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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왜 도쿄 빌딩 헐고 노른자 땅에 공원을 만들었을까지금 이곳에선 2024. 8. 20. 08:29
소니는 왜 도쿄 빌딩 헐고 노른자 땅에 공원을 만들었을까
[WEEKLY BIZ] [신현암의 新도쿄견문록] 독특함 강조한 소니, 새 빌딩 대신 공원으로 '소니다움' 내세워
신현암 팩토리8대표
입력 2024.08.08. 16:31업데이트 2024.08.10.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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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빌딩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기 전에 2018년 임시 조성됐던 '긴자 소니 파크' 공원의 전경. 도쿄 시민들에게 도심 속 쉼터 역할을 해왔다. /소니 파크 홈페이지
2024년 여름 도쿄. 긴자에선 8월 15일 ‘긴자 소니 파크’란 이름의 새 빌딩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을 지나자니 수많은 장면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떠오른다.
이 자리에는 당초 소니 빌딩이 있었다. 1966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쇼룸 기능을 겸하고 있던 탓에, 그리고 해외 출장이 있을 때 하루이틀은 반드시 그 지역에서 벤치마킹할 곳을 방문하라는 경영 방침 탓에, 1990년대 중반 이후 삼성에 근무하는 도쿄 출장자의 필수 방문처로 자리 잡았다.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하던 나는) 덕분에 몇 번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전설의 워크맨부터, 1994년에 탄생한 플레이스테이션 등 다양한 제품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이 건물은 2018년 8월, 새 빌딩을 짓기 전에 임시적으로 ‘계속 변하는 실험적인 공원’으로서 ‘긴자 소니 파크’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지상에는 공원이, 지하에는 전시 공간이 있는 콘셉트였는데, 전시물이 계속 바뀌었다. 소니는 공원 오픈 당시 기념 행사로 한 달여간 지하 2층에 롤러스케이트장을 운영했다.
방문객은 롤러스케이트를 무료로 빌린 뒤, 당시 유행했던 음악을 들으며 30분간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롤러를 뒤뚱뒤뚱 타다 보면, 어느새 1980년대로 돌아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왜 굳이 롤러스케이트장이었을까? 1979년 소니가 워크맨을 발매할 때, 사내에서는 반발이 거셌다.
녹음도 안 되는 테이프 레코더를 도대체 누가 사겠냐는 거였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워크맨을 들으며 걷거나 롤러를 타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정착했다. 워크맨 1세대 모델의 패키지에 젊은 남녀가 롤러를 타며 워크맨을 즐기는 사진을 실었다.
1980년대에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도 미국 젊은이들이 워크맨을 허리춤에 차고 롤러를 즐기는 장면이 자주 포착됐다. 하긴 이 당시만 해도 ‘노(no)라고 말 할 수 있는 일본’이라며 세계 1등을 지향하던 시기였다. 잘나갔던 일본, 잘나갔던 소니를 그리워하며, 다시 한번 분발하자는 각오를 다지자는 의미로 롤러스케이트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긴자 소니 파크는 ‘어떻게 하면 소니 빌딩에 소니다움을 더할까’라는 고민에 의해 탄생했다. 기존 빌딩을 헐고 새 빌딩을 짓는 건 누구나 한다. 하지만 소니는 늘 독특함, 독창성을 강조한 회사다. 남들이 감히 생각하지 못한 ‘소니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소니 수뇌부는 “새 빌딩을 바로 짓지 말고, 소니 공원을 만들어 몇 년간 운영한 뒤, 도쿄 올림픽 이후에 새 건물을 짓자. 공원도 획기적으로 만들어, 많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역시 소니야’라는 소리를 들어보자”라고 의견을 모았다.
계획대로 진행됐다. 그리고 긴자 소니 파크란 임시 공원이 있던 자리에 공원과 동명(同名)의 빌딩이 8월에 들어서는 것이다.
기업 경영자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기회와 위험을 생각한다. 위험보다 기회가 크면 진행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접는다.
오너나 창업자는 다르다. 리스크가 크더라도, 그래서 그 사업이 쫄딱 망하더라도, 자기 사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견딜 만하다면 추진한다. 사업이 성공할 경우,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느낌이 있으면, 어떠한 리스크도 감당하려고 한다. 소니는 워크맨을 통해 제품 개발을 뛰어넘어, ‘헤드폰 스테레오’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더 나아가 젊은이들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했다.
어디 소니뿐이랴. 현대를 일군 정주영 회장의 ‘임자 해봤어?’, 산토리를 창업한 도리이 신지로가 입에 달고 다니던 ‘얏데 미나하레(한번 해 봐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철학자 니체의 초인정신(超人精神)도 그러하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너 자신을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고 하지 않는가? 소니 정신이건 니체의 초인정신이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정신(Zeitgeist)임에 틀림없다.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4/08/08/LC4MCSLUVFHO3MU5ABC4EU4K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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