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미국 괴롭히는 나라 된 ‘한국’ [3월6일 뉴스뷰리핑]
    지금 이곳에선 2025. 3. 6. 12:04

    사설.칼럼칼럼

    미국 괴롭히는 나라 된 ‘한국’ [3월6일 뉴스뷰리핑]

    권태호기자

    수정 2025-03-06 11:00등록 2025-03-06 08: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워싱턴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는 가운데, 제이디 밴스 부통령(왼쪽)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오른쪽)이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한국 겨냥한 트럼프

    ② Now and Then : 봄(김정미, 1973)

    ① 차이의 발견

    # 한국 겨냥한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이 4일(현지시각) 열렸습니다.

    - 트럼프는 연설에서 한국을 콕 집어 ‘미국을 괴롭히는 나라’ 중 하나로 언급했습니다.

    - 트럼프는 어제(한국시각) 연설에서 미국 민주당 비판, 우크라이나 문제 등 여러가지를 쏟아냈지만, 한국 관련 부분은 경제에 집중됐습니다.

    - 크게 △한국의 대미 관세 △반도체법 폐지 △한국의 알래스카 가스 개발 투자 요구 △미국 조선업 부활 등입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한겨레신문 3면 그래픽

    1. “한국 관세, 4배 높다”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방이 이렇게 하고 있다”

    - 일단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은 2007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미 수입품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 수준입니다. 미국산 수입 공산품 관세율은 0%입니다. 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이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입니다. 트럼프의 ‘4배 발언’은 이를 두고 말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관세는 미국에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또한 한국은 미국 등 대부분 국가와 FTA를 체결해 이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는 많지 않습니다.

    - 다만 문제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미FTA 및 대중국 수출 위축 파급 효과로 최근 3년간 대미 무역흑자는 연평균 27.5% 늘어났습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557억달러(81조원)로,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8번째로 많은 무역적자 국가입니다. 따라서 트럼프는 이를 끄집어내며, ‘한국은 우리 때문에 돈 벌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또 관세 인상 뿐 아니라, 방위비 협상 등 여러가지 카드의 협상용으로 꺼낼 가능성도 큽니다.

    중앙일보 그래픽

     

    “그들이 어떤 관세를 부과하든 우리도 그들에게 부과하겠다. 그들이 우리의 시장 진출을 막으려고 비금전적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그들이 우리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비금전적 장벽을 세우겠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에 의해 착취당해 왔으며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을 것”

    “관세는 미국을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다. 약간의 소란이 있겠지만 괜찮다. 많지는 않을 것”

    “관세가 단지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영혼을 보호하는 것”

    “4월2일 상호 관세가 도입된다. 1일부터 시행하려 했는데 하필 만우절이다. 하루면 금전적 손해가 많겠지만 (4월2일은) 기념비적인 날이다”

    =>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강행 예고 여파로 하락한 데 이어 캐나다·멕시코·중국의 보복 대응 발표로 이틀 연속 하락했습니다.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와 유통업체 타깃은 실적발표를 하면서 “관세 때문에 상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며 멕시코산 농산물은 곧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많은 미국 경제학자들이 관세가 미국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는 올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관세를 두고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런 지적에 아랑곳 않을 태세입니다.

    => 4월2일이면 미국의 ‘상호 관세’(상대국 관세 수준에 맞춰 조정된 자국 관세)가 부과됩니다.

    따라서 3월 한달 안에 미국과 제대로 협상해야 합니다. 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정부에서 이를 매듭짓게 됩니다. 미국은 정부 보조금,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들도 문제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반도체법 없애겠다”

    “반도체법은 끔찍하다. 반도체법을 없애고 남은 돈이 있다면 부채를 줄이는 데 써야 한다. 우리는 그들(미국 투자기업)에게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수천억달러를 (보조금으로) 주지만 아무 의미도 없다. 그들은 우리의 돈을 가져가서 쓰지 않고 있다”

    “그들(반도체 기업들)에게 중요한 건 우리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관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다. 그들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투자하러) 올 것이다”

    -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022년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법’을 통해 많은 외국기업들의 대미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삼성, SK 등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를 ‘관세’로 대체하려 합니다. 바이든이 ‘당근’을 줬다면, 트럼프는 ’채찍’으로 이를 유도하겠다는 것입니다.

    -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370억달러 이상 투자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와 지난해 말 47억4500만달러(약 6조9천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39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이 결정됐습니다.

    -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재검토에 들어가 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습니다.

    - 그러나 이는 계약이라는 신의성실 원칙을 위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 ‘보조금 폐지’ 압박 언포를 통해 오히려 추가투자를 요구하는 등 다른 압박용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3. "알래스카 가스전 투자"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각각 수조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 이 역시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의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또는 개발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 확정 단계가 아닌데, 트럼프가 ‘투자하기로 했다’며 대국민 홍보 및 기정사실화로 못박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투자 앞에 한국 정부와 관련 기업들의 고민이 커질 듯합니다.

    - 2030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추진중인 이 사업은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의 천연가스를 송유관을 거쳐 남쪽 앵커리지 인근 항구까지 보내 다른 곳으로 실어나르는 사업입니다. 이를 위해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1300㎞ 길이 가스관과 액화 터미널 등 인프라를 건설해야 합니다. 약 450억달러(약 64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합니다.

    - 일본과 한국 등은 애초 이 사업에 시큰둥했으나, 트럼프 2기 들어 무역흑자국에 대한 관세 압박이 예고되자 다목적용으로 다시 적극 검토중입니다.

    정부는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 참여를 통해 미국산 LNG 수입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대미무역 흑자 규모를 줄여 미국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국내 철강·조선업계는 적극적인데 반해, 에너지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입니다. 철강·조선은 투자와 동시에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에너지 분야는 건설이 된 뒤에야 투자 대비 수익 여부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 3면 그래픽

     

    4. “미국 조선 부활”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다”

    “백악관에 새로운 조선 사무국을 설치하고, 특별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

    - 미국의 조선업 부활은 대중국 견제 목적이 큽니다. 현재 전세계 조선업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세계 조선 누적 수주 점유율은 중국 71%, 한국 17%, 일본 5%이고, 미국은 0.1%입니다. 한때 미국 내 조선소는 400여개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21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중국은 조선업을 바탕으로 해군 전력을 강화해 함정 수가 234척으로 미국(219척)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 다만 미국이 하루아침에 조선업을 확장시킬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한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합니다. 현재 조선업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일본은 가격경쟁력에서 한국에 뒤집니다.

    5. 사설 제목

    한겨레 = 한국 '공개 저격' 트럼프 의회 연설, 초당적 대응 나서야

    경향 = "한국 관세가 미국의 4배" 트럼프의 겁박, 의연히 대처해야

    한국 = 뜬금없이 "관세 4배"… 결국 한국 겨눈 트럼프

    동아 = 트럼프 "韓 안보 돕는데 관세는 4배" 또 억지… 곧 닥칠 '태풍'

    조선 = '한미 원전 동맹' 모델, 트럼프 시대 돌파구 될 수 있다

    - 거의 모든 사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진보·보수 언론이 논조가 같아질 때가 있습니다. 월드컵 때입니다. 지금이 그와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정도 감안은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한국 저격’ 트럼프 의회 연설이 던져주는 충격파가 상당합니다. 이런 경우, 언론들은 대체로 ‘힘 모아서 제대로 잘 대처하라’는 식의 주문을 하게 됩니다. 사실 별 뾰족수가 없습니다.

    모든 변수를 다 열어놓고, 부처간 협력은 물론 여야도 손을 맞잡으라는 정도입니다. 과거 보수정부 시절에는, 보수언론들이 이를 ‘국론통일’, ‘정치권 집안싸움할 때 아니다’는 식으로 야당을 압박하는 요소로 쓰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안에서도 대체로 언론들의 주문은 ‘잘 준비하라, 걱정이 많다’ 정도인데, 조선일보는 여기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선뜻 동의는 안 됩니다만.

    ② Now and Then

     

    3월이면 봄인데,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리고 서울에도 한 차례 눈이 쏟아진 뒤 여전히 찬 기운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입니다. ‘12·3 내란 여파’가 여전한데, 트럼프의 공세는 본격화 되고 있습니다. 봄 같지 않은 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봄이라 오늘은 봄노래 하나를 골라 봤습니다.

    김정미의 ‘봄’(1973)입니다. 신중현 사단의 일원으로 1971년 데뷔한 김정미는 단숨에 ‘제2의 김추자’로 주목 받았지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습니다. 둘 다 신중현 사단이지만, 김추자는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한 소울풍이었다면, 김정미는 읊조리는 듯한 중저음과 비음이 강한 창법과 글루미(gloomy)한 음색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겨 오히려 당시 신중현이 추구했던 사이키델릭 록에 더 맞춤이었습니다.

    아마도 신중현은 김추자보다 김정미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구현하려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대중들은 폭발적인 김추자에게는 열광해도 흥얼거리는 듯한 김정미에게는 많이 매료되지 못했습니다. 일부 노래는 사이키델릭 록을 이해하지 못했던 당국자들에 의해 ‘창법 저속’이라는 이유로 금지곡 명단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계속된 좌절에 김정미는 결국 미국 이민을 떠났고, ‘비운의 가수’로 그렇게 잊혀져 갔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신중현이 재평가 받으면서, 묻혀졌던 김정미도 다시 발굴됐습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에 은퇴 20~30년이 지난 뒤에야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지요. 그러면서 뒤늦게 팬클럽이 형성되고, 최근엔 영화 ‘님은 먼곳에’(2008), ‘마약왕’(2018) 등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는 김정미의 노래(‘간다고 하지 마오’, ‘바람’)가 깔리곤 합니다.

    게다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분신’을 영화화한 영국의 ‘더블:달콤한 악몽’(2014), 그리고 미국 영화 ‘덕 버터’(2018) 등에도 김정미의 노래 ‘해님’이 영화 엔딩곡으로 한국어 원곡 그대로 실리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5년 남짓의 그 짧았던 젊은날이 다시 소환됐습니다. 그러나 그때와는 너무 멀리 가버린 김정미는 다시 세상에 나오진 않아, 신화로 박제된 채로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LA에서 노년을 보내고 계시겠지요. 오늘의 우리가 20~30년 뒤에는 또 어떤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일까요. 영상은 1975년 3월 대한극장에서 열린 윤복희 리사이틀에 요즘 단어로 게스트 출연해 ‘봄’을 부르는 김정미의 당시 모습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fvJqu4nPZw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85554.html?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ewsstand&utm_term=t3&utm_content=20250306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