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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퇴임, 누가 말 듣겠나”…‘김건희 무혐의’ 받아든, ‘무력’한 검찰총장지금 이곳에선 2024. 8. 23. 08:38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팀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무혐의’ 결론을 보고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출장 조사’를 강하게 질책했던 이 총장이 수사팀의 결론을 수용할지 직권으로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소집해 검찰 외부 인사들의 의견을 물을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 안팎에선 이 총장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탓에 상황을 반전시킬 뾰족한 카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이날 대검찰청을 방문해 이 총장을 대면하고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명품 가방 등을 ‘접견을 위한 수단’이나 ‘감사 표시’로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수사팀은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공무수행 관련 청탁성 금품을 받으면 성립하는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도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4개월 만의 결론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총장의 결단이다. 이 총장이 무혐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수심위 소집이나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수심위는 검찰 외부 전문가들이 수사·기소 과정을 심의하기 위해 대검에 설치된 기구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의 수사 지속이나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한다. 한 검찰 간부는 “김 여사 조사 과정에서 비공개 출장조사 등 절차적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 총장이 수심위를 직권으로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심위가 구성되고 결론이 나기까지 2주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총장이 이를 선택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장의 임기는 다음달 15일까지로 한달이 채 남지 않았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총장이 수심위를 끝까지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수심위를 열어 후임 총장에게 부담을 주는 방법을 선택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장은 출근길에서 수심위 직권 소집 가능성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보완수사를 지시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무혐의 결론을 다지기 위한 보완수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야권은 전날에 이어 검찰의 김 여사 무혐의 결론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총장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곧 나갈 검찰총장 말을 누가 듣겠냐”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검찰 출신인 박 의원은 “수사심의위는 수사팀과 대검 의견이 다를 때 총장이 소집할 수는 있겠지만 이 총장이 소집 결정을 고민한다고 해도 지금 나가는 검찰총장의 결정을 보필할 대검 참모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 총장이) 그냥 (수사 결론을) 다 받아들이게 될 경우에는 모든 것들이 대통령 부부를 위한 쇼였다는 것을 커밍아웃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49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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