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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업체가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비법은?지금 이곳에선 2024. 7. 19. 11:48
농기계 업체가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하는 비법은?
[WEEKLY BIZ] [신현암의 新도쿄견문록] '기승전 쌀 홍보' 이게 뭐지? 회사 찾아보게 돼
신현암 팩토리8 대표
입력 2024.07.11. 17:17업데이트 2024.07.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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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마 쌀 갤러리 홈페이지
지난해 3월 도쿄역에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란 복합 상업 시설이 탄생했다. 2007년 ‘도쿄 미드타운 롯폰기’, 2018년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에 이은 미쓰이 부동산의 미드타운 시리즈 제3탄이다. 호화로운 5성급 호텔인 ‘불가리 호텔’과 공립 초등학교가 같은 건물에 있다고 해서 흥미를 끌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건물 옆에 ‘얀마’란 마크가 크게 붙어 있는 14층짜리 건물이 있다. 건물 1층 안쪽에 있는 앙증맞고 세련된 트랙터 한 대가 눈길을 끌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니 ‘얀마 쌀 갤러리’라는 곳이었다. 직감적으로 ‘아, 저 트랙터는 농사지을 때 사용하는 농기계구나. 쌀 관련 전시 공간을 만든 것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도쿄 한복판에 이렇게 크게 짓다니, 보통 기업은 아닌 듯 싶었다.
/신현암 대표 제공
얀마는 창업 이래 일본의 쌀 생산을 지원하고, 미래의 쌀 생산을 고민해왔다. 이번에 ‘얀마 쌀 갤러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토 가시와(佐藤可士和)와 손잡고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사토는 유니클로, 라쿠텐, 국립신미술관 로고를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갤러리 안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건 ‘쌀 생산의 발전’이란 콘텐츠였다. 과거 손으로 농사짓던 시절부터, 점점 기술이 발전해 얼마나 농사짓기가 쉬워졌는지 세련된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연히 들어온 곳인데도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얀마’는 1912년 오사카에서 설립된 산업기계 제조 업체다. 1933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젤엔진의 소형 실용화에 성공했다. 산업용 엔진을 중심으로 농업·건설기계 등의 사업을 글로벌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야마오카 마고키치(山岡孫吉)다.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어머니가 쌀을 팔아 마련한 돈을 들고 집을 도망쳐 나왔다고 한다. ‘얀마’라는 회사 이름도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사연이 있었다. 일본에선 농사지을 때 “잠자리가 많은 것을 보니, 올해는 풍년이 들겠구나”라고 말한다.
회사 이름을 ‘잠자리’를 뜻하는 ‘톰보’로 지으려고 했는데 다른 회사가 이미 상표권을 갖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큰 잠자리를 ‘얀마’라고 부른다. 그래서 톰보가 아닌 얀마로 회사 이름을 지었다.
만약 얀마가 “우리는 트랙터 만드는 회사에요”라고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대부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쌀’에 대해 이야기하니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프로듀싱한 공간이라 그런지 30여 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큰 회사는 홍보관을 갖고 있다. 제품 중심으로 홍보하기도 하고, 인물 중심으로 역사관을 구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좋은 홍보가 무엇인지 원점에서 생각해 보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면서 모든 사람이 알게 하라’ 아닐까? 쉽지 않다. 내가 내 자랑을 하려니 쑥스럽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겸손하게 하면 없어 보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건방져 보인다.
/신현암 대표 제공
그런데 얀마는 주야장천 쌀을 이야기한다. 쌀은 영양식이다, 쌀을 만드는 농부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여러분 스타일에 맞는 쌀은 이런 쌀이다, 전 세계에 쌀을 베이스로 한 요리는 이런 것들이 있다 등등. 주입식이 아닌 체험식으로, 감성을 자극하며 표현한다. 그러면 고객이 어떻게 될까.
‘도대체 이 회사는 뭔데 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지? 정부 기관도 아닌데?’ 하면서 검색을 해본다. 자연스럽게 어떤 회사인지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창업자 및 창업자의 경영 철학도 알게 된다.
왼손이 모르게 하면서 모든 사람이 알게 하려면, 고객 스스로가 호기심을 갖고 정보를 추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느 틈엔가 팬이 늘어난다. 진정한 고수다. 우리는 지금 홍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곱씹어 보자.
신현암 팩토리8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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