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모닝 인사이드/우리에 갇힌 야수
    지금 이곳에선 2025. 3. 29. 19:54

    ‘관점 있는 아침’ :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한국일보 정영오 논설위원이 독자분들에게 보내는 뉴스레터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지나쳐온 현안들을 차별화된 관점으로 다시 읽어 보세요.
    독자 여러분, 겨우내 벌거벗은 나뭇가지에 푸릇푸릇 새순이 움트네요.
    한낮에는 20도가 넘는 날씨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 낮에는 미세먼지 걱정도 무릅쓰고 창문을 열어야 할 정도로 더웠는데, 내일 비가 온 후 주말에는 최저기온이 다시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네요. 성급하게 움튼 새순이 이 고비를 잘 견뎌내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추천곡은 1960년대 최고로 힙했던 미국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리더 Lou Reed가 1971년 발표한 ‘Perfect Day’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화사한 봄날이 바로 완벽한 날이죠.
     
    우리에 갇힌 야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지난달 25일 종결되고, 평의가 시작된 지 한 달을 넘어서면서 헌재 앞 긴장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탄핵 심판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를 정치권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우리 민주주의의 앞날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가 기로에 서 있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닙니다.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심각해 보입니다. 2020년 대선 패배 불복과 폭동 선동으로 정치생명이 끝난 듯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4년 만에 대통령직에 복귀했습니다.
    그의 꼭두각시가 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그는 불법적 행정명령을 남발하고 있고, 이제 유일하게 남은 민주주의 견제 장치인 법원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불법 이민자 추방을 일시 중지하라고 명령한 연방 판사를 ‘급진 좌파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매도하자, 극우 지지자들이 판사에게 위협 목적의 우편물을 보내는 등 협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트럼프가 사법부를 공격할 기회를 제공한 가장 큰 책임이 사법부에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대법원은 대통령이 재임 중에 한 공적 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형사상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며, 트럼프 재선의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의회 연설을 마친 후 존 로버츠 대법원장에게 “고맙다, 잊지 않겠다”라는 말을 건내기도 했습니다. 그 보답이 바로 사법부 공격입니다.
    독재자에게 선의를 기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다시 한번 증명됐습니다.
    한국은 다행히 지난 겨울 밤, 신속히 국회를 둘러싼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고 출동한 군인들도 국민의 편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한 덕택에 기적적으로 민주주의를 공격하려던 대통령을 탄핵 소추 울타리 안에 가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탄핵 심판 평의가 길어지며 ‘우리에 갇힌 야수’가 행여나 다시 풀려나지 않을까 불안이 점점 커집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미국 대법원의 잘못을 반복하면 안 됩니다.
    한덕수 탄핵·이재명 선고… 승복과 자제로 민주주의 지켜야

    “트럼프가 사법부에 선전포고” 보수도 걱정하는 미국 법치 위기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기’
    국민연금 개혁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료율(가입자 소득 기준 사업주와 근로자가 각각 절반씩 내는 돈)은 현행 9%에서 13%로 올라가고,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40년을 기준으로 가입자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도 내년부터 43%로 상향 조정됩니다.
    소득대체율은 원래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돼 올해는 41.5%가 됐고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는데, 43%로 고정되게 된 것입니다. 목표가 소득대체율 50%였다는 점에서 다소 부족하지만, 아무튼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의 개혁입니다.
    그런데 법 통과 후 여야의 3040 의원 8명이 모여 “청년 독박 개정”이라며 비판에 나섰습니다. 이를 받아 한동훈, 안철수, 유승민, 이준석 등 대선 주자들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한 발 더 나갔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중장년층만 이익을 볼 것이라는 ‘청년 독박’ 주장은 과장이 심합니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그 해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55세 가입자라면 내년부터 3년간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서만 43%가 적용되는 반면, 25세 가입자라면 33년간 납부한 보험료에 적용돼 훨씬 더 많이 받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연기금은 2056년 소진되고, 이 경우 지금 20대들은 2056년 이후 더 큰 보험료 부담을 견뎌야 합니다. 기금이 어느 정도 고여 있어야 기금 운용 수익률도 그만큼 더 커져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숙의 학습을 진행한 결과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18~29세 청년들을 상대로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선호도를 조사하고, 이후 국민연금 제도와 개혁안에 대한 정보를 보여준 후 다시 조사한 결과, ‘덜 내고 덜 받는’ 방안보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
    물론 앞으로 내야 할 보험료가 훨씬 많은 젊은 세대의 부담이 아무래도 중장년보다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만을 해결할 방안을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18년 만에 이룬 모수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리라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아무리 눈앞에 청년 표심이 아쉽더라도, 부정확한 정보로 청년을 선동하는 정치인은 대통령 자격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합니다.
    청년 불리한 연금 모수조정, 구조개혁으로 해결해야

    소진 9~15년 늦춘 국민연금… 20·30대 “아들 딸에게 그러고 싶나” 분노

     
    '몸조심하라'는 섬뜩한 말 [지평선]
    💬 sper****님
    "이거 진짜 묘한 말이지. 평소에 친구나 가족한테 “몸조심해” 하면 걱정하는 말인데, 정치권에서 나오면 뭔가 섬뜩해짐.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협박으로 쓰이기도 하잖아. 현실에서도 법원에서 협박죄 인정한 사례가 있다는 게 놀랍네."
    [사설] 한덕수 탄핵·이재명 선고... 승복과 자제로 민주주의 지켜야
    💬 jweg****님
    "이번 주 진짜 난리네요. 한덕수 총리 탄핵, 이재명 대표 항소심, 윤 대통령 탄핵 심판까지 줄줄이 터지면서 정국이 크게 흔들릴 것 같아요. 정치권이 또 갈라치기 할까 걱정인데, 어떤 결과든 승복하고 자제하는 게 중요하겠네요"
    [사설] 오세훈의 어설픈 소신에 서울 집값만 뛰었다
    💬 cche****님
    "오세훈 시장이 자유시장 원리를 말하는데, 그 자유가 강남 집값 올려놓는 자유인 건가? 서울시 정책이 잘못된 건 인정해야 하지 않나?"
    오늘의 인사이트 어떠셨나요?
    의견을 보내주시면 더 좋은 레터를 만드는 데 참조하겠습니다.
     
    현안에 대한 판단이 어렵거나 자유분방한 시각에 목마를 때, 한국일보 사설과 칼럼을 권해 드립니다. 팩트에 기반한 냉철한 관점이 여기 있습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이 만드는 ‘관점 있는 아침’ : ‘모닝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가족 친구 연인에게 선물해보세요.
     
    모닝 인사이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주세요.
     
    본 메일은 회원님의 동의를 얻어 발송되는 메일입니다.
    뉴스레터 수신을 원치 않으실 경우 수신거부를 클릭해 주세요.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7 한국일보사 Copyright © Hankookilbo

    한국일보 이메일 서비스 중에서 발췌 url없슴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