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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일, 한국이 살아남는 법지금 이곳에선 2025. 2. 17. 09:36
프리미엄 강명구의 뉴욕 직설 ㅣ 24화
트럼프의 미국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일, 한국이 살아남는 법
[강명구의 뉴욕 직설] 미국판 '왕의 남자'가 된 일론 머스크
민족·국제 강명구(bluesky2024)
25.02.17 06:55ㅣ최종 업데이트 25.02.17 06: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언론 브리핑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위원회 위원장이 되어 공무원 인사권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뛸 얘기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 이런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재취임과 함께 정부효율성부(DOGE)를 신설하고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를 수장에 앉혔다.
'효율성'이란 미명하에 소수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연방조직을 본인의 사기업 다루듯 난도질하고 있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위험한 실험은 미국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의 실세가 된 배경에는 전례 없는 선거 자금 지원이 있었다. 2024년 미 대선에서 그는 2억 7700만 달러(4013억 원)를 기부하며 최대 정치 후원자가 됐다. 특히 자신이 설립한 정치행동위원회(PAC) '아메리카 팩'에만 2억 3800만 달러(3448억 원)를 투입했다.
미국에서는 '슈퍼팩'이라는 제도를 통해 선거자금을 무제한 기부할 수 있다. 2010년 연방대법원이 정치자금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 이후, 억만장자들은 이를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선거에 쏟아붓는 중이다. 한국의 경우 개인당 연간 2000만 원으로 제한되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머스크는 자금력에 더해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까지 동원했다. 2억 명 넘는 팔로워를 가진 그는 트럼프 지지와 반대 진영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경합 주에서는 매일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표 참여 경품'을 제공해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일으켰다.
이런 전방위적 지원은 곧바로 정치적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대선 승리 후 머스크는 트럼프의 자택인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의 단골손님이 됐고, 주요 정책과 인사를 좌우하는 실세로 부상했다. 세계 정상과의 통화에도 배석할 만큼 그의 위상은 높아졌다. 돈과 미디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산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주식회사가 된 미국 연방정부
▲7일(현지시간) 미국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개발처(USAID) 본부 입구에 사망을 알리는 표지와 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DOGE의 수장이 된 후 머스크는 마치 기업 인수 후 구조조정을 하듯 미국 정부를 개조하고 있다. 2022년 트위터(현 X)를 440억 달러(63조 7384억 원)에 인수한 뒤 직원 80%를 해고했던 그의 스타일 그대로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서도 보여준 대규모 감원이 이제 연방정부에서 재현 중이다.
그의 첫 칼날은 공무원 대량 감축이었다. 지난 1월, 약 200만 명의 연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직'을 요구했다. 특히 국제개발처(USAID)는 1만 명의 직원 중 94%인 9389명을 내보내려 했다. 한국의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강요하는 것과 맞먹는 충격적인 조치였다.
더 위험한 것은 정부의 핵심 정보시스템 장악 시도다. DOGE는 의회 승인도 없이 재무부 지급결제시스템 접근권을 요구했다. 이 시스템에는 미국 국민의 사회보장번호부터 은행 계좌, 납세 정보까지 모든 것이 담겨있다. 트럼프는 공식 행정명령으로 이런 권한을 부여했고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을 태세다. 권력 사유화의 위험한 한 단면이다.
공무원 해고와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부활시킨 '스케줄 F' 행정명령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은 '정책 관련직'이라는 모호한 기준 아래, 최대 5만 명의 고위 공무원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장·차관급은 물론 과장급(4급 이상)을 모두 정치적 임명직으로 바꾸는 격이다. 능력이나 경험이 아닌 '충성심'이 인사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미 6만 5000명의 경험 많은 공무원이 사직을 선택했다. 특히 독립 규제기관의 무력화가 심각하다. 연방통신위원회(FCC)나 연방거래위원회(FTC) 같은 기관들은 원래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들이 정권 입맛대로 움직인다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청와대 직속 기관이 되는 것과 다름없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런 인력 교체를 추진한 주체다. 머스크는 수십 년의 행정 경험을 가진 공무원들 대신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실리콘밸리 출신 프로그래머들을 투입했다. 이들 대부분은 정부 운영은커녕 사회 경험도 부족한 '코딩 천재'들이다. 마치 스타트업이 거대기업을 인수한 후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것처럼 국가 행정을 다루고 있다.
나이와 경륜, 위계를 따지는 한국에서는 물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 사회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출되지 않은 소수가 어떤 견제도 받지 않으며 '효율성'을 명분으로 정부 조직 개편과 공무원 해고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만이 아니라 절차와 과정도 중요한 민주주의를 아예 무시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의 말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의사당 앞에서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DOGE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정책을 비용-편익 분석으로만 재단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인종차별 해소, 성평등 증진, 소수자 보호를 위해 미국이 수십 년간 공들여 발전시켜 온 제도들이 '비효율'이란 이유로 폐지된 것이다. 능력주의만이 살아남는다는 논리이지만, 그 배경이 되는 원인은 백인 남자들에 대한 역차별을 시정하겠다는 의도다.
방식도 과격하다. 인사관리처의 다양성책임자협의회가 해체되었고, 약 10억 달러(1조 4486억 원)의 관련 계약이 취소되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DEI 담당자들은 강제 휴직 조치되었으며, 교육부에서만 260만 달러(37억 7000만 원) 규모의 관련 사업이 중단되었다. 한국으로 치면, 고용노동부 차별시정 기능을 없애고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국제 지원의 중단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연간 720억 달러(104조 2992억 원)의 국제 원조를 전면 중단한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 시기에 설립된 USAID는 60여 년간 미국의 '소프트파워' 핵심 기구였다. 빈곤 퇴치, 민주주의 발전, 기후변화 대응, 재난 구호 등에서 세계를 이끌어왔다. 한국도 1950~60년대 이 지원의 혜택을 받아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했다.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에 이용당하지 않는 미국이 되겠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상은 미국이 더 이상 리더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지금이야 재정 손실 줄인다며 이런 조치들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이 많지만, 길게 봐서는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지역 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조치다.
트럼프의 미국을 상대하는 법
트럼프의 미국은 더 이상 교과서에 나오는 '모범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다. 측근정치, 가족을 통한 국정 운영, 권력 사유화는 오히려 우리의 불행한 과거와 현 탄핵 정국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의 미국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그러나 미국이 민주주의 궤도를 이탈할수록 우리는 더욱 민주주의 원칙으로 무장해야 한다. 한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황제처럼 굴며 19세기식 궁정외교를 강요하더라도, 우리는 민주주의 제도와 원칙에 기반한 대응을 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론부터 핵무장론까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외교협상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 간 힘의 비대칭을 민주적 다양성으로 보완해야 그나마 협상력이 더 나아진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거래적 동맹' 접근법도 적극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상호주의가 우리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이 친미든 반미든 오히려 막연한 감성적 외교나 접근이 국익에 더 해롭다. 우리의 전략적 가치와 첨단산업 역량, 동맹 기여도를 분석해 미국이 지금껏 당연하게 무상으로 누린 혜택을 정확히 계산하는 접근법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북핵 용인이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는 핵무장 옵션이나 주한미군 기지 유상 제공 등으로 맞대응해야 한다. 한미 관계의 근간은 특정 정파나 인물이 아닌,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와 제도다. 바이든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로 바뀌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이 원칙과 제도를 지키는 것이 협상력도 높이고 진정한 국익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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