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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익뚱보 부익홀쭉' 비만 양극화 해결 시급해지금 이곳에선 2025. 3. 2. 15:26
'빈익뚱보 부익홀쭉' 비만 양극화 해결 시급해
[WEEKLY BIZ] 비만 치료제의 아버지 "비만 치료제의 '분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김수진 인턴기자
입력 2025.02.13. 17:44업데이트 2025.02.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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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빈익뚱보 부익홀쭉’ 시대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체육관에서 적당히 운동하며 값비싼 비만약까지 쓸 수 있는 부자일수록 날씬해지고, 가난한 자들은 그 반대로 더 뚱뚱해지는 비만 양극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위고비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 기반 약물은 효과는 좋아도 가격이 워낙 비싸(국내 공급 가격은 4주 기준 37만원) 양극화 현상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GLP-1 개발의 초석을 다진 ‘비만 치료제의 아버지’ 대니얼 드러커 토론토대 교수는 최근 WEEKLY BIZ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비만 치료제의 ‘분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드러커 토론토대 교수는 WEEKLY BIZ 인터뷰에서 "비만 치료제를 약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 먼저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토대
◇목숨 살리는 비만약, 효율적 분배가 핵심
-비만 치료제는 살 빼서 예뻐 보이려는 미용 목적으로 쓰이는 게 아닌가.
“비만 치료제는 단순히 체중만 줄여주는 게 아니다. 비만이란 질병은 곧 목숨을 좌우할 수 있다. 비만 치료제는 당뇨병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이들 질환이) 발병했더라도 증상을 억제해 뇌졸중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걸 막아준다. 이에 비만 치료제는 매해 94만3000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비만 치료제를 많이 만들어 싸게 팔면 빈부(貧富) 상관없이 혜택을 보지 않을까.
“아직은 약을 충분히 많이 공급할 수 없는 게 문제다. 그래서 더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약이 먼저 돌아가야 한다. ‘분배’가 중요한 이유다. 만약 약이 충분히 공급돼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비만 치료제를 구할 수 있다면 젊은이들이 체형 관리로 먼저 쓰이든 무슨 목적으로 쓰이든 문제가 될 리 있겠나.”
비만 치료제는 아미노산을 연결하는 ‘고체 상태 펩타이드 합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실험실에서 소규모로 제조하는 것과 달리 대규모로 생산하면서 품질을 고르게 유지하는 게 매우 어렵다. 단기간에 비만 치료제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건 이 때문이다.
그래픽=김의균
-어떻게 하면 약값이 떨어질 수 있을까.
“현재 열 곳 남짓한 제약사에서 (몸 안에서 효율적으로 흡수되고, 생산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은)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한 먹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런 먹는 비만 치료제가 나오면 현재 주사 형태의 비만 치료제보다 가격이 싸지고, 수천~수억 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또 먹는 비만약은 주사제 형태의 비만 치료제처럼 냉장 시설에 보관할 필요가 없어 (기온이 높은) 남미나 아프리카 지역에 보급하기도 쉬울 것이다. 다만 먹는 비만 치료제가 대중화할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
◇韓, 기초 과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 필요
-한국에서도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처럼 혁신적 신약을 개발하려면.
“기초 과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겠다. 기초 과학을 연구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결실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살을 빼는 것 외에도) 기대하지 못했던 추가 효과까지 보여주고 있다. 현재 임상 시험 단계에서 관절염, 수면무호흡증, 간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는 최근에 비만 치료제가 몸 안의 염증을 어떻게 줄여주는지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선 우수 인재가 의대로만 몰리는데, 이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사실 의대에 우수 인재가 몰리는 건 세계적 현상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의사 연봉이 과학자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에게 충분히 보상해 주는지’ ‘학생들이 과학자가 되는 진로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주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개별 연구에 대한 지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캐나다에선 정부에 연구비 지원을 신청하면 80~90%는 거절당한다. 한국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가 이렇게 거절당하는 삶을 선택하겠나. 기초 과학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정부는 연구 지원 체계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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