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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먹는 시간이 무섭다”… 직장인은 구내식당 찾고, 학생들은 1000원 조식에 줄선다
    지금 이곳에선 2022. 5. 27. 17:25

    “밥 먹는 시간이 무섭다”… 직장인은 구내식당 찾고, 학생들은 1000원 조식에 줄선다

    서울 냉면값 1년 만에 9.5% 상승… 자장면 14.1%·삼겹살 4.1% 올라

    직장인 56% “점심값 매우 부담된다”… 직장인 24% ‘구내식당’ 찾아

    대학생들, 1000원 조식에 “아침식사 부담스러웠는데 많은 도움”

    입력 2022.05.27 06:00
    “요즘 젊은 직장인들 보면 마음이 아파. 어디서 뭘 먹든 점심값으로 만원, 2만원은 기본으로 나오잖아. 밥이라도 잘 먹어야 일도 열심히 하니까 마음껏 먹으라고 가격 안 올리고 있는거지.”
    삼겹살 1만7261원, 냉면 1만192원, 비빔밥 9538원. 점심값 1만원 시대가 왔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이유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외식업계도 식자재 수급에 타격을 받아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외식비 지출이 늘자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하는 직장인들은 직장가의 ‘구내식당’을 찾고 있고,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1000원 학식’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18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보복소비 효과까지 겹쳐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식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4월 평균 서울 냉면값은 1년 만에 9.5% 상승해 1만192원을 기록했다.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 자장면은 14.1% 올라 6000원을 넘겼고, 퇴근 후 지친 직장인들의 ‘소울 푸드’로 여겨지는 삼겹살의 외식비용도 200g 기준 1만7261원을 기록하며 4.1%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25일 점심,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구내식당이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채민석 기자
    직장인들이 점심식사 비용 지출에 느끼는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인크루트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과반수가 점심값 부담에 대해 ‘매우 부담된다(56%)’고 답했다. 이어 ‘약간 부담(39.5%)’, ‘보통(4.3%)’이란 응답이 나왔다. 사내에서 점심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24.6%의 직장인이 ‘공동 구내식당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뷔페형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지난 23일 점심, 서울의 대표적인 직장가인 구로디지털단지의 한 구내식당을 찾았다. 1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는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로 꽉 차 있었다.
    아직 자리를 구하지 못한 직장인들도 손에 식판을 든 채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구로디지털단지 인근의 한 은행에서 일하는 직장인 유모(29)씨는 “일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 한 달에 최소 식비로 20만~30만원이 나가게 돼 부담이 크다”며 “최근에는 절반 가까이 식비를 아낄 수 있는 구내식당에서 직장동료 3명과 함께 식권을 결제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디지털단지의 구내식당 5곳을 조사해본 결과 지난해 대비 이용객이 평균 15% 정도 늘었다. 지난 3월부터 외식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하루 평균 50~100명 정도 더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정모씨는 “점심시간에 300여명이 이용했었는데, 최근에는 500명 가까이 이용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지난 3월에 5500원이던 이용권 가격을 6000원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주변 상권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정씨는 “식당 운영이 힘들긴 하지만, 열심히 사는 직장인들이 밥 한 끼라도 든든히 먹고 가라는 마음에서 최소한의 가격만 올렸다. 아마 인근 구내식당 운영자들이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전, 성균관대 인문캠퍼스의 한 학생식당이 1000원 조식을 먹기 위해 줄은 선 학생들로 차있다./채민석 기자
    직장인들보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1000원 조식’을 찾는다. 일부 대학들은 재학생에게 단돈 1000원에 양질의 조식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성균관대 인문캠퍼스에서는 2017년부터 학교 졸업생들이 낸 기부금으로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샌드위치·토스트와 커피 등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스낵이나, 밥·탕·반찬 등으로 구성된 한식 식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 2학년 재학생 정모(21)씨는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데, 아침을 먹지 않으면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매일 수업을 듣기 전 1000원 조식을 이용하고 있다”며 “물가가 많이 올라 아침식사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코로나19가 끝나고 학교 측에서 저렴한 백반을 제공해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부터 1000원 조식을 운영해온 성균관대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교내 학생식당 두 곳에서 총 2만명 이상의 학생이 학교 조식을 이용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당초 학생식당 조식은 2500원이었지만, 졸업한 동문들이 기부금을 보태 1000원 조식을 운영할 수 있었다”면서 “물가가 올라 아침밥을 쉽게 먹지 못하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십시일반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도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5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 일부 대학에서 ‘1000원의 아침밥’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24일까지 국내 28개교가 지원사업을 통해 51만여명의 학생에게 1000원 조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6개교 35만명이 지원을 받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 완화와 물가 상승 여파로 지원 대상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하기 위해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더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확충하고, 사업을 다각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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