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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폭설’ 21㎝ 내린 서울…“버스가 스케이트 타, 제설 덜 돼”지금 이곳에선 2024. 11. 27. 12:01
서울 등 중부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27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제설 작업이 덜 돼서 스케이트 타버려요. 브레이크 밟으면 차가 멈추는 게 아니라 돌아. 올라갈 땐 올라가도 내려오질 못해요. 내가 이 노선만 21년째 하는데 버스가 정류장 못 올라가는 건 한 겨울에 한 두번 정도였는데.” 서울 7737번 버스 운전기사 노인식(65)씨가 차창 밖, 11월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새하얗게 쌓인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날 7737 버스는 서울 종로구 무악동 주변 안산 자락 언덕에 있는 정류장 세곳에 정차하지 못한 채 우회했다. 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던 장기웅(31)씨는 “지금 좀 늦을 것 같아서 서둘러야 한다. 일단 기다렸는데 버스가 안 와서 아래 정류장까지 내려간다”며 종종 걸음 쳤다. 채 제설이 되지 않은 도보는 한 사람이 걸을 정도의 길만 나있었다. 그마저 물과 흙이 뒤섞여 질척였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임재희 기자.
첫눈이 폭설 수준에 이른 27일, 수도권 시민들은 질척이는 도보를 걷고, 늦는 버스를 기다리고, 꽉막힌 도로를 헤치며 험난한 출근길에 나섰다. 그 와중에도 세상을 하얗게 덮은 첫눈을 보는 아이들의 설레임은 여전했다.
이날 아침 7시 기준 서울의 적설량은 성북 20.6㎝, 강북 20.4㎝, 도봉 16.4㎝, 은평 16.0㎝, 종로 16.5cm 등 20cm를 넘나들었다.
서울 적설량이 20cm를 넘는 일은 매우 드문데, 11월 첫눈부터 예기치 못한 대설이 내린 셈이다. 질척이는 도로를 조심조심 걷는 시민들과 뒤늦게 제설에 나선 작업자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분주했다. 원거리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은 한층 컸다. 경기 성남에서 서울 충무로로 출근하는 임아무개(60)씨는 “눈이 온다는 소식에 평소보다 이른 6시20분에 출발했는데도 눈길에 차가 엉금엉금 기어 1시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6시 경기 수원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중구 직장까지 출근한 박준형(41)씨는 “버스를 타고 왔는데 평소보다 30분 늦게 서울에 도착했다”며 “어느 정도는 눈 예보가 돼있었는데 도보 제설 작업이 거의 안 돼 있는 부분이 의아했다”고 했다.
자동차 출근을 중도에 포기하고 대중 교통으로 갈아탄 시민도 있었다. 경기 가평에 사는 이아무개(50)씨는 “평소 자차로 1시간 정도 걸려서 출근하는데 길이 너무 막혀서 얼른 차를 두고 전철로 갈아탔다”며 “8시10분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데 평소보다 30분 이상 늦어버렸다”고 했다.
강원 춘천에서 만난 이상현(15)군이 뭉친 눈을 내보이고 있다. 김가윤 기자.
아침 출근 시간을 맞춰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야속한 눈이었지만, 아이들은 하얗게 변한 세상에 환호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권현우(42)씨는 “6살 아이가 첫눈을 보고 흥분해 유치원 데려가는 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강원 춘천에서 만난 중학생 이상현(15)군은 길을 다니며 손에 눈을 모아 뭉쳐 내보이며 “눈 많이 와서 장난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은 이날 출근 시간대 ‘러시아워' 운행 시간을 평소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 30분까지 30분 연장했다. 서울시는 오전 7시부터 자치구 및 유관기관과 함께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하는 한편, 인왕산로, 북악산로, 삼청동길, 와룡공원길 등 4곳의 도로를 통제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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