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리박스쿨이 꿈꾸는 세상 [북&이슈]
    지금 이곳에선 2025. 6. 11. 09:55


    VOL.49|2025.06.11




    “4월 27일
    이승만은 국회에 사임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거부했다.
    이미 방송으로 다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이승만은 비서들의 잇따른 사임서 사인 요구에 버텼다.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노 독재자 최후의 몸부림이었다."
    - 서중석 '이승만과 3 15 부정선거' 중 -



    '대통령 중독자' 이승만
    제가 어릴 적 받은 반공교육 레터토리 중엔 북한은 애들이 어릴 적부터 탁아소 보내 부모 정을 떼게 한 뒤 세뇌교육을 시킨다, 는 게 있었습니다. 그래설까요. 초등학생 방과후 수업 시간에 이승만, 박정희 찬양 대회를 열었다는 늘봄교실과 리박스쿨 뉴스를 보니 빵 웃음이 터지는군요. 반공교육 그거, 효과 좋으네요.
    리박스쿨의 리를 두고 맨날 하는 소리가 이겁니다. 그 분이 그 정돈 아니었다, 밑에 애들이 과잉충성한 거다, 부정선거 몰랐다, 그래도 자진해서 물러나지 않았냐 등. 그래서 계간지 역사비평 2011년 가을호에 실린 짧은 글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나머지 책들이야 워낙 두껍고 복잡한 데 저 글은 20쪽 남짓 압축정리 버전이니 부담 없으리라 싶어서요.

    가장 핵심은 그 분이 대통령 중독자였다는 겁니다. 내각제였던 재헌헌법을 몽니를 부려 대통령제로 바꿨던 초기부터, 라디오로 대국민 하야 성명을 내놓고도 서명만큼은 또 절대 하고 싶지 않아서 버티던 최후의 순간까지. 오직 나만이 대통령이라는 고집,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만약 그 분이 조금만 더 젊었다면, 후계자 이기붕이 몸이 안 좋아 재택근무만 했던 약골이 아니었다면, 가장 결정적으로 이들이 군부에 대한 장악력이 좀 더 강했다면, 4 19를 깔아뭉개고 정권을 계속 유지했을 거라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실제 더 젋고 군부 장악력이 강했던 박정희는 1971년 대선에서 야당후보 김대중에게 고전하자 이듬해인 1972년 10월 유신을 했습니다. 그 분은 하야를 '한' 게 아니라 하야를 '당한' 겁니다

    '부정선거의 아버지' 이승만
    그 시절 재미있는 풍경 많습니다. 1950년대 그 분 우상화가 시작됩니다. 그의 생일 3월 26일에는 가장 거창한 규모로 3군 분열식이,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분 찬양 글짓기 대회가 열립니다. 파고다공원과 남산공원엔 그 분 동상이 세워지고, 그의 호 '우남'을 본 따서 우남송덕관, 우남정, 우남회관, 우남학관, 우남도서관 등이 만들어집니다. 심지어 서울시 이름을 우남시로 바꾸는 방안까지 추진합니다.
    우남탄신일을 맞아 우남시민들은 오전에 남산 공원에 올라 '배달민족의 영원한 지도자'이자 '세기의 영도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동양 최대 규모로 지어진 그 분 동상을 둘러본 뒤 우남정에 올라 우남 찬양 글짓기를 하고, 오후에는 우남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저녁에는 우남회관에서 공연 한편을 즐기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십니까.
    이러면 김일성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헷갈릴 법도 한데, 뭐 리박스쿨 유니버스에선 문제가 안될 것 같습니다. 정 안되면 '북한 니들은 더 하잖아'로 퉁치면 되죠.
    리박스쿨 계열에 계신 분들은 부정선거 문제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아는데, 그 시절 부정선거 기법으론 이런게 있었습니다.
    개표장 불을 다 꺼놓고 개표하는 '올빼미 개표', 야당후보 표 100개 묶음 앞 뒤로 여당 후보 표 1장씩 끼운 뒤 여당 표 한 묶음으로 계산하는 '샌드위치표', 선거 참관인들에게 제공되는 닭죽 가운데 야당 참관인 몫에다가 수면제를 타서 푹 재워드리는 '닭죽 개표' 등등. 이 정도면 고무신에 막걸리, 3인조 9인조 투표, 부락별 시간제 투표 같은 건 곁들이는 양념 수준이죠.
    요즘 부정선거 어쩌고 하는 분들은 아마 그 시절 부정선거에 깊은 감화(?)를 받으신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그리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슬쩍 한 발 걸치려고 중앙선관위 같은 조직이 있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다들 내무부 정도가 알아서 한다고 분개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그게 다 그 분 덕입니다. 저런 난장을 쳐놓으니 중앙선관위를 따로 만든 겁니다. 몰라서 그러는 건지, 고도의 안티인 건지.

    '마지막 총알' 최인규
    리박스쿨은 포털 사이트 댓글도 건드린 모양입니다. 아이디 1개로는 조작에 한계가 있으니 여러 아이디를 돌려써야 하는데, 그걸 '총알'이라 불렀다죠. 그 분에게도 총알이 있었습니다. '지당하십니다'만 반복해서 '지당 장관'이라 불렸다던, 충성심과 실행력이 뛰어나서 그 분의 '마지막 총알'이라 불렸다던 최인규 내무장관.
    1950년대 부정선거는 일상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선거 때마다 참신한(?) 기법들이 론칭됐습니다. 1960년 3월 15일 대선은 그 종합판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 직전 치러진 1956년 대선 결과가 거론됩니다. 앞에서 말한대로 대대적 우상화 작업에다 조직적 부정선거를 저질렀는데도 조봉암 후보가 30%대 득표율로 선전했고, 부통령 선거에서는 자유당 이기붕이 민주당 장면에게 졌습니다.
    그 분은 가만~히 있었을까요.
    1960년 대선을 한 해 앞둔 1959년 3월 전공을 따지자면 경제 통상쪽 관료에 가까웠던 최인규를, 선거를 관장하는 내무장관으로 보냅니다. '마지막 총알'답게 이 인사의 의미가 뭔지를 아는 그는 취임사에서 '콩밥 먹어도 내가 먹으니 니들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선언(?) 합니다.
    1959년 6월 이승만-이기붕을 정부통령 후보로 지명합니다. 당시 대선은 보통 5월에 치러졌는데 1년 전에 이미 후보를 확정한 겁니다. 1년 동안 풀스윙해보라는 거겠죠. 1959년 7월엔 조봉암을 사형시킵니다. 사형 확정 판결 하루 만에 집행한 걸로 유명합니다.
    1960년 2월엔 상대 후보 조병옥이 몸이 안좋다는 점을 이용해 5월 치러지던 대선을 3월로 앞당깁니다. 곧이어 후보 등록 마감일 때는 '저번처럼 부통령에 민주당이 뽑히면 난 대통령 안한다' 선언합니다.
    '그 분의 마지막 총알'이라 불린 최인규라면, 이런 일련의 흐름을 두고 "조봉암은 죽였고 조병옥은 죽었으니 그 분은 당연히 이길테니, 뭐하러 굳이 부정선거를 해. 애들아 적당히들 해라"라고 했을까요. 아유, 그러면 '마지막 총알'이 아니죠. 이기붕 떨어지면 니들 다 죽어, 아니었을까요.
    부정선거 같은 게 있었다면 애석하다는 둥 학생들 피 흘린 게 참 애통하다는 둥 4 19를 이후에 그 분이 하셨다는 얘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마디로 윤석열이 계몽령 하는 소리입니다. 그 땐 극우 유튜브 같은 건 없었을 텐데.

    '총알' 표현에 빵 터져 옛글 하나 가져와봤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발상과 접근법이 비슷할까요.
    '폭싹 속았수다'에선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게 수채화가 된다고
    그랬던가요.
    아무 말 안하면 저런 디테일 아무도 다시 거론하지 않습니다.
    저분도 2011년 뉴라이트 광풍 속에서
    세월이 지나 그런지 그 때 진짜 뭔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모양이지?
    라면서 썼습니다.
    앞으론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게 진짜 돕는 겁니다


    국부, 라는 허영심
    민주당 장면이 부통령에 당선된 게 그리 끔직했다면
    왜 미국처렴 정부통령을 같이 뽑도록 하지 않았을까요.
    자유당도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 분이 워낙 고령이라 갑자기 죽으면
    민주당 장면이 대통령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내각제 등 여러 대안을 모색했는데도
    그 분이 그걸 엄청 싫어하셨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무소속 부통령후보들이 한결같이 이승만을 국부로 떠받들면서 자신에게 표를 던져 이승만을 모실 수 있게 해달라는 선거운동을 한 것이 이승만을 흐뭇하게 했던 것이다."
    흐뭇하셨던 겁니다.
    흐뭇한 6월 되시길 바랍니다.
     

     

    한국일보 이메일 서비스 중에서 발췌

    https://www.hankookilbo.com/NewsLetter/bookissue/Read/219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