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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 유럽 생활
    지금 이곳에선 2024. 1. 18. 16:42

    슬기로운 유럽 생활


    VOL.15|2024.01.08

     

    안녕하세요? 독자님
    유럽에서 날아온 열다섯 번째 편지를 개봉해주셔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
    오늘은 독일 베를린의 한 고급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만난 개 사진으로 슬유생을 열어보려고 합니다. 베를린에서는 버스, 트램, 열차 등 대중교통을 비롯한 거의 모든 장소에서 개를 만날 수 있어요.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슈퍼마켓 앞에는 개를 잠시 묶어두고 쇼핑을 하고 오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거치대가 설치돼있는 게 일반적이고요. 얼마 전에는 헬스장에 갔더니 손님이 운동하는 동안 직원이 개를 돌봐주고 있더라고요. 식당에서는 식탁 밑이나 의자 옆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개를 구경하는 게 소소한 재미랍니다. 이렇게 어딜 가든 개를 마주하니 궁금해지더라고요, 유럽 개의 삶이요. 🐶
    목줄 풀고 싶다고요? 면허부터 따시죠!
    베를린에서는 목줄 없이 산책하는 개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안전상 우려 때문에 반려견에 대한 목줄 착용이 의무화됐잖아요. '독일에도 그런 우려가 없는 건 아닐텐데' 싶었어요.
    이렇게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개들은 '개 운전면허증'(hundeführerschein)을 딴 친구들입니다. 개를 뜻하는 'Hund'와 운전면허증을 뜻하는 'führerschein'의 합성어인데요. 여기서는 '면허'로 표기를 해보겠습니다.
    면허 제도는 주마다 다르지만 편의상 베를린을 기준으로 살펴볼게요. 베를린시에 따르면 2016년 도입된 면허 제도의 응시 대상은 개와 사람 모두입니다. 사람은 '내가 개를 키우고 통제할 만한 지식과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개는 '행인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고 견주의 통제하에 놓여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뉩니다. 필기 시험은 사람이 봅니다. 개의 사회적 행동과 표현, 사육 및 훈련, 영양 및 건강 관리 등에 대한 문제 30개가 나온다고 해요. 문제의 70% 이상을 맞추면 합격입니다. 실기 시험은 개와 사람이 같이 봅니다.
    앞서 언급한 '사람의 통제(하는)력 + 개의 통제(당하는)력'을 살펴보는 건데요. 시험을 통해 '주의가 산만해질 때 개가 어떤 행동을 하는가' '다른 개를 만났을 때 개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개의 행동을 견주가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가' 등을 확인한다고 합니다.
    모든 개가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개는 최소 12개월 이상이어야 하고, 질병을 앓고 있거나 장애가 있는 개는 감독관 판단에 따라 시험 자격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험엔 수수료도 듭니다. 보통 50~75유로(약 7만~11만 원)정도가 든다고 하네요.
    개와 사람이 다 통과해야 면허가 발급되는 것이라, 면허 학원 홈페이지에는 다소 생소한(?) 문구도 적혀 있더라고요. "개가 문제의 가능성을 보이더라도 보호자가 자신의 노하우로 개의 위험 행동을 방지할 수 있다면 '인간&개 팀'은 시험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개의 '팀워크'라니, 어쩐지 다정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개와 유럽 여행? "애견 여권 챙기세요~"
    유럽에는 '개 여권'도 있습니다. 아, 개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고요. 고양이, 족제비도 받을 수 있는 '유럽연합(EU) 애완동물 여권'입니다. EU에 따르면 EU 회원국에서 이들 동물과 여행을 하려는 보호자는 미리 만들어둔 여권만 챙기면 됩니다. 여권에는 애견 정보, 보호자 정보, 광견병 예방접종 기록, 여권을 발급한 수의사의 정보 등이 이미 담겨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서류를 챙길 필요가 없다고 해요. 애완동물 여권은 기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EU 시민이라면 개와 여행하기가 무척 수월하겠죠? 이 말은 곧 EU에서 탈퇴하면 개와 여행하기가 까다로워진다는 뜻과 같습니다. 네, EU를 탈퇴한 영국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영국 언론에는 지금도 종종 '브렉시트 이후 애견과 여행하는 법'을 소개하는 기사나 글이 실리곤 합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8월 영국 텔레그래프에 로티 그로스라는 여행작가는 이런 글을 썼습니다.
    "반려견과 함께 유럽 대륙을 여행하는 게 브렉시트 이후 복잡해졌어요. 불행하게도 개는 광견병 예방접종 등을 거쳐 동물건강증명서를 받아야 합니다. 발급을 받는 데는 200파운드(약 33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 수 있고요. 목적지 도착 5일 이내에 개에게는 구충제를 투여해야 합니다. 이런 절차들을 진행하는 데에는 최대 3주가 걸릴 수 있어요. 아, EU엔 고기와 유제품 반입이 불가하기 때문에 당신의 개가 비식물성 사료를 먹는다면 국경에서 압수될 수도 있겠네요."
    거리에 개 소변기, 개 요가...
    유럽연합만 해도 27개국이다보니 국가마다, 또 도시마다 특이한 규제나 문화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체코 필젠시는 지난해 9월 역내 곳곳에 '개 소변기'를 설치했다고 해요. 유럽 전문 매체 더메이어에 따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소변기엔 구멍이 뚫려 있어서 개가 이곳에 오줌을 싸면 그 안에 저장이 됩니다. 소변기는 개의 '영역 표시 본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소변 냄새를 묶어두면(?) 여기저기에 소변을 보지 않을 테니 도시 악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시 당국은 판단했습니다.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등에서는 '강아지 요가'가 유행 중이라고 합니다. 개(dog)와 요가(yoga)를 합쳐 '도가'(doga)라고 불리는데요. 파리 등 유럽 곳곳에 지점을 두고 있는 도가 학원 '퍼피앤요가'는 홈페이지를 통해 도가의 장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수업은 강아지들에게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간도 개와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 동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일 수 있습니다."
    퍼피앤요가에 따르면, 강의는 한 번에 1시간 정도 진행된다고 해요. 첫 30분은 견주가 요가를 하는 동안 그 주변을 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식으로, 이후 30분은 견주와 강아지가 함께 쉬고 노는 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다행히 강아지에게 어려운 동작을 강요하는 형태는 아닌 듯합니다. 비용은 1시간에 약 5~6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유럽에서 경험하신 관련 문화, 제도도 있으실 것 같아요. 만약 그렇다면 슬유생에도 살짝 귀띔해주세요. 😍
     

     
    정원사에게 유산 물려준다는 에르메스 가문
    '니콜라 푸에슈'
    지난달 유럽에서 화제가 된 인물이 있습니다. 에르메스 창립자 손자인 니콜라 푸에슈(81)입니다. 푸에슈는 에르메스 주식 약 5.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네, 한마디로 그는 부자입니다. 순 자산이 115억 달러(약 15조 원). 포브스 집계상 세계 부자 순위 162위라고 합니다.
    그가 갑자기 관심을 받게 된 건, '막대한 재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막대한 재산이 누구에게 상속되느냐'이고요.
    푸에슈는 미혼이고, 자녀도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원사로 일하던 모로코 출신 남성(52)과 그의 아내를 '가족처럼' 여겨왔다고 해요. 정원사를 '아들'로, 그의 아내를 '며느리'로 부르면서요. 정원사 부부가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극진히 보살펴준 데 대해 푸에슈는 크게 감사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푸에슈는 자신이 떠난 뒤 이들 부부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주고자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 스위스 트리뷴드제네브 등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정원사를 양자로 들이기 위한 입양 절차가 포함돼있다고요.
    아무리 '가족 같은' 사이라고 해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에게 막대한 재산을 남기는 건 유럽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으로 여겨집니다.
    입양까지 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이 결정의 이면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독일 NTV 등 일부 언론은 주식 취득 등 자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에 질려버린 푸에슈가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정원사 부부에게 유산을 물려주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도 추정합니다.
    푸에슈가 얼마나 많은 재산을 정원사 부부에게 물려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합니다. 이미 자신이 창립한 이소크라테스 재단과 상속 계약을 체결해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푸에슈와 재단 간 계약에 이런 내용이 있다는 설도 돕니다. "상속 자격이 있는 자녀가 나타나면 그 사람은 푸에슈 자산의 최소 절반을 받을 수 있다."
    푸에슈가 정원사 부부에게 원하는 만큼의 재산으 물려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무리를 해서라도 선물을 남겨주고 싶은 이들을 찾았다는 데 축하를 건네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종이에요."
    얼마 전 그린란드기후연구센터(그린란드센터) 소장 미에 윈딩의 강의를 듣고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린란드센터는 그린란드 누크에 있는 국제연구기관으로 기관명에서 알 수 있듯 그린란드를 중심으로 한 기후위기를 연구하고 있어요.
    그린란드에 대해 조금 살펴보면요. 그린란드는 유럽과 북미 대륙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면적이 217만5,600㎢나 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불립니다. 요즘에는 '기후위기'라는 키워드와 함께 자주 등장합니다. 전체 면적 80%가 얼음인 이곳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심각합니다. 영국 엑서터대 지구시스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그린란드 빙하는 이미 '기후변화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고 해요. 티핑포인트는 임계점 또는 변곡점으로 번역되는데, 지구온난화로 생태계가 회복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지점을 뜻합니다. 한국일보는 최근 기사에서 "문제는 특정 생태계가 임계점을 넘어 붕괴되기 시작하면 기후 선순환이 깨져 기후변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지점이라도 티핑포인트를 넘겨선 안 된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어요.
    이런 위기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고 있는 윈딩 소장의 우려는 컸습니다. 그는 기후변화가 주민들의 삶에 너무나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7배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그야말로 기후변화의 '핫스팟'이에요. 그린란드 지반이 불안정해지면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고, 5만6,000만 명 주민 상당수가 종사하는 어업에도 중대한 변화가 생깁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경고' 수위도 강했어요.
    "기후변화라는 단어는 너무 추상적이라 사람들이 그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 충분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생각해보면 정말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종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집을 파괴하는 유일한 종이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그린란드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고 해서 그린란드가 다른 지역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다만 기억하셔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요."
    살짝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오늘 슬유생을 마치겠습니다. (^^) 언제나처럼 독자 분들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의견들을 함께 나누면서요. 이번 주도 무탈하고 풍족하게 보내시어요! 💪
    💬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셔도 흥미롭지만 기후에 관한 내용도 살짝 다뤄주시면 좋겠어요. 이곳은 겨울인데 춥지 않아요.
    → 오늘의 슬유생에 기후에 관한 내용을 살짝 담아 두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의견 보내주세요^^
    💬 여행할 때 유럽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맛집 소개 부탁드려요.
    → ㅎㅎ 제가 맛집 소개에 아주 약한 편이지만, 기회를 노려(?) 보겠습니다.
    💬 유럽의 구석구석을 전해주세요.
    → 네!
    💬 유럽 생활도 좋지만 아시아 생활도 담았으면 합니다.
    → 슬기로운 아시아생활 아이디어도 좋은데요? +.+
    💬 유럽에서 ESG백래시 같은 것도 등장했다던데 시간 날 때, 또는 아이템이 없을 때 알려주세요.
    → 꼭 메모해두겠습니다.
    💬 물가 상승이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네요. 참 씁쓸해집니다.
    → 네, 맞습니다. 새해에는 모두의 삶이 조금 덜 팍팍해졌으면 해요.
    💬 예쁜 사진과 글 잘 봤습니다.
    →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잘 보았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외국에서 고생하십니다. 저도 어제 저녁 미사 참석해 아기 예수 탄생을 축원했습니다.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주님께 기도하겠습니다.
    →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건강과 행복, 저도 기원하겠습니다!
    💬 은별 기자님 해피 홀리데이, 해피 뉴이얼! 💜
    → 저도 보라색 하트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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