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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스템 망가뜨린 윤석열, 확실하게 괴물과 결별하자
    지금 이곳에선 2025. 2. 21. 14:32

    프리미엄 다시만난세계_2025 1화

    시스템 망가뜨린 윤석열, 확실하게 괴물과 결별하자

    [다시만난세계_2025] 우리의 민주주의는 왜 이리 위대하면서도 허약할까...87년 체제 뛰어넘어 7공화국 문 열어야

    정치 김인철(pomie)

    25.02.21 07:18최종 업데이트 25.02.21 07:18

    12·3 내란 사태 이후, 시민들은 무너진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여의도, 광화문, 남태령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두웠던 광장을 빛으로 채운 건 형형색색의 응원봉뿐이 아니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는 외침은 광장을 넘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 25주년을 맞아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합니다.[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3월 8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지난 20대 대선이 끝난 다음 날 악몽을 꾸었다. TV를 켜니 윤석열 후보가 0.73퍼센트 차이로 이재명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지지자들을 향해 승리의 어퍼컷을 날리는 윤석열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민주주의는 가장 좋은 체제일까? 오십 평생을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살아온 나는 한 번도 민주주의 체제를 의심하지 않았다.

    박근혜가 18대 대통령이 되었을 때도, 최순실과 측근들의 국정농단으로 탄핵이 되었을 때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은 내가 처음으로 민주주의 체제에 의문을 품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가정을 한번 해보자.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고 선한 의지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때는 민주주의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무능력한 데다 악한 의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 대통령이 될 때는 민주주의 체제는 멈추고 오히려 후퇴하는 나라가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나라를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가 고장 난 사회다. 그러니까 이건 가정이 아니고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보장은 선출된 사람의 자질에 달린 것인가?

    - 김민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유시민 작가는 20대 대선 전후로 여러 채널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틀림없이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폭정을 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기에 윤석열의 폭정을 최소한은 막아줄 것이라고 했다. 많은 정치인과 평론가들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윤석열은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 행정은 물론 입법, 심지어 사법부의 제도적 장치들은 장식품에 불과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2022년 6월 1일(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 참관인으로 참여했다.김인철

    대한민국은 해방 후 빠르게 경제 개발을 이루고 독재와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거의 유일한 나라다. 독재에 저항했던 민중들은 근현대사의 변곡점에서 비폭력 시민불복종의 형태를 취했다. 일제강점기의 3·1 독립운동, 부정 선거에 저항한 4·19 혁명(1960), 유신독재에 항거한 부마 민주항쟁(1979), 직선제 개헌 쟁취를 위한 6월 민주항쟁(1987),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2016)는 비폭력 시민불복종이었다.

    12·3 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도 수많은 시민들은 칼바람 부는 광장과 차디찬 아스팔트에서 눈과 비를 맞으며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12월 14일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했다. 프랑스와 미국 또한 혁명을 성공시켰지만 광장과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피를 흘려야 했다.

    세계 혁명사를 통틀어 대규모 유혈사태 없이 법치와 민주주의가 광장에서 조화를 이룬 혁명은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위대한 민주주의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했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즉 풀뿌리 민주주의 힘을 믿는다.

    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매년 3월이 되면 제도권 학교처럼 학생들이 선거를 통해 자치회를 구성한다. 형식적인 선거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자치회장을 뽑는다. 자치회장 선거 일주일 전 공고를 하고 후보들은 공약을 내걸고 토론도 한다. 이렇듯 학생들은 민주적인 선거를 직접 체험한다.

    ▲모의 시의원 선거십 년 전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에게 인문학 수업을 했다. 공정하고 민주적인 선거를 이해시키기 위해 모의 시의원 선거를 진행했다.김인철

    그런 과정을 거친 후 자치회장 선거 당일이 되면 학생들 사이에선 과연 후보자들 중 누가 자치회장이 될지 관심이 뜨거워진다. 그렇게 뽑힌 자치회장과 임원단을 통해 한 해 지역아동센터의 주요 현안들을 같이 논의한다.

    방과 후 센터에 오는 아이들에게는 국어, 수학 등 기초학습 외에도 환경, 역사, 노동, 평화를 주제로 기관이나 단체와 연계하여 다양한 인문학 수업을 했다. 단순히 수학공식, 영어 단어 하나 외우는 게 아니라 제주 4·3 역사기행, 청소년 인문학수업, 한 뼘 영상발표회 등 다양한 인문학 수업과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교과서에서 도식적인 정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학생들에게 키워주려고 했다.

    ▲인문학 수업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환경, 역사, 평화, 노동을 주제로 다양한 인문학수업을 했다. 위 사진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와 청소년 인문학 수업을 한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성남시 청소년 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한 뼘 영상수업'을 진행한 사진이다. 김인철

    한편 경기도에서는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조례(15.10.13)를 제정하고 경기도 시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 실천 학교'를 지정하여 학교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그 성과를 교육과정에 통합하려고 했다. 서울특별시에서도 2017년 민주시민교육조례를 제정한 후 관련 수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참여 의식을 높여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현안에 관심을 두고 해결 능력을 키우는 등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윤석열 12.3 내란사태와 탄핵 국면에서 응원봉을 흔드는 이십대 청년과 '키세스단'(윤석열 체포를 요구하며 은박 담요를 뒤집어쓰고 밤샘 농성하는 시민들이 키세스 초콜릿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의 등장이다.

    윤석열 체포 촉구 키세스 시위대. 시위대를 키세스 초콜릿에 비유한 말이다.인터넷 검색

    십 년 전 무상급식을 먹고 성장한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세대였다. 윤석열 탄핵 집회 현장에서 보았던 재치 넘치는 문구가 적힌 깃발과 손에 든 빛나는 응원봉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들은 광화문과 한남동 그리고 남태령에서 밤새 응원봉을 흔들고 눈을 맞으며 상처받은 민주주의를 회복시켰다.

    단호히 처벌하고 7공화국으로

    하지만 서두에 언급했듯이 해방 후 전 세계에 민주주의의 모범이었던 대한민국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으면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도 드러냈다. 윤석열은 대한민국이라는 "도자기 박물관"에서 도자기들을 깨뜨리다가 결국 도자기 박물관에서 쫓겨난 상황이 되었다. 처음엔 윤석열이 깨는 도자기들이 그의 무능과 무지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를 겪으며 그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의도적으로 깨려고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가 독재와 권위주의하에서 숱한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며 공고하다고 믿었던 민주주의 체제가 너무 쉽게 깨져버리는 도자기였던 것이다.

    왜 그토록 쉽게 깨졌을까? 가장 큰 원인은 헌법을 무시한 윤석열과 측근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지역주의와 이념의 대립, 정경유착 문제도 있다. 경제적 불평등도 민주주의의 취약성 중 하나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윤석열과 같은 역사적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 한 번도 단호한 처벌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주변에 등장한 무장한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권우성

    광복 후 친일파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고 박정희의 5·16과 신군부의 12·12 쿠데타 세력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근현대사는 물론 왕조 시대에도 왕의 목을 친 적이 없었다.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조차도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아닌 권력자들의 싸움이었다. 한 번은 제대로 된 단죄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서양에서 수입했던 민주주의 시스템을 넘어 변화하고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지역주의,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갈등으로 민주주의의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헌법 개정이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6공화국이 탄생한 지도 38년이 되었다. 군사 독재를 끝내고 촛불 혁명을 거치는 동안 시대 정신과 사람들의 요구가 변했다. 광장을 밝히던 촛불이 응원봉이 되고, 민중가요가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로 바뀌었다.

    응원봉을 흔드는 키세스단같은 새로운 세대의 정신을 담기엔 1987년 체제는 효용을 다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에서 파면되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적당한 시기가 되면 헌법 개정을 통해 7공화국의 문을 열어야 한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3100811&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aver_news&CMPT_CD=E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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