는 그 모든 전선을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요? 저희 연구팀은 초파리 뇌의 단면을 잘라서 모두 이미지화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각각의 단면을 보고 각 뉴런을 다른 색으로 칠하죠. 그렇게 칠한 이미지 2100만장을 쌓아 올리면 3D 뇌 지도가 완성되는 겁니다. 마치 3D 색칠 책(컬러링북)이라고 생각하면 쉽겠네요. 이를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6년 만에 해낸 것입니다. 만약 AI 없이 인간이 이 작업을 했다면 약 5만년이 걸리는 작업이었어요.”

    -이 과정에 인간의 역할은 없었나요.

    “색칠공부를 할 때 색을 예쁘게 칠하려면 선을 넘지 않게 색칠해야 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뉴런에 색을 입힐 때에도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 AI가 가끔 실수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인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리 작업에) 꼭 박사급 연구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고, 3개월 정도 훈련을 받은 인력이면 실수를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작업은 일종의 게임과 같아서 (’게이머’라 불리는)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이 작업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사람들 일자리를 없앤다고 걱정이지만, 이번엔 AI의 일을 검토하고 수정하기 위해 오히려 사람들 고용을 창출한 셈이죠.”

    -AI에 대해 긍정적이신 것 같습니다.

    “AI로 인해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겠지만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또 우리는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AI가 필요합니다. AI 기술이 집안일의 상당 부분을 해주는 날이 오면 (가사 노동 부담이 줄어) 사람들이 더 많은 아이를 가질 여력이 생길 수도 있다고 봅니다.”

    -각종 연구에서 AI가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면서 AI에 노벨상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노벨상이 만들어졌을 때 컴퓨터 과학은 존재하지도 않았어요. AI가 노벨상 수상 분야의 어디에 속하는지도 알기 어렵죠. 노벨상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더는 최신 공학·과학 트렌드를 반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생물학과 물리학 사이 생물물리학이 있고, 화학과 생물학 사이 생화학이 있듯 많은 학문 분야 사이 여러 영역이 있고 섞이고 있습니다. 노벨상은 그래서 구식이라고 봅니다.”

    ◇뇌 과학이 바꿀 미래는

    -인간 뇌의 신경망을 재구성하는 날이 오면, 뇌와 컴퓨터를 결합해 쓸 수 있는 날도 올까요.

    “많은 사람들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매료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신체 마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보통 사람들에겐 그렇게 중요한 기술이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당신은 일을 할 때 컴퓨터에 물어볼 수도 있고, 노트에 적어둘 수도 있어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요. 우리에게 자꾸 밀려드는 ‘알림’을 꺼야 할 정도죠. 다만 시각장애인에겐 뇌-컴퓨터 연결 분야가 장래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듣는데 (보청기와 같은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시각장애인도 앞을 보기 위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과학의 새로운 발견은 종종 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AI가 과학 발전을 가속화한다면 결국 우리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과학 기술이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까요.

    “예를 들어 AI가 더 약효가 좋은 약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거나 인간의 삶이 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가 지원하는 약물 설계는 매우 중요할 수 있어요. 100년 전엔 절대 꿈꾸지 못했던 일들도 과학 기술로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마치 천문학자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밤하늘 전체를 엄청 자세하게 이미지화해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뇌의 지도인 ‘커넥톰’을 만드는 복잡한 작업도 AI 도움으로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AI에 대해 낙관론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AI에 비관적이지만, 저는 우리가 당면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려면 AI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픽=김현국

    ◇삼성이 아니라 좋은 스타트업 육성 걱정부터

    승 교수는 2018년 6월 삼성전자에 AI 연구 역량 강화 차원으로 영입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8년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뉴 삼성 비전’을 발표하고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적극 영입하겠다고 밝힌 뒤 영입된 첫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부사장급인 CRS(최고연구과학자)로 영입된 그는 삼성전자의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2020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리서치 소장을 맡은 뒤 지난해 퇴사했다.

    -‘기술의 삼성’으로 불렸던 삼성이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에서 흔들린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저는 반도체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매우 성공적인 기업이란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삼성을 비판하거나 걱정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비중이 크니까 우려가 나오는 것 같은데요.

    “삼성은 주로 기기를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분야나 특정 AI 기술 발전 측면에 대해 걱정과 관심이 클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런 분야가 모두 삼성이 해야 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에서도 AI 붐은 대부분 스타트업이 주도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좋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글을 보세요. 구글은 AI 선두 주자로 나설 필요가 있었겠지만, 사실 오픈 AI라는 스타트업이 이를 선도했습니다. 삼성이 항상 모든 것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삼성에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세바스찬 승(승현준) 교수

    196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으로, 뇌 신경공학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이론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벨 연구소 연구원과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교수를 지낸 뒤 2014년부터 프린스턴대에서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2018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뉴 삼성 비전’의 일환으로 영입해, 2020년부터 삼성전자 통합 연구 조직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을 지낸 뒤 지난해 10월 학계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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