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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이동관 씨가 “한국판 BBC” 운운하던데, 웃기려고 한 소리인가?
    지금 이곳에선 2023. 7. 31. 10:14

    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이동관 씨가 “한국판 BBC” 운운하던데, 웃기려고 한 소리인가?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예상했던 일이어서 별로 놀랍지도 않다. 윤석열 정권이 마침내 이명박 정권 때 언론장악 전력이 있는 이동관 씨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선임했다는 사실.

    국민 의사에 반하는 인사이며 한국 언론 생태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 사악한 의도가 있는 인사라는 점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입만 아프다. 이 정권은 이미 나라를 멍멍이판으로 만들려고 작정한지 오래다.

    그런데 이동관 씨가 후보로 선임된 뒤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BBC 인터내셔널, 일본 NHK 같이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 있어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서 진심 피식 웃었다. 참 맞는 말인데, 그걸 누가 한다고? 이동관 당신이? 신종 개그인가?

    BBC의 공영성이란?

    이동관 씨는 BBC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는 알고 뭘 주절거리는지 진짜 궁금하다. 내가 그와 함께 일할 때 기억을 되살려보면 이동관 씨는 방송 공공성에 쥐뿔도 관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자, 이참에 BBC가 어떤 곳인지 이동관 씨에게 소개나 좀 해드리겠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아르헨티나 동남쪽 480km 지점에 위치한 포클랜드 제도(Falkland Islands)의 소유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 이른바 포클랜드 전쟁이다.

    1982년 4월, 영국이 지배하던 이곳을 아르헨티나가 침공하며 전쟁이 벌어졌다. 당시 영국 총리였던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1925~2013)는 지체 없이 군을 동원해 포클랜드를 습격했다. 그리고 전쟁은 단 세 달 만에 영국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이 전쟁에서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것은 이 칼럼의 주제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보통 전쟁이 일어나면 나라 전체가 전쟁의 승리를 열렬히 기원한다. 그 나라 언론사들도 “우리나라 이겨라!” 식으로 기사를 쓴다.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07.28. ⓒ뉴시스

    하지만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달랐다. 공영방송이면 정부의 영향을 받아 더 정부 편을 들 법한데 BBC는 이 전쟁을 철저히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도했다.

    당시 BBC는 영국군을 우리 군대(our force)라고 부르지 않고 영국군(British force)이라고 불렀다. 심지어 BBC는 영국 해군의 공격으로 아르헨티나 해군 323명이 목숨을 잃자, 아르헨티나 현장에서 그들의 가족을 만나 그들의 슬픔과 고통, 전쟁의 참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당연히 전쟁을 주도한 영국의 대처 총리는 분통이 터졌다. 대처는 BBC를 “반역자”라고 부르며 “우리 정부 편을 들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하지만 BBC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BBC는 “우리는 영국이 아니고 BBC다(We are not Britain. We are the BBC)”라고 외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대한 객관적인 보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객관성과 공공성을 잃지 않는 태도, 이것이 바로 영국 공영방송 BBC의 명성을 지킨 가장 큰 무기였다. 지금도 BBC는 영국에서 신뢰도 조사를 하면 항상 1위를 지키는, 영국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믿음을 얻는 곳이다.

    이동관 씨는 절대 못할 일

    이명박 정권 때 이동관 씨의 행적은 워낙 잘 알려져 있으니 내가 뭐라 덧붙일 것이 없다. 그런데 나는 사적으로 이동관 씨를 좀 안다. 그와 같은 신문사에서 10년 정도 함께 일을 했으니 말이다.

    이동관 씨,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진짜 진지하게 물어보자. 본인이 BBC를 꿈꿀 만큼 공정하고 객관적 인물인가? 설마 내 앞에서 “난 그렇다”고 답하지는 못하겠지? 만약 그리 답한다면 당신은 인간과 원숭이의 경계선 아래로 떨어지는 거다. 한마디로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동관 씨는 동아일보 역사상 최악의 편집국장으로 불리는, 그래서 동아일보 역사상 처음으로 기자 총회에 의해 자리에서 쫓겨난 이규민 편집국장 시절 정치부장으로 회사를 대차게 말아먹은 경력이 있다. 내 기억에 이동관 당시 정치부장은 평기자들 동태를 면밀하게 살핀 뒤 편집국장에게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쳤던 진짜 찌질한 부장이었다.

    이쯤에서 독자분들에게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겠다. 약 20여 년 동안 보수 세력에 붙어먹은, 심지어 지금 자기 스스로도 보수 언론임을 부정하지 않는 동아일보의 사시가 뭔지 아시는가?

    충격적이게도 불편부당(不偏不黨) 시시비비(是是非非)다. 불편부당이란 어떤 이념, 어떤 편, 어떤 무리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도적 입장을 지킨다는 뜻이다. 시시비비는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틀린 것은 틀린다고 말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시비비는 그렇다 쳐도, 동아일보가 불편부당한가? 그들이 어느 무리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도적인가? 만약 그들이 그렇다고 주장하면 진짜 코미디 아닌가? 내가 그 회사 다닐 때 “왜 우리 회사는 불편부당이라는 사시를 지키지 않는가?”라며 여러 차례 항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돌아온 답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는 비웃음이었다.

    이동관 씨는 자신을 돌이켜보라. 자신이 정치부장으로 있었을 때, 그래서 회사 분위기가 정말 개판이었던 그 시절, 본인은 불편부당했나? 내가 알기로 2007년 대선을 앞둔 그 무렵 동아일보는 역사상 가장 극악하게 한쪽 편(이명박)을 들었다. 사내에서 “이명박이 당선돼야 우리가 종편을 얻는다”며 떠들고 다녔던 당시 간부들 목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선하다.

    그런데 그 시절 동아일보 ‘이명박화’의 선봉장(앞잡이라고 쓰려다 참았다)이었던 당신이 이제 와서 방통위원장을 맡아 BBC를 운운해? 당신이 어떤 캐릭터인지 모르는 사람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 당신을 좀 아는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

    아무튼 이동관 씨, 작작 좀 웃기시라.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어찌됐건 방통위원장 자리를 기어이 차지할 모양인데, 그냥 평소 하던 대로 권력에 아부하는 언론생태계 조성에나 힘쓰란 말이다. 당신에 맞서는 투쟁은 우리가 할 테다.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앞으로는 BBC같은 헛소리는 좀 작작 하시면 참 고맙겠다.

     

    https://vop.co.kr/A000016374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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