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張藝謀·
사진)는 9일 베이징국제미디어센터(BIM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러 번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준비한 모두에게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며 말문을 연 그는 "고민 끝에 중국의 4대 발명품을 재료로 삼았고 실크로드로는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몇몇 장면의 기술적 원리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촬영기사 출신인 이 영화감독이 연출한
올림픽 개막식에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장면들, 그 비밀을 분석했다.
①디지털 두루마리주경기장 '냐오차오' 한복판에서 거대한 두루마리가 좌우로 펼쳐졌다. 길이 70m의 이 두루마리에서 강물이 흐르고 고속철도도 지나갔다. 이 신기한 두루마리의 정체는 접을 수도 있는 얇은 LED(발광 다이오드·light emitted diode)였다. 바닥에 레일을 깔아 두루마리가 펼쳐지는 효과를 냈고, 영상은 프로젝션이 아니라 자체 발광체였던 것이다.
장이머우는 "무대이자 캔버스였다. 흑백(黑白)의 동양화에 아이들이 색을 칠했고, 나중엔 선수단이 밟고 입장했다. IOC 위원장의 축사와 선수 대표 선서도 그 위에서 이뤄졌으니 올림픽 슬로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②오륜마크의 공중부양발자국 모양의 폭죽이 하늘을 걸어 냐오차오까지 들어왔을 때, 바닥에는 오륜마크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오륜마크가 번쩍 들어 올려져 공중에 걸렸다. 어떻게 공중부양했을까. 이 장면은 투명한 막에 새겨져 있었기에 가능했다. 와이어(wire)를 달아 들어 올린 것이다. 2583개의 특수조명이 사용돼 입체감을 더해줬다. 2002월드컵 개막식을 연출한 손진책씨는 "장이머우가 중국 문화를 담는 틀로 영상과 테크놀로지를 썼다"고 말했다.
③무협영화 같았던 성화 점화
리닝(李寧)의 성화 점화에도 복잡한 와이어 액션이 들어갔다. 와이어로 사람을 들어 올리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지만, 뚫린 공간에서 방향을 틀어 지면과 수평으로 냐오차오 천장을 달리게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냐오차오 상공에 와이어를 정교하게 배치하고 방향 전환이 가능한 도르래를 썼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성화 점화자로는 리닝 외에 중국 최초의 금메달리스트 쉬하이펑(許海峰), 올림픽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슝니(熊倪)가 물망에 올랐다. 장이머우는 "폐막식의 가장 중요한 볼거리는 성화 소화(消火) 방식"이라고 말했다. `
④북의 대합주
'블루맨 그룹' 공연처럼 소리를 시각화한 장면이었다. 네모난 북마다 개별 전지(電池)가 들어 있었고 충격에 반응해 빛을 냈다. 타악이 춤이 될 수 있었고, 암전 중에는 붉은 북채들로 진풍경을 만들기도 했다. 2008명의 통일된 호흡도 돋보였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는 "일종의 카드섹션인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것"이라고 말했다.
⑤바닥에서 올라온 지구
주경기장 바닥이 열렸다. 지구 모양의 구조물이 올라왔고, 여기서 올림픽 주제가 '너와 나'가 불려졌다. 공연장처럼 거대한 하부구조를 만들어 두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냐오차오는 지하에 수직·수평 이동과 회전이 가능한 무대들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장이머우는 "중국의 문화와 역사, 전통에 첨단 테크놀로지를 결합했는데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연출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올림픽 개막식은 성공적인 스타트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영화 연출에 비해 100배는 힘겨웠다"고 했다.
[베이징=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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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