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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가로막은 차벽, ‘탄핵 응원봉’ 든 시민들이 뚫었다지금 이곳에선 2024. 12. 23. 11:42전농 전봉준 투쟁단, 남태령 인근서 경찰과 ‘32시간 대치’광화문 집회 참가자들 합류…시간 갈수록 응원 행렬 늘어나SNS엔 “경찰차 빼라” 댓글…교섭 끝 한남동 관저 앞 행진
이틀 만에 열린 용산 가는 길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며 경남과 전남 지역에서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이 몰고 온 트랙터 행렬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을 넘어 서울 도심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 빼라! 차 빼라!”
‘탄핵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22일 오전부터 서울 서초구 남태령역 앞 경찰 차벽을 향해 목청껏 소리쳤다. 이른 새벽부터 모인 이들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들을 막아선 경찰 병력에 “시민을 막을 게 아니라 윤석열을 잡아야 한다”고 외쳤다.
탄핵소추안 가결 후에도 ‘계엄은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내란 수사에 불응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광화문에서 남태령까지 뻗어나간 것이다.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는 전날 오전 8시부터 서울에 진입하려다 서초구 남태령 고개 인근에서 경찰에 막힌 뒤 약 32시간 밤샘 대치를 벌였다.
경찰은 교통 불편을 이유로 전농의 상경을 막았다. 이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려지자 광화문 등지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고 있던 시민 다수가 남태령 현장으로 합류했다. 고등학생 허윤서씨(18)는 “‘경찰이 농민들을 (서울로) 못 오게 한다’는 SNS 글을 보고 분노가 차올라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웹툰작가인 김예담씨(24)는 “경찰이 트랙터를 막고 농민을 고립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돼 길을 터드리고 싶어 왔다”고 전했다.
농민들의 시위에 공감과 연대를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경기 안양시에서 온 엄승윤씨(30)는 “명박산성(이명박 정권 당시 광우병 집회에서 경찰이 세운 차벽)과 박근혜 때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것이 자꾸 생각났다”며 “밤새 방송으로 보다가 안 나오면 너무 마음이 무거울 것 같아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다 쌀밥으로, 농민들이 키운 채소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현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의 후원도 뜨거웠다. 남태령역 출구마다 후원품이 쌓였고 이를 정리하고 나누는 자원봉사자들의 행렬도 계속됐다.
국회 앞과 광화문 일대 탄핵 촉구 집회에서 등장한 ‘선결제’ 응원이 이번에는 ‘배달 선결제’로 이어졌다. 자원봉사자 김봉헌씨(55)는 “핫팩부터 빵, 커피, 떡국, 어묵, 도넛, 여성용품 등 셀 수 없이 계속 후원이 들어오고 있어서 정신없이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교통 통제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SNS 응원도 계속됐다. 하루 종일 ‘남태령’이라는 단어가 SNS 인기검색어에 올랐고, 밤샘 집회를 한 시민들에게 방한용품·간식·의약품 등을 후원하겠다는 글도 끊이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난방용 버스’를 대절해 현장에 보냈다. 그는 “나이 드신 분들, 아프신 분들이 히터 대용으로 사용해달라”고 말했다.
전농 측은 경찰과 교섭한 끝에 이날 오후 4시44분 트랙터 10대만 이끌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동했다. 4시25분쯤 경찰기동대 차량이 철수하며 차벽이 허물어지자 시민들은 “우리가 이겼다” “청년이 이겼다”고 외치며 환호했다. 남태령을 넘은 트랙터 10대는 동작대교를 건너 한남동 관저 앞까지 갔다.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남태령을 기어이 넘고야 말겠다는 시민과 농민들의 절절한 염원이 있었기에 관저 앞까지 트랙터를 가지고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트랙터가 관저 앞으로 향하는 것을 보며 관저 인근 한강진역 앞에서 다시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는 1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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