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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영상) 배니싱: 미제사건, 분위기로 압도하는 프랑스식 한국 스릴러문화 광장 2022. 3. 24. 12:18
[오영이](영상) 배니싱: 미제사건, 분위기로 압도하는 프랑스식 한국 스릴러
입력2022-03-21 18:53:47수정 2022.03.21 18:57:08 강신우 기자
[리뷰]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
유연석·올가 쿠릴렌코 주연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영화 '배니싱: 미제사건' 스틸 이미지 /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칸 영화제에 두 번 다녀온 화려한 전적의 프랑스 감독 드니 데르쿠르의 글로벌 프로젝트.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피터 메이가 쓴 중국 배경 스릴러 소설 '더 킬링 룸(The Killing room)'을 원작으로, 6년 여 각색 끝에 100% 한국 올로케이션으로 촬영 시작. 배우 유연석과 우크라이나 출신 유명 할리우드 여배우 올가 쿠릴렌코가 열연을 펼친 프랑스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 '배니싱: 미제사건'.
이런 조합이 한국에서 가능하다는 게 놀랍다. 익숙한듯 낯설게 보여지는 한국을 배경으로, 시작부터 긴장감 가득한 음악과 함께 여러 사람이 얽힌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고. 이를 수사하게 된 서울경찰청 박진호(유연석) 형사가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를 찾아가면서 미스테리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된다.
첫인상부터 말하자면, 사운드가 굉장히 잘 짜여진 영화다. 오케스트라 수석 비올리스트 출신 답게, 감독은 스릴러 영화에 걸맞는 분위기 연출을 위해 음악적 기법을 십분 활용했다. 사운드 고저를 통해 극의 긴장감을 순식간에 팽팽하게 잡아 당기다가도 어느 틈에는 느슨하게 한숨 돌릴 공간을 만들어준다. 한마디로 분위기로 압도하는 영화다. 비록 일부 배우들의 연기 톤이나 설정이 과장됐더라도, 잘 쓰인 음악은 이를 상쇄하기 충분했다.
[배니싱: 미제사건] 칸 다녀온 외국감독이 '추격자' 본뒤 찍은 한국 스릴러! 유연석X글로벌 여배우 올가 쿠릴렌코 긴장감 200% 글로벌 수사극 영화리뷰
영화 음악은 상당 부분 '열일' 해주고 있지만 익숙한 한국 배경으로 펼쳐지는 낯선 연출은 득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겠다. 우리 눈에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배우들이 익숙한 언어로 연기를 펼치니 '한국 영화'라고 착각하면 안 될 듯 하다. 오히려 프랑스인 감독이 찍은 프랑스 영화라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한국 시골 동네에서 갑작스레 날라오는 중국인의 저격탄이나 유연석과 올가 쿠릴렌코의 러브 라인 따위는 전혀 어색한 요소가 아니다.
두 주인공과 함께 예지원, 최무성, 박소이, 이승준, 성지루, 아누팜 트리파티 등 충무로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투입됐다는 점은 빈틈없이 보는 맛을 더한다. 극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유연석의 영어 연기와 예지원의 프랑스어 연기도 걸출하다.
하지만 거기까지. 디테일한 설정이 조금은 아쉽다. 가령, 변사체의 지문 채취를 위해 저명한 법의학자 알리스의 도움을 받는다는 설정에서 누군가는 분명 고개를 갸우뚱 할 듯 하다. 알다시피 한국의 지문 감식 기술은 미국 FBI와 전 세계 CSI 요원들도 보고 배울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영화적 허용으로 받아들인다면, 다시금 긴장 가득한 음악과 함께 영화 속으로 곧 빠져들게 될 것이다.
영화 후반으로 가보자. 잠깐 등장하는 액션 씬은 짧지만 강렬하다. 사건 핵심 인물을 붙잡는 클라이막스 씬인데, 막상 보고나면 조금은 허탈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는 전대 미문 사건의 실체가 마침내 드러나게 되는 듯 했지만 영화는 별안간 유연석과 올가 쿠릴렌코의 관계 변화를 암시한다. 누군가는 '그래서 대체 무슨 사건이었는데?'라는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극장을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오직 분위기로 압도되는 스릴러 영화 한 편 감상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느정도는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영화다.
감독은 한국 대표 범죄 스릴러 영화인 '추격자'와 '살인의 추억', '마더' 등을 보면서 각본과 연출에 참고했다고 말했었다. 언급한 영화들의 분위기를 따라잡는 데는 어느정도 성공했다. 다만 아까도 강조했지만, 한 번 더 강조한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가 아니라 프랑스 영화다. 그 사실을 인지한 채 영화를 본다면 거부감이 덜할 듯 싶다. 좋은 의미로 '낯선' 영화다.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다양한 한국의 범죄 스릴러물들 사이, 분명히 뭔가 색다른 조합과 차별점이 느껴진다. 영화의 결말이 비록 어색할지언정, 영화 전체가 어색하진 않다. 30일 개봉.
+요약제목 |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 드니 데르쿠르출연 | 유연석, 올가 쿠릴렌코, 예지원, 최무성, 이승준, 성지루, 박소이수입 | 조이앤시네마배급 | ㈜스튜디오산타클로스공동 배급 | ㈜제이앤씨미디어그룹개봉 | 2022년 3월 30일관람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문화 광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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