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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든 둘 딸의 소망 "야스쿠니 합사된 아버지, 해방시켜야"
    지금 이곳에선 2025. 12. 24. 08:56

    23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징용 피해자 유족,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발언하는 이가 이희자씨. 2025.12.23 ⓒ 연합뉴스

    1943년 1월 생, 어느새 여든 둘이 된 딸 이희자씨는 아버지 고 이사현씨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모욕과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생긴다"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한 일본 신문 기자가 묻자 이씨는 "왜 나는 아직도 일본식민지의 피해자로 남아야 하냐"며 아래와 같이 답했다.

    "아버지는 일본에 의해 일본 전쟁에 1944년 스물셋 나이에 군속으로 끌려가 1945년 6월 중국에서 사망했다. 가족들에게 왜 죽었는지 통보도 안 했다.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 가족들이 있는데 묻지도 알리지도 않았다. 문제는 몇십 년 동안 나는 아버지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됐는지 모르고 있었다. 묻고 싶었다. 왜 숨겼는지. 숨긴 이유가 무엇인지. 알리지 않은 책임을 묻고 싶었다."

    그러면서 이씨는 "가족이 싫다면, 가족의 마음대로 추도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가족한테 있는 거 아니냐"며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가 아버지를 합사시킨 이유를 이해할 수 없어서 이렇게 한국에서까지 소송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야스쿠니 한국인 합사 철폐 소송 제소 기자회견을 했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2만 1000여 명의 조선인 희생자 중 10명의 피해자 유족들이 나선 것이다.

    조선인 희생자 명단은 아래와 같다.

    중국 광시성에서 사망한 이사현, 북태평양 쿠릴열도에서 사망한 동선홍,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사망한 박풍현, 마셜제도에서 사망한 박만수, 중국 안후이성에서 사망한 박헌태, 파푸아뉴기니 기루와에서 사망한 이희경, 파푸아뉴기니 세픽강 하구에서 사망한 이민구, 쿠릴열도에서 사망한 장천옥, 남양군도 트럭제도에서 사망한 최병석, 파푸아뉴기니에서 사망한 이은휘.

     

    소송 대리인단 단장 장완익 변호사는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처음으로 제기하는 소송"이라면서 아래와 같이 소송 취지를 밝혔다.

    "해방 80년이 지났지만 야스쿠니에 무단으로 합사된 희생자들은 아직도 해방을 맞지 못했다. 야스쿠니 한국인 합사 철폐 소송의 원고들은 강제동원 희생자와 유족의 인권과 존엄의 회복, 역사 정의의 실현을 위해 한국 사법부의 문을 처음으로 두드리는 거다."

    이날 오후 1시 40분 대리인단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사망자와 사망일 등을 기록한 '제신명표'와 '제신부' 등에서 이름을 삭제할 것과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가 총 8억 8000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전쟁 전범' 모신 야스쿠니신사가 벌인 일

    태평양전쟁 전범을 모신 야스쿠니신사. 조선인 2만 1000명이 합사돼 있다. 기자가 2024년 12월 초 방문했을 당시 모습. ⓒ 김종훈

    태평양전쟁 전범을 모신 야스쿠니신사. 조선인 2만 1000명이 합사돼 있다. 기자가 2024년 12월 초 방문했을 당시 모습. ⓒ 김종훈

     

    일본 도쿄 중심부에 자리한 야스쿠니신사, 태평양전쟁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 이른바 일본 입장에서 '전쟁 영웅'을 모신 곳이다.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때마다 참배를 하는 이곳에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A급 전범들을 포함한 246만 명이 합사돼 있다. '합사'는 혼령을 함께 모신다는 뜻으로, 유골이 아닌 명부(이름)가 남아있다.

    1959년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는 조선인 희생자를 당시 식민지의 국민이었다는 이유로 일본 A급 전범들과 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했다. 합사란 신도 용어로 여러 사람을 함께 야스쿠니신사의 신으로 모신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신사 측은 이름을 올리면서 합사된 당사자나 희생자의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희생자의 자녀들은 해방 이후에도 아버지의 사망 경위나 행적을 모른 채 수십 년을 살아왔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일본 정부가 작성한 군인·군속(군무원) 명부를 찾아 사망사실을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아버지가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희생자의 후손들은 2001년 6월 도쿄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 일본최고재판소 역시 모두 같은 '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희생자의 후손들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2013년부터 2025년 1월까지 야스쿠니 무단 합사 철폐 소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진 두 번의 소송 역시 모두 기각됐다.

    일본 재판부는 기각 사유로 '야스쿠니 신사는 종교시설이기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정교분리의 원칙)' '사건 발생(합사일) 후 20년으로 정해진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기간)이 지났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야스쿠니신사는 "당시 조선인은 일본인이었다. 천황을 위해 죽었으니 합사는 정당하다"며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모셔지면 모두가 하나의 신이 되기 때문에 분리할 수 없다. 그래서 야스쿠니 신사에서는 합사 이래 특정인의 이름을 사후에 뺀 적이 없다"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2025년 9월부터 희생자의 손주 등이 주도하는 야스쿠니 무단 합사 철폐 3차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12월 23일, 한국에서도 일본국과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접수됐다.

    "무단 합사, 협상 테이블에 오른 적 없어... 정부가 나서야"

    23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징용 피해자 유족,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23 ⓒ 연합뉴스

    이날 대리인단은 한국에서의 소송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이 일본 등을 상대로 한 국내 소송에서 승소한 것도 이번 소송의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다른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국가면제(국제법상 주권 국가가 다른 국가 법원으로부터 재판받지 않을 권리)를 이유로 제기 자체가 어려웠지만 법원은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며 '국내에서 다른 국가가 저지른 반인권범죄는 한국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단장 장완익 변호사의 말이다.

    "지난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판결로 일본 기업에 노무자로 끌려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국내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군인·군속 피해자들은 한 국가를 다른 국가의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 법리의 장벽에 가로막혀 국내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21년과 202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국 법원은 일본군 성노예제와 같은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를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불법행위가 법정지국인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경우 국가면제를 배제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분명히 하였다. 이 판결로 군인·군속 희생자 유족들도 한국 법정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것이다."

    부단장 이상희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종국적으로 한국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라면서 "야스쿠니 신사 합사에 대해서 철회하라고 한 것이 20년이 넘었다. 그사이 우리 정부는 단 한번이라 이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와 협상테이블을 가져본 적이 없다. 소송을 제기하는 건 우리 법원으로부터 사법구제를 받는 것도 있지만 더 이상 한국정부가 이 문제를 유족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나서라는 의미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앞으로의 재판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 소송 등에서 송달 조차 거부해 버리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대리인단은 "송달까지도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송에서 봤듯 우리가 입증해야할 부분은 우리가 입증하겠다.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가 진지한 자세로 소송에 임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93472&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aver_news&CMPT_CD=E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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