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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트라우마가 뭔지 알게 될 거다, 오래 안 걸린다지금 이곳에선 2024. 12. 9. 10:11
진짜 트라우마가 뭔지 알게 될 거다, 오래 안 걸린다
윤석열 내란, 무능과 오만의 극치 보여준 국민의힘... 미리 현판 떼어 두기 바란다
24.12.08 15:53l최종 업데이트 24.12.08 15:53l 신필규(mongsill)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투표하기 위해 앉아 있다. ⓒ 유성호
나처럼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도 여러 번의 선거를 거치고 나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선거에서 확실히 이기는 묘수는 없다. 하지만 선거에서 확실히 지게 되는 악수(惡手)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능과 오만이다.
아무리 유리한 구도 위에 서서 선거를 치러도 이 두 가지를 보이는 정당은 반드시 패배하거나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정당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선거의 전망이 아무리 유리해도 지나치게 큰 승리를 자신하는 말을 삼가고 겸손을 유지하며 유권자들에게 계속해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서 질문을 살짝 바꾸어 보자. 그렇다면 이런 무능과 오만은 선거철에만 잘 단속하면 될까. 대통령 선거는 5년, 국회의원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는 4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가까운 사람의 잘못도 대수롭지만 않다면 그 정도의 시간 동안 곱씹고 기억하는 일은 드물다.
그리고 선택의 시점에서 가까운 시기의 일들이 결국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과거의 행보가 미심쩍지만 현재 후보자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칠 수도 있다. 그러니 실수했어도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잘하면 된다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모든 일에는 역치가 있다. 어떤 실수는 나중에 아무리 잘해도 만회와 수습이 불가능 할 수 있다. 심지어 미래에 선택받지 못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지난 12월 7일, 윤석열 탄핵 표결 국면에서 국민의힘은 정확히 그 일을 했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보인 무능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불성립, 자동폐기된 7일 대부분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직자와 보좌진들의 경호를 받으며 국회 본청 2층이 정문이 아닌 경내 계단을 통해 1층과 지하 통로로 빠져나갔다. ⓒ 조혜지
먼저 무능이다. 아무리 다수당이나 집권당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도 다른 정당이 이들을 대체할 유능함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은 결코 그들을 선택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무엇을 믿고 그들에게 정부와 의회를 맡기겠는가. 이러면 아무리 '심판론'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도 결국 바람에 그치고 만다. 실질적인 권력의 교체는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이 무능이 정도를 넘어서면 아예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기도 한다.
12월 7일 윤석열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여러 의원들은 '탄핵의 강만은 건너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탄핵한 결과 당시 집권당이었던 보수 정당이 궤멸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다는 게 그 이유다.
탄핵당할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그 정도의 위기를 겪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건 아닌지 의아하지만 일단 이 질문은 접어두자. 문제는 실제로 그러했는가이다. 박근혜 탄핵의 여파로 치른 19대 대선 결과를 살펴보자. 이 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4%의 득표를 기록했다.
이전에 보수 정당 후보들이 대선에서 기록한 득표율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든 숫자이긴 하다. 하지만 '궤멸 직전의 정당'이 얻은 표치고는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이건 궤멸의 증거가 아니다. 저 정도로 실책을 해도 궤멸되지 않는다는 증거에 가깝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당명을 바꾸고 5년 후에는 정권 탈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가정해 보자. 만약 당시 보수 여당이 탄핵하지 않고 더 오래 버텼다면 어땠을까. 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정부 시스템 마비가 장기화 되었다면 말이다.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지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니다. 일단 대통령이 기능을 못하면 정상적인 외교가 불가능 하게 된다. 국가의 대외 신용이 진창에 빠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면 경제는 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만약에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고 그 뒷감당을 우리가 지금까지 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보수 정당에 두 번의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답은 간단하다. 탄핵을 해서 궤멸의 직전까지 간 게 아니다. 탄핵을 해서 겨우 궤멸을 면한 것이다. 나 같은 정치 문외한도 이건 안다.
그런데 12월 7일, 국민의힘은 어떤 선택을 했나. 윤석열을 탄핵하고 이 정권을 빠르게 정리하고 출구를 찾기는커녕 당장 쥐고 있는 기득권을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 심지어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의회 앞에서 경고를 보내는 중이었다. 이 정도로 시류를 못 읽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철저한 무능이다. 그리고 국가와 의회를 운영할 정당이 지나치게 무지하고 무능하면 위험하다. 그런 당은 망하게 만들어야 한다.
역치를 넘어선 씻을 수 없는 오만
▲"국민의힘 탄핵투표해라!"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본희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투표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 이정민
다음은 오만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주권자들의 저항과 희생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이 주권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험난한 가시밭길과 출혈이 있었다. 그래서 이 나라의 사람들은 주권자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대의자의 자리에 있는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이 주권자를 존중하지 않고 오만한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은 결코 그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윤석열의 위헌적인 계엄령은 내란이자 폭력 행위였고 동시에 오만이었다. 한국의 정당 및 의회 정치에 만족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국회의 구성을 바꾸든 문을 닫았다가 열어버리든 이 모든 건 주권자인 국민이 할 일이다. 우리의 몫이고 대통령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다.
하지만 윤석열은 한밤중에 군대를 국회에 투입하고 의원들의 의결을 방해하려는 오만방자한 시도를 했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을 모욕하는 행위이다. 대통령의 국회가 아니다. 우리의 국회다. 국민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어찌 감히 대통령과 군대가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인가.
국민의 대의자, 상식이 똑바로 박힌 국회의원이라면 결코 이 오만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주권자로서 존중하지 않는 행동에 부역해선 안 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 대다수는 탄핵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이 오만을 용인했다. 심지어 표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버렸다. 이건 차원이 다른 또 다른 오만이다.
탄핵은 역사 속에서 이 나라의 사람들이 피를 흘려 만든 민주적 절차의 일부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 절차가 가동되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인 반응은 존중이 아니라 철저한 무시였다. 이들이 남긴 본회의장의 빈자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모욕이자 오만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감히 무엇을 무시했는지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나.
국민의힘에 경고한다
▲7일 저녁 12.3내란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의 방해로 불성립되어 무산된 가운데, 시민들의 항의시위가 계속되는 국회앞 국민의힘 당사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무능과 오만은 선거의 필패(必敗)를 부르는 악수다. 하지만 역치를 넘어선 수준의 오만은 선거 패배뿐만이 아니라 당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 그런 정당은 기대할 것이 없는 것을 넘어서 존재 자체로 이 나라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그런 정당을 내버려둘 것 같은가.
국민의힘 의원들은 요 며칠간 '탄핵 트라우마'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박근혜 탄핵 이후 겪었던 위기와 질곡의 경험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이들의 아둔함과 나약함에 헛웃음이 나온다. 겨우 그 정도를 트라우마라고 하는가. 국민의힘에 경고한다. 지금 보이는 무능과 오만을 거두지 않고 계속해서 내란 범죄자 윤석열을 비호한다면 진짜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뛰쳐나간 국민의힘 의원들 명단이 이미 시민들 사이에 돌고 있다. 역치를 넘어선 무능과 오만은 결코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시민들이 끝까지 당신들의 행태를 기억하며 평생을 쫓아다닐 악몽을 만들어줄 것이다.
윤석열 탄핵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정 마비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고 책임 있고 안전하게 현 시국을 정리할 가장 빠른 수습책이자 다음을 기약할 유일한 기회다. 그런데도 이 길을 끝까지 무시하겠다면 당사에서 미리 국민의힘 현판을 떼어 두길 바란다. 아마 지하에 묻혀 영원히 빛을 볼 일이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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