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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앱' 시대 저물고...다시 오프라인 연애 뜬다지금 이곳에선 2024. 10. 3. 14:13
'데이팅 앱' 시대 저물고...다시 오프라인 연애 뜬다
[WEEKLY BIZ] [Trend Now] 코로나로 억눌렸던 대면 만남 불출되고, 앱 만남 피로도 커져
입력 2024.09.26. 17:11
일러스트=김영석
서울에 사는 학원 강사 김모(29)씨는 최근 한 전문직 협회에서 주최하는 오프라인 와인 시음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만 25세에서 39세까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만남 행사로, 참가비가 7만5000원에 달했으나 정원이 꽉 찼다고 한다. 졸업한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애인을 찾았지만 별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는 김씨는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이 행사에 왔다고 했다.
그는 “틴더 같은 온라인 어플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사람 첫인상은 얼굴을 직접 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오프라인 행사를 찾아왔다”고 했다.
미국의 데이팅 스타트업 ‘서스데이’는 매주 목요일 전 세계 30도시의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번개’ 만남 행사를 열고 있다.
참가비는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미국에선 20달러, 영국에선 9파운드 안팎으로 한국 돈으로 2만원 정도다. 2021년 런던과 뉴욕 두 도시에서 시작했던 이 만남 어플은 지난 4년간 인기가 급증, 업체 운영 규모도 15배가량이나 커졌다.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데이팅 앱’의 시대가 저물고 오프라인 연애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코로나 확산 기간 억눌렸던 대면 만남에 대한 욕구가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면서 분출됐고, 온라인 연애 시장에 피로도를 느낀 젊은 층이 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틴더’도 내리막길… 이용자 피로도 커졌다
지난달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적인 온라인 데이팅 어플 ‘틴더’의 유료 사용자는 7분기 연속 감소했다. 틴더의 경쟁 데이팅 앱 ‘범블’ 또한 지난 2분기 매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범블은 지난해만 해도 연매출 상승률이 16%에 달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데이팅 앱은 2억3700만회 다운로드됐는데, 이는 코로나가 시작된 해인 2020년(2억8700만번)보다 5000만회가량 감소한 수치다. 월 평균 데이팅 앱 사용자도 2021년 1억5400만명에서 올해 2분기 1억3000만명으로 줄었다.
그래픽=김의균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최근 사용자의 데이팅 앱 환멸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앱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이용자가 만나고 싶은 상대를 찾으려면 데이팅 앱을 더 많이 열심히 탐색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 이용자 대비 남성 이용자가 월등히 많아 성별 균형이 맞지 않는 것도 이용자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틴더가 공개한 사용자 성별 분포에 따르면 틴더의 사용자 78.1%가 남성인 반면, 여성은 21.9%에 불과했다. 남성 이용자들은 그만큼 이용 기회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데이팅 앱은 내리막길을 걷는 추세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한국의 데이팅 앱 지출액은 올해 1월 976만7000달러(약 12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호황 누리는 ‘오프라인 만남’
전 세계 곳곳에선 반면 각양각색의 오프라인 만남이 활성화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일 “데이팅 앱에 싫증을 느끼고 이젠 밖으로 나가 실제로 불꽃 같은 만남을 갖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 스페인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대형 마트 안에서 파인애플 들고 만나기’ 놀이를 소개했다.
대형 마트의 과일 코너에서 파인애플을 거꾸로 집어 들고 와인 코너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자신처럼 파인애플을 거꾸로 든 상대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는다는 신종 오프라인 데이팅 방법이다.
파인애플을 들고 있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 땐 자신의 카트를 그 사람의 카트에 부딪혀 호감을 표현한다. WP는 “AI 챗봇이 등장하면서, 데이팅 앱 이용자 중 다수가 자신이 지금 정말 사람과 채팅을 하고 있는지 걱정하기 시작했다”면서 “(각종 이유로) 온라인 데이팅은 이제 무익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은 빚어지고 있다. CNN은 최근 미국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스피드 데이팅’이 다시금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피드 데이팅이란 짝을 찾고 싶은 남녀가 특정한 장소에 모여 돌아가면서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만든 행사다. 일정한 장소에서 자리를 옮겨 가며 주어진 시간 동안 이성들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실제로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 등에서 ‘스피드 데이팅(speed dating)’이라고 검색하면 스피드 데이팅을 홍보하는 행사나 후기 등 3만2000건이 넘는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
‘오프라인 데이팅’을 주선하는 업체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 세계 50개 이상 도시에서 싱글을 위한 오프라인 데이팅을 주선하는 어플 ‘프리데이팅’의 린다 드루카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특히 팬데믹 이후 우리 사업은 붐을 이루고 있다”며 “커지는 이용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매일 밤 진행하던 이벤트 횟수도 추가로 늘렸다”고 말했다.
참가자는 39달러(약 5만2000원)를 내면 프리데이팅이 주관하는 만남 행사에서 10명 내외의 이성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프리데이팅에 따르면 매달 수천명이 행사에 참여한다고 한다.
온라인 데이팅 앱이었던 범블은 최근 지역 내 대면 만남을 주선하는 앱 ‘범블 IRL’을 출시했다. 해당 앱은 무료로 스핀 수업, 지역사회 봉사를 통한 만남 등의 대면 싱글 모임을 주선한다.
◇거리 두기 끝나자 ‘대면 만남’ 수요 폭발했다
오프라인 데이팅의 확산을 그간 눌렸던 대면 만남 욕구가 한꺼번에 터진 일종의 ‘풍선 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 기간 누군가를 직접 만날 수 없었던 청년층이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만남에 나섰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보다 수요가 더 커진 것도 ‘억눌린 기간’이 빚어낸 상승 효과다.
미국의 예약 플랫폼 ‘이벤트 브라이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열린 각종 오프라인 데이팅 이벤트에 참가한 이들은 2022년 대비 지난해 약 42% 증가해 약 37만6000명을 기록했다. CNN은 “코로나 이전 대비 월등히 증가한 수치”라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오프라인 만남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TV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패러디해서 지난달 9~10일 양양 낙산사에서 무료로 진행했던 템플스테이형 만남 ‘나는 절로’ 행사엔 1510명이나 지원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지원자들을 설문해보면 지원 동기 대부분이 대면 만남이 그리워서 지원했다는 이유로 귀결된다”고 했다.
일부 나라에선 결혼·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적인 목적으로 오프라인 만남을 장려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지난 3월 지자체 주도로 ‘스피드 데이팅’ 행사가 열렸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저출산 해결을 위해 정부가 직접 주도해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추세다. 당시 중국 저장성의 한 공원에선 당국이 마련한 스피드 데이팅 행사가 진행됐는데, 50여 명의 남녀가 약 3시간 동안 참가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4/09/26/PJP6CTLVPFFRLNI7JBW3STKC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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