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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믿고 돈 넣었다가 '날벼락'…"노후자금 다 날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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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믿고 돈 넣었다가 '날벼락'…"노후자금 다 날릴 판"

    신민경 기자

    입력2025.02.05 08:42 수정2025.02.05 20:29

    국민銀 '전액손실'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

    위험 1등급 상품 2등급으로 표기

    이지스글로벌부동산229호 파생형 펀드

    국민은행 "위험 등급 실수로 낮춰"

    펀드 기준가 0.01원으로 떨어져…투자원금 상당 손실

    KB국민은행 여의도 신관.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최근 전액 손실이 발생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229호'(파생형) 펀드를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상품 위험등급을 2등급으로 한 단계 낮춰 소개·판매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은 해당 펀드를 고령자가 대상인 'KB 시니어 특화상품 시리즈'의 1호 상품으로 기획해 300억원 넘게 판매했다. 이 펀드는 201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기한이익상실(EOD)로 현재 도산 절차를 밟고 있고, 투자자들은 사실상 투자금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해 있다.

    시니어 전용 상품인데…위험등급 낮춰서 판매

    5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18년 10월 투자자들에게 이지스글로벌부동산229호(파생형) 펀드를 판매할 당시 가입신청서에 위험등급을 2등급으로 한 단계 낮춰 표기했다. 공모펀드의 경우 모든 지점에서 같은 양식의 가입신청서를 사용한다.

    이 펀드는 당시 국내에서 공·사모 방식으로 총 3750억원을 모집했는데, 공모펀드에서는 1875억원을 모았다. 공모펀드는 국민은행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당시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을 통해 판매됐다. 국민은행을 통해 판매된 금액은 판매사들 중 최고 수준인 35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펀드를 설정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위험등급을 '1등급'으로 매겼다. 2018년 10월 작성한 간이투자설명서에서도 "이 펀드는 매우 높은 위험 수준의 투자위험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금융투자상품 위험등급은 6단계로 구분된다. △1등급 매우 높은 위험 △2등급 높은 위험 △3등급 다소 높은 위험 △4등급 보통 위험, △5등급 낮은위험 △6등급 매우 낮은 위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투자자들에게 건넨 펀드 '신규가입 신청서'에는 위험등급이 이지스자산운용이 제시한 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2등급'으로 표시됐다. 대부분 판매사들이 가입신청서에 투자자가 자필로 위험등급 '1등급'을 적어 넣게끔 한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자체적으로 '2등급'으로 표기한 뒤 배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더군다나 이 펀드는 국민은행이 고령의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기획한 'KB 시니어 특화상품 시리즈'의 1호 상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모집을 시작하기 나흘 전인 2018년 10월22일 국민은행이 작성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 상품에 대해 "은퇴 전후 안정적 노후자금 대비가 필요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특화 상품"이라며 "고령고객 등을 위해 정기적 배당과 장기투자를 지원한다"고 적었다. 국민은행은 이 자료에서는 가입신청서와 다르게 펀드의 위험등급을 '1등급'으로 표기했다.

    국민銀 "위험등급 실수로 낮춰 판매…고의성 없어"

    국민은행은 이지스글로벌부동산229호(파생형) 펀드 판매 당시 위험등급 조정에 대해 인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행의 전산 오류로 인해 가입 신청서에 위험등급이 한 단계 낮게 나갔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만 "고의는 없었다"면서 "고객의 투자성향별로 오류 사안이 상품 가입 여부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개별적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앞서 2023년 8월 내부 검사를 통해 이런 위험등급 오분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즉시 금감원에 이 사실을 신고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은행 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투자자 배상에 대해선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 펀드는 아직 독일 법원에서 도산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최종 청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 가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불완전 판매 개연성 커"

    전문가들은 국민은행이 금융상품 위험등급을 낮춰 판매한 데 대해 불완전 판매로 볼 개연성이 크다는 진단을 내놨다. 특히 자본시장법상 '적합성 원칙'(투자성향에 맞는 상품 권유)과 '설명의무'(투자자가 상품 위험성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전문 이성우 변호사는 "설명의무 위반 등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펀드 위험등급 오분류는 펀드 가입 절차상 중대한 착오이기 때문에, 민법 제109조상 계약취소사유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봤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 가입서류, 상품설명서, 투자설명서 등은 본점에서 일괄 배포되는 것"이라며 "사실상 모든 지점에서 위험등급이 잘못 분류돼 판매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모펀드가 위험등급 오분류로 불완전하게 판매된 사례 자체가 흔치 않다. 다만 당국은 앞서 배포 자료들에서 이런 사례를 '불완전판매 유도행위'로 보고 엄정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2019년 말 발표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투자상품 위험도를 실질과 다르게 낮추는 행위'를 두고 "불건전 영업행위로 6개월 내 업무정지 등 엄정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스글로벌부동산229호(파생형) 펀드는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했다가 자금 조달(리파이낸싱)에 실패해 '전액 손실'이 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핵심 임차인인 데카뱅크가 계약을 종료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진 탓이다.

    이지스운용은 지난달 펀드 기준가가 0.01원으로 떨어졌다고 공시했다. 0.01원은 전산시스템상 기술적 문제로 표기한 가격인 만큼 투자자들은 수취한 배당금을 제외하면 투자원금 상당 부분을 잃게 된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별 기업 사안으로 검사 진행 상황 등에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20420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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