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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괴로운데, 손님이 한명도 없어요”...참사 한 달, 텅 빈 거리에 한숨 쉬는 이태원 상인들지금 이곳에선 2022. 11. 28. 12:48
“마음도 괴로운데, 손님이 한명도 없어요”...참사 한 달, 텅 빈 거리에 한숨 쉬는 이태원 상인들
313m 세계음식거리 1층 점포 36곳 중 12곳 닫아
“코로나19 끝나 좀 괜찮아 지나 했는데 사람 줄어”
이태원 일대 유동인구, 코로나19 한창이던 지난해 수준으로 감소
서울시 “이태원1동 소상공인 매출액, 참사 이후 61.7% 줄어”
이태원 상인들 “재난지역 선포... 실질적 지원 필요”
입력 2022.11.28 06:00“길에 다니는 사람 자체가 줄었어요. 코로나19가 끝나고 좀 괜찮아지나 했는데 걱정이네요.”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난 음식점 사장 A씨는 한숨을 푹 쉬었다.이날 찾은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는 참사 이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오가는 사람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참사 추모객들이 오갈 뿐 저녁 식사나 모임을 위한 인파는 보이지 않았다.25일 오후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양범수 기자금요일 오후 5시 30분. 평소라면 영업 준비에 한창 분주했을 시간이지만 문을 닫은 곳들이 눈에 띄었다. 참사가 발생한 약 40m 골목에 있는 5개 점포 가운데 4곳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참사 당일 112신고 녹취록에 등장한 ‘와이키키펍’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애도기간 중으로 잠정 휴업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을 써 붙이기도 했다.골목 바로 위 약 313m의 세계음식거리도 문을 열지 않은 곳들이 눈에 띄었다. 이 골목 1층에 자리한 가게 36곳 가운데 12곳이 문을 닫았다.내부 수리에 들어선 곳도 있었다. 참사 발생 장소에서 30m 떨어진 곳에 있는 한 라운지클럽은 소셜미디어(SNS) 공지를 통해 내부 재정비를 위해 다음 달 14일까지 휴업한다고 밝혔다.참사 직후 이태원 일대의 유동인구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수준으로 급감했다.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이태원역에 하차한 사람 수는 23만6941명으로 집계됐다.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 이태원역에 하차한 사람 수는 23만3802명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연말 모임 등으로 인해 늘던 이태원 유동 인구가 참사로 인해 줄어든 것이다.이태원역 하차 승객 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다음 달인 지난 5월 42만4867명을 기록한 뒤 비슷한 수준을 이어오다가 지난 10월 56만5392명까지 늘었다.서울시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1동에 있는 소상공인들의 이달 둘째 주 매출액은 참사 이전인 지난달 넷째 주 대비 61.7% 감소했다.정부와 국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지역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 18일 참사로 영업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고, 서울시는 해당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면서 ‘이태원 상권 회복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이태원 상권 회복자금은 이태원 1,2동에 있는 2409개의 소상공인·중소기업 가운데 유흥업 및 도박·향락·투기 등 융자지원제한업종을 제외한 업종을 영위하는 업체에 최대 3000만원을 연 2.0% 고정금리로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밖에도 시는 ‘용산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70억원 지원도 병행한다.다만 참사 발생 지역 일대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참사가 발생한 길 건너편에 있는 ‘퀴논길’에서 3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참사 직후 3주 동안 매출액이 90% 가까이 줄었다”면서 “지금은 30%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코로나19를 지나왔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생겨 너무 힘들다”고 했다.그는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저금리 대출 지원이라 이점이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갚아야 하는 것”이라며 “이태원 상권의 특성상 10월부터 12월까지 매출로 비수기인 1~3월을 버텨야 하는데, 대출은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했다.사고가 난 길에서 11년째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남인석씨는 “사고 당일 현장에서 새벽까지 있었는데 아직도 그 목소리가 생생하다”면서 “마음도 힘들고 괴로운데, 이번 달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는데, 최소한 인근 상인들이 살 수는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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