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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히 딴 살림 차려?'…퇴사 한 달 만에 날아온 '고소 폭탄' [김대영의 노무스쿨]
    지금 이곳에선 2025. 4. 28. 10:25

    '감히 딴 살림 차려?'…퇴사 한 달 만에 날아온 '고소 폭탄' [김대영의 노무스쿨]

    김대영 기자

    입력2025.04.28 07:11 수정2025.04.28 07:17

    퇴사자들 경찰 고소한 회사

    퇴사 후 동종 서비스 운영

    회사 "핵심 사업 모방, 위법"

    경찰·검찰, 증거 부족 무혐의

    법원 "회사 사업, 성과 아냐"

    인스타그램. 사진=AFP·연합뉴스

    인스타그램 계정 관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모바일 마케팅 대행업체 A사에서 일했던 팀장 B씨와 직원 C씨는 퇴사 후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이들은 퇴사한 지 약 한 달 만에 새 회사에서 인스타 관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A사는 이들을 경찰에 두 차례 고소했다. 업무상 배임,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물 도용 등이 고소 이유였다.

    퇴사한 직원들 수차례 고소…"핵심 사업 모방"

    A사는 B씨 등이 자사 서비스를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광고문구, 서비스 설명·가격, 취소·환불 규정조차 그대로 따라한 데다 과거 업무 실적도 사업에 잉용했다는 것이다. 또 자사 영업용 주요 자산인 인스타그램 관리 계정 256개를 유출해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A사는 B씨 등이 서명한 보안서약서도 증거로 제시했다. 보안서약서엔 "회사로부터 취득한 모든 정보를 회사 관련 업무에 한해 이용할 것이며 타 기업의 보호대상 정보를 회사 내 보관치 않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퇴직 시 회사에서 제공받은 회사 소유 모든 정보자산을 반드시 반납하고, 이후에도 회사에 손해가 될 수 있는 각종 정보에 대해선 이를 일절 누설치 않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하지만 경찰은 첫 번째 고소 당시 증거불충분으로 각하했다. 두 번째 고소건에 대해서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들어 불송치 결정했다. A사는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냈고 개인정보보호법·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를 진행했다.

    경찰은 영업표지가 유사하지 않고 A사 재직 당시 관리했던 계정을 광고·홍보에 활용할 때 모두 모자이크 처리한 만큼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어 검찰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경찰·검찰 무혐의 판단…법원, '성과' 해당 여부 주목

    A사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B씨 등의 회사가 영업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이들이 자사 성과를 이용해 수익을 냈다면서 488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성과'의 경우 명성과 경제적 가치, 고객흡인력, 동종 업계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경쟁력을 고려하면서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한 바 있다.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이경은)는 A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의 인스타그램 관리대행 서비스가 부정경쟁방지법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성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스타그램 관리대행 서비스는 이미 여러 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다수 업체가 고객에게서 인스타그램 계정과 비밀번호를 받아 직접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A사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다른 업체들도 고객 계정이 인스타그램 상단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시태크 문구를 선별해 제시하거나 운영 방향을 컨설팅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고객 계정으로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 소통을 이어가는 서비스도 다른 업체들이 이미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크 알고리즘 분석과 활용법도 인터넷상에서 접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A사의 발목을 잡았다.

    업무상 배임도 부정…"누구나 알 수 있는 사업"

    광고문구는 B씨 등이 모방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취소·환불 규정도 다른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내용으로 판단됐다. 과거 업무 수행실적은 모자이크 처리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직원이 경쟁업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로 성립하려면 공개되지 않는 내용이면서 통상적인 방식을 통해 입수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회사가 자료 취득·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인 결과물로 경쟁 과정에서 이익을 얻을 정도의 영업상 주요 자산일 때 업무상 배임이 성립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인스타그램 관리대행 방식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방법에 불과해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돼 있지 않아 A사를 통하지 않고는 통상 입수할 수 없다거나 A사가 이 방식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비용을 들인 영업상 주요 자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A사가 관리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공개계정이고 누구나 그 이미지를 캡쳐 등의 방법으로 취득할 수 있어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B씨 등이 A사의 영업상 주요 자산을 유출, 사용해 업무상 배임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425667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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